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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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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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02-15 ㅣ No.29885

작은 기쁨

 

 

 서울의 큰 성당에서 생활하는 동생 수녀님이 찾아왔습니다.

설날은 지났지만, 어머니가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에 인사차 왔습니다. 동생 수녀님은 저와는 거의 닮지 않았습니다. 키도 크고, 얼굴도 갸름하고 성격도 많이 다릅니다.  

본당 교우분들이 동생 수녀님을 보면서 저보다 낮다고 이야길 하십니다. 수도자로 생활한지 10여 년이 훌쩍 넘은 동생 수녀님을 보면서, 이제는 나의 동생이기 전에  내면의 수양을 쌓은 수도자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 한편이 뿌듯해집니다.

 

 오늘은 동창신부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작년 11월에 성당을 신축한 동창입니다. 주교님을 모시고 축성식을 하였는데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몇 년 동안 성당을 짖느라 고생하던 동창신부였습니다.  성당 설계도면 때문에 교구청엘 몇 번씩 다녀왔고, 바자회도하고 폐지도 모으고 무척 바쁘게 지낸 친구였습니다.  

 

 시골 성당에서 지내는 제가 생각이 났다고 하면서 후원금을 조금 보내겠다고 이야길 합니다. . 잠시 시간을 내서 친구를 생각해주고, 도움을 주겠다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신학교 때 함께 지냈던 그 젊은 날들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오늘 저녁때는 곰시에 사시는 자매님 댁에 '가정미사'를 갔습니다. 시골은 요즘이 가장 한가하기 때문에 가정미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수녀님 두분, 유스티나, 율리아, 율리안나, 카타리나, 마리아 자매님과 요셉, 다니엘 그리고 저까지 10명이 미사를 함께 지냈습니다. 가정미사를 하면 같은 동네에 사시는 교우분들이 함께 오시고, 작은 상에 제대를 차리고 가족처럼 둥그렇게 앉아 미사를 드립니다.

 

 미사를 마치고, 자매님께서 준비하신 떡국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었습니다. 시골이니까 닭을 잡던 이야기, 개 키우는 이야기, 농사짓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요셉 형제님은 자매님께서 아이를 낳기 위해서 친정엘 가셨기 때문에 요즘 혼자 집에 계십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냐고 물어보니, 아무 걱정 없다고 하십니다. 이웃에서 다들 식사 초대를 하시고, 오늘 미사에 오신 분들께서도 내일 아침은 자기 집으로 오라고 말씀들을 하십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리아 자매님께서 더덕으로 담근 술을 한 병 주십니다.  그 술에 자매님의 정성이 담겨있어서, 그 술에 넉넉한 시골의 인심이 있어서 돌아오는 길, 마음이 참 편해집니다.  

오늘 하루 작은 기쁨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작은 미소로 너를 부르리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우리 둘은 변하지 않아.

 

너를 사랑하기에 저 하늘 끝에 마지막 남은 진실 하나로

오래 두어도 진정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남게 해주오.

내가 아플 때 보다 네가 아파할 때가 내 가슴을 철들게 했고

너의 사랑 앞에 나는 옷을 벗었다. 거짓의 옷을 벗어 버렸다.

 

너를 사랑하기에 저 하늘 끝에 마지막 남은 진실 하나로

오래 두어도 진정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남게 해주오"  

 

 예전에 들었던 노래를 들어봅니다. 참 가사가 아름답습니다.

이 노래 말처럼 그런 사랑으로 하나가 된다면, 그런 사랑으로 살아간다면 늘 작은 기쁨이 넘쳐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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