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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대림4주간 화요일 - 이름이 불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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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nansimba] 쪽지 캡슐

2025-12-22 ㅣ No.186990

 

(Week 04. 기다림 속에서 완성되는 선물 / 임신 29–40주 / 대림 4주)

이름이 불리는 순간

#이름 #머무름 #존재의존엄 #생명존중 #기다림

 

루카복음 1,57-66은 요한의 탄생 이야기를 전한다.

 

긴 침묵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즈카르야는 아홉 달 동안 말을 잃은 채 살아왔다. 천사의 약속을 믿지 못한 대가로, 그는 침묵 속에 머물러야 했다. 아내 엘리사벳의 임신을, 날마다 커져가는 생명의 신비를 오직 눈으로만 지켜보았다. 말없이 그저 바라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다.

여드레째, 할례식이 있는 날. 사람들은 전통을 따라 아기에게 아버지의 이름 '즈카르야'를 붙이려 했다. 하지만 엘리사벳은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그 순간, 모든 시선이 말 못 하는 아버지에게 향했다.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또렷하게 썼다.

"그의 이름은 요한"

그 순간, 그의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렸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이름은 정체성이며, 사명이며, 존재의 의미다.

'요한'이라는 이름은 '하느님께서 은총을 베푸셨다'는 뜻이다. 이 아이는 조상의 이름을 잇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을 증언하기 위해 태어났다.

사람들의 관습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라 이름 지어진 첫 번째 존재.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은 사회적 관습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선택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대나 전통보다, 하느님께서 이 아이를 위해 정해두신 이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순종의 순간, 침묵이 끝났다.

 

임신 29주에서 40주 사이, 태아는 세상 밖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목소리, 아버지의 목소리, 가족들의 말소리를 구별한다. 이미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기억하고, 안정을 느낀다. 부모들은 아이와 교감하며 태명을 지어 불러주기도 한다.

이 태아에게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그 생명을 환대한다는 의미다.

 

"너는 우리가 기다려온 아이야. 너에게는 의미가 있어. 너에게는 사명이 있어."

모든 아기는 그렇게 이름을 받으며 이 세상에 초대받는다.

 

하지만 모든 생명이 이름을 받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생명은 이름조차 얻지 못한 채, 통계나 숫자로만 기록된다.

태어나기 전 사라지는 생명들,

"계획에 없었다"거나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생명들.

 

하지만 하느님은 태어나기 전부터 이름을 부르신다.

요한이 그랬듯, 예레미야가 그랬듯, 예수님이 그랬듯, 모든 생명은 태어나기 전부터 하느님께 불려진 존재다.

 

"내가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태중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성별 하였다." (예레 1,5)

 

하느님은 이미 그 생명의 이름을 알고 계신다.

즈카르야의 입이 열렸을 때,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찬미였다.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오랜 침묵에 대한 원망도 없었다.

오직 하느님을 찬미했다.

 

침묵의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듣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말을 잃은 동안, 그는 더 깊이 보았다.

아내의 몸 안에서 자라나는 생명,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은총, 모든 것이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 이루어짐을.

 

우리도 때로 침묵 속에 머물러야 할 때가 있다.

기다림이 길어지고, 약속이 보이지 않을 때.

하지만 그 침묵은 끝이 아니다. 준비의 시간이다.

대림시기는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요한이 세상에 이름을 얻었듯, 예수님도 곧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이름으로 오실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각자도, 하느님께 불려진 이름을 가진 존재다.

우리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도 아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친히 이름을 지어 부르신, 사랑받는 자녀다.

 

대림의 마지막 날들을 걸으며, 나는 묻는다.

나는 내 이름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실 때, 나는 그 음성을 알아듣는가?

 

침묵 속에서도, 기다림 속에서도,

하느님은 변함없이 우리를 부르신다.

그 이름을 듣고, 응답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이름을 주시는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

 

주님, 당신은 우리를 태어나기 전부터 아셨고,

우리의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우리는 우연이 아니라,

당신의 뜻 안에 존재합니다.

 

모든 생명이 이름을 받고,

환대받는 세상을 이루게 하소서.

 

침묵 속에서도 당신의 음성을 듣고,

당신께서 주신 사명을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제목을 입력해주세요. (11).jpg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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