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11-17 ㅣ No.142231

“To the Lake"라는 러시아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모스크바에 원인모를 전염병이 발생했습니다. 도시는 봉쇄되었고, 사람들은 전염병으로 죽어갔습니다. 도시는 약탈과 폭력으로 변해갔습니다. 전염병은 사람들의 품위와 인격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으로 멀쩡한 사람을 격리하고 죽이는 군인도 있습니다. 빼앗는 사람, 빼앗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질서와 법이 사라진 사회는 전염병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폭력과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옆집 이웃들과 함께 호수를 향해서 떠납니다. 호수는 가운데 작은 섬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호수가 얼어서 작은 섬으로 걸어 갈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예전에 작은 섬에 집을 지었습니다. 먹을 것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호수에 도착하면 전염병에도 안전할 거라고 하였습니다. 먹을 것이 있으니 전염병이 사라질 때까지 지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드라마는 호수로 가는 길에 생기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라마에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욕망의 바벨탑을 쌓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을 외면하고 몰래 도망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약탈하고 빼앗는 사람이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덮어버리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재기를 하던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남을 탓하던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드라마에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있습니다. 백혈병 환자의 약을 가져오기 위해서 위험한 도시로 가는 의사가 있습니다.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해 주는 의사가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현장에서 자원 봉사하였던 의료진이 생각났습니다. 간호사들이 생각났습니다. 중국에서 온 교민들을 위해서 기꺼이 생활치료 센터를 개방한 주민들이 생각났습니다. 굳이 호수를 가지 않아도 삶의 자리가 호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전염병은 조심하면 됩니다.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전염병 때문에 질서와 법이 무너질 필요는 없습니다. 전염병은 우리의 사랑을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전염병은 연대와 협력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인류의 이상과 가치를 보여 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추운 겨울이 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준비를 합니다. 두꺼운 겨울옷을 꺼내고, 김장도 하고, 난로도 준비를 합니다. 겨울이 춥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에도 언젠가 겨울이 올 것입니다.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우리는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합니까!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니고, 손해 보는 일이 아님을 나무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뭇잎이 그렇게 가을에 떨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도 언젠가 인생이라는 나무에서 떨어져야 하는 나뭇잎과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떨어지는 것을 슬퍼하기보다 떨어지기 전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떨어지는 것이 슬픈 것이 아니라 떨어질 것을 알고 준비하는 것이 참된 삶입니다. 그러한 믿음으로 부활의 태양은 떠오르고 새봄 새잎이 또 피어나는 것입니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014 11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