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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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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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11-19 ㅣ No.142276

매일 아침 샤워를 하면서 온수와 냉수의 물 조절을 하게 됩니다. 적당하게 조절이 되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게 됩니다. 온수가 과하면 물이 너무 뜨거워집니다. 냉수가 과하면 물이 차갑습니다. 열정과 냉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집의 난방도 다시 조정했습니다. 친절한 이웃의 도움으로 요일별, 시간별로 온도를 조절하였습니다. 고속도로에도 속도를 안내하는 표시가 있습니다. 최고의 속도를 제한합니다. 어느 곳에서는 최저의 속도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최고 속도를 위반하면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습니다. 최저 속도를 지키지 못하면 교통의 흐름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끔 뉴스에서 듣는 말이 있습니다. ‘분노조절 장애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습니다. 공든 탑을 무너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샤워기의 물 온도를 조절하고, 난방의 온도를 조절하고, 자동차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 어려운 것은 마음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동양에서는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을 중용이라고 합니다. 중용(中庸)에서 중은 희로애락이 발현되기 전의 상태라고 이야기합니다. 기쁨과 슬픔의 중간이 아닙니다. 분노와 즐거움의 중간이 아닙니다. 중은 가운데나 평균이 아닙니다. 모든 감정이 드러나기 전의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기에 중은 천하의 근본이 됩니다. 영성신학에서도 중용(Indiferentia)을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는 부귀보다 가난을 택할 수도 있고, 건강보다 질병을 택할 수도 있고, 장수보다 단명을 택할 수도 있는 것이 중용입니다. 이 역시 희로애락의 감정으로는 도달 할 수 없는 영적인 길입니다. 중용에서는 교육을 통해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넘어서는 도를 찾으며 그 과정을 화()라고 합니다. 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을 잘 돌보아야 합니다. 그것을 신독(愼獨)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늘 깨어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영적으로 깨어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중용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을 때까지 밤을 새워 들판을 머무는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중용은 일곱 번씩 일흔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는 자비입니다. 예수님의 중용은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희생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성전의 고유한 모습은 기도하는 집입니다. 더불어서 성전은 복음을 전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형제와 자매들이 친교를 나누는 곳입니다. 성전은 이제 예수님께서 당부하셨던 것처럼 나눔이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합니다.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 아픈 이들, 외로운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위로와 치유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희망의 빛이 퍼져나가야 합니다. 우리들 또한 거룩한 성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이 지친 삶에서 위로를 얻는다면,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이 복음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이 절망 중에서도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다면 세상의 어떤 성전보다도 거룩하고 아름다운 성전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미사를 통해서 성체를 받아 모십니다. 바로 우리들의 몸이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주님을 모시는 나의 몸과 마음이 주님의 뜻에 따라 충실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이 진정한 성전이고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분열과 갈등이 있는 곳, 욕심과 분노가 있는 곳은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여도 주님께서 원하는 성전이 아닙니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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