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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간 토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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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흥미로운 강의를 하나 들었습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경쟁하면서 성장했고,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독점하면서 쇠락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는 경제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한국에는 같은 메모리 반도체를 두고 오랫동안 경쟁해 온 두 기업이 있습니다. 한 기업은 오래전부터 세계 시장을 이끌어 온 대기업이고, 다른 한 기업은 끊임없이 추격하며 성장해 온 기업입니다. 이 두 기업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왔고, 그 경쟁은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를 세계 정상의 자리로 끌어올렸습니다.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잘 나갈 때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늘 1등이라도 내일은 뒤처질 수 있다는 긴장 속에서 연구하고 투자하며, 위기가 오면 아프지만 결단을 내렸습니다. 경쟁은 편안하지 않았지만, 그 불편함이 기업을 깨어 있게 만들었습니다. 경쟁은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자신을 단련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반면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한때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품질도 최고였고, 시장 점유율도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잘 나간 나머지, 안주하게 되었습니다. 내부 경쟁은 사라졌고, “우리가 기준이다”라는 확신이 자리 잡았습니다. 변화의 신호는 늦게 읽혔고, 기술의 방향 전환에도 둔감해졌습니다. 독점은 안정감을 주었지만, 결국 생명력을 잃게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지 기업의 흥망성쇠를 말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안에는 신앙의 삶과 우리 본당 공동체를 돌아보게 하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성경 속 인물들의 삶과도 닮았습니다. 사울 임금은 왕의 자리를 지키는 데 집착했습니다. 다윗이 등장하자 불안해졌고, 그 불안은 질투와 폭력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울은 자리를 독점하려 했고,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는 왕좌는 붙들었지만, 하느님의 마음에서는 멀어졌습니다. 반면 다윗은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었지만, 자리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도망자의 삶 속에서도 하느님을 찾았고, 자신의 잘못 앞에서는 회개할 줄 알았습니다. 그의 삶은 늘 긴장 속에 있었지만, 바로 그 긴장이 그를 성숙하게 만들었습니다. 세례자 요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몰리는 관심을 붙잡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요한은 자리를 독점하지 않았기에, 하느님의 길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준 사람이 되었습니다. 본당 안에도 경쟁과 독점의 유혹이 있습니다. 어떤 직무를 오래 맡다 보면, 봉사가 어느새 ‘내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 일은 늘 이렇게 해 왔다”라는 말이 새로운 시도를 막기도 합니다. 편안함은 생기지만, 공동체는 조금씩 굳어 갑니다. 본당은 독점의 공동체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입니다. 누군가를 밀어내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를 깨우는 긴장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의견을 낼 수 있고,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으며, 때로는 실패도 허용되는 공동체가 살아 있는 공동체입니다. 경쟁은 공동체를 아프게 할 수 있지만, 그 아픔이 공동체를 성숙하게 만듭니다. 오늘 솔로몬은 하느님께 이렇게 청하였습니다.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솔로몬의 청을 들어주셨고, 부와 명예를 덤으로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너희는 그것들보다 더 귀하지 않으냐?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 그것들은 애쓰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은 성공, 권력, 재물, 명예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의 의로움을 드러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나의 쓰임, 재주, 본성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하느님께 무엇을 청하고 싶으신지요? “주님, 편안함에 머무르지 않고 복음 앞에서 늘 깨어 있게 하소서. 자리를 지키기보다 사명을 선택하는 용기를 주소서. 우리 본당이 함께 성장하는 살아 있는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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