2025년 12월 20일 (토)
(자) 12월 20일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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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3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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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12-14 ㅣ No.186836

군대에 갔을 때입니다. 매일 바뀌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암구호입니다. 암구호는 일종의 비밀번호와 같습니다. 암구호는 두 개의 대응하는 말로 이루어집니다. ‘참새, 방앗간과 같은 말입니다. 상대방이 참새라고 했을 때 방앗간이라고 말하면 문을 열어줍니다. 만일 참새라고 했는데 엉뚱한 답을 하면 적으로 오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부대원은 매일 바뀌는 암구호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신앙인들에게 일종의 암구호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성당에 다닌다고 하면 흔히 이렇게 묻습니다. ‘세례명이 무엇인가요?’ 세례명을 당당하게, 자신있게 이야기하면 천주교 신자임을 알게 됩니다. 또 하나 암구호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성호경입니다.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성호경을 그었습니다. 나중에 주인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성당 다니시나 봅니다.’ 저는 자신있게 , 성당 다닙니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차에 걸어 놓는 묵주와 십자가도 암구호와 같습니다. 그런 성물을 보면 저 차의 주인은 성당 다닌다는 걸 알게 됩니다.

 

군대에서 문서를 취급할 때입니다. 문서의 등급에 따라서 비밀취급 인증을 받게 됩니다. 저도 비밀취급 인가를 받아서 문서를 처리하였습니다. 민감한 사안이 담긴 문서는 특별히 비밀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고, 그런 문서는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이 개봉할 수 있었습니다. 권한을 받은 사람만이 열람하거나 개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만큼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교구청에서 일할 때입니다. 교구청의 컴퓨터에 들어가면 제가 속한, 제가 관여하는 업무가 리스트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인재 양성 위원회, 옹기 장학회, 사제 평의회와 같은 업무에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과 관련되었고, 제게 주어진 업무이기 때문입니다. 군대에서도 그렇고 교구청에서도 그렇습니다. 제가 제대하면서 저의 권한도 자연스럽게 삭제되었습니다. 교구청의 컴퓨터에도 저의 권한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그런 권한은 저의 인격에 따라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의 직책에 따라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예수님께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 권한은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예수님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을 허용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자신들의 권한과 지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권한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힘이었습니다. 권한은 사람들을 다스리는 힘이었습니다. 권한은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지키는 힘이었습니다. 그래서 권한이 없는 예수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허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권한은 어디에서 왔는지 물으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에게 권한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권한이 하느님한테서 왔다고 하면 세례자 요한의 권한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권한이 사람에게서 왔다면 자신들의 권한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권한이 어디에서 왔는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권한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권한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권한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권한은 섬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의 권한은 겸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의 권한은 십자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지금 내가 추구하는 권한은 어떤 권한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주님, 세상의 권한을 탐하지 않고 당신의 겸손과 섬김을 닮게 하소서. 사랑으로 권한을 사용하며 당신의 뜻을 이루는 제자가 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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