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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 일자리를 떠나는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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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정 [cfran93] 쪽지 캡슐

2001-03-29 ㅣ No.18910

자신의 일자리에서 슬프게 떠나는 친구...

 

너무나 이쁜 친구가 있습니다.

마음씨도 착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부단히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아무리 안좋은 상황이라도 웃으면서 일하던...

그런데 아주 좋지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신이 2년 넘게 일하던 곳에서

책임자(?)가 바뀐 지 한 달도 안되어서 바로 어제 해고 통지를 받았고,

오늘 새로운 사람이 오니 인수인계하는 마지막 날이라는군요...

해고 사유란...

가슴이 떨려서 말도 나오지 않는 얼토당토않는 이유입니다.

그 일하는 곳이 단 한푼이 아쉬운 영세한 기업도 아닌데 그 사유란...

그 친구 하는 일은 윗사람 도와서 업무 좀 하고 심부름이나 좀 하고...

그렇게 부리기엔 너무 비싸다....

그리고 나이가 많고 집이 멀다?

 

그 친구는 28살이고 집은 일산 화정동입니다.

일터는 청량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일이 일반 직장에서 벌어져도

노동자의 인권문제 어쩌구 저쩌구 하여 들고 일어나야 할 판에

그런 일이 우리 교회 안에서 벌어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본당의 주임신부님이 바뀌거나 하게 되면 말이지요...

성당에서 일하는 사무장, 사무원, 관리장들은 봉사자가 아닙니다.

교회행정과 관리 보수를 담당하고

교회의 얼굴로 자부심을 가지고

정당하게 자신의 일한 댓가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하는 일이 단순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아주 전문적인 일이 아닌 이상에는 모든 일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교회에 뽑혀진 사람은

주님의 사람으로 부르심 받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교회에서 봉사를 원하면 아예 봉사자를 써야합니다.

아니 봉사자에게도 그렇게 박정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사람을 하찮게 여긴다고 밖에 생각되어 지지 않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곁에 있는 그 누구든지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이웃이라고

우리는 교회에서 배웠는데도 말입니다.

 

교회라고 해서 사람을 해고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타당한 해고 사유가 있으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괜히 하느님 사랑 운운하면서

업무 능력이 안되는 사람이나 정신적 또는 육체적으로 병을 가진 사람을 두어

교회의 큰 일에 지장을 준다면 그것은 당연히 해고사유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납득하기가 곤란한 상황입니다.

정의를 위해 앞서가야 할 교회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그 말미라도 쫓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일은 같은 일을 하는 본당 사무원들에게

너무나 큰 아픔이고,

일을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큰 타격입니다.

 

저는 작년 11월까지 그 인근의 이문동성당에서 사무원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자리를 옮겨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본당 사무원 일을 누구보다도 좋아했고,

주님 주신 일에 감사하며 2년 7개월을 일했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이런 소식들이 저를 무척 슬프게 합니다.

그리고 답답합니다.

지금 떠나는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음에

더욱 답답함을 느끼며,

단지 그 친구의 상처받은 마음이 하루빨리 회복되고,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 당연하지만  

행여 이 일로 교회와 멀어지는 그런 약한 사람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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