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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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1815]아이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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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03 ㅣ No.1816

 

자라면서 한때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더군요. 엄마가 밥을 안 준다고 하는 거짓말을 하는 꼬마도 봤습니다. 그 엄만 다른 건 몰라도 밥 안 먹일 분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영어로 dirty age라고 하던데 잘 안 씻으려는 시기가 있답니다. 그럴 때가 있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하다면 그저 ’나쁜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싫다’라고 하시기보다 왜 그러는지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하기엔 너무 벅찬 많은 윤리적 규제들이 혹시 댁의 아이에게 주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초등학교 4학년이 제대로 하면 얼마나 잘 하겠습니까?

 

얼마 전에 어느 잡지에서 보니까 각 대학 가정학과 교수님들이 모여서 궁중요리 전문가인 황혜성씨에게 강습을 받는 걸 보니까 교수님들이면 그 분야의 전문가일텐데도 황혜성씨에게 잔소리를 좀  들으시더군요....

교수님들도 그런 분들 앞에 서면 초보자일 뿐인데 심지어 살림을 10년 이상하고, 세상을 30년 이상 살아온 사람의 눈에 이제 겨우 10년쯤 산 사람의 행동이 번듯하고 마음에 든다면....그게 더 끔찍한 일 아닐까요?

 

씻기 싫어하고 이닦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매를 들고 닥달하며 씻으라고 하기보다 예쁜 수건을 사다준다거나 딸기향 치약을 사다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아이가 죽기보다 싫을 만큼 씻지 않으려고 하는 것만큼은 조금 피하는 선에서 달래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사실 한 번 안 씻는다고 죽지는 않거든요.... 이 한 번 안 닦았다고 그 다음날 이가 다 빠져버리는 것도 아니구요.

 

그런데 가끔 그런 부모님이 계신가봐요.

지금도 제 친구가 가끔 웃으면서 말을 하는데 어릴 때 이닦기를 싫어하니까 엄마가 그러셨답니다. 이를 안 닦으면 잇속에서 큰 벌레가 나와서 너를 잡아먹는다고... 무서움에 얼마동안은 이를 닦았는데 그 이후에 그게 사실이 아니란 걸 알게 되자 아주 솔직히 말해 엄마가 우스워보이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때리는 게 꼭 나쁜 건 아닌데 아이에게 치명적인 일이 될 사건이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었다면 때리시기보다는 아이가 안 하려는 이유를 찾아보시거나 좀더 재밌게 씻고, 그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저도 숱하게 맞고 컸는데... 그게 그다지 도움이 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맞은 건 잊어버렸는데 가끔 왜 잘못했는지 모르고 맞은 건...지금도 별로 기억이 안 좋거든요.

 

더 중요한 건...

아이가 엄마에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보통...엄마가 만드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이는 싫은데 엄마는 하라고 하고 ’이거 안 하면 엄만 너 사랑하지 않을거야’라고 하면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한대요. 저도 자라면서 수없이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똑같으셨으니까요.

 

그리고 가끔은.... ’이유가 뭐야?’라고 다그치실 때 이유가 생각 안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자꾸 다그치시죠. ’이유를 대. 이렇게 했을 땐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똑바로 말 못해? 솔직히 말해...’

이렇게 되면... 방법은 단 하나....거짓말 뿐입니다. 솔직함을 이해해주지 않을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딸아이가 엄마의 파우더를 몽땅 쏟았습니다. 아니면 아들이 아버지의 고가품 면도기를 망가뜨렸습니다. 어른들은 야단치면서 이유를 물어봅니다. 아이들의 이유는 단순합니다. 파우더 향이 좋아서, 아니면 엄마처럼 발라보고 싶어서.. 면도기 돌아가는 안이 궁금해서.... 하지만 아이들은 그 이유를 대면 어른들의 화에 기름을 붓는 것이 된다는 걸 무의식으로 압니다. 이미 어른들은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야단치기 위해 이유를 물어본다는 걸 아이들이 아는 거죠.

그러면...............거짓말을 합니다.

 

예수님은 어린아이들 같아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하셨는데도 우리는 아이들을 어른의 축소판으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운 일곱살, 죽이고 싶은 열살이라던데 그즈음에 해당되는 아이... 너무 나무라시기보다는 그만큼이라도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합니다.

 

예전에 텔레비젼에 나오셨던 목사님 생각이 납니다. 부인이 미스코리아 출신인 아주 미인인 분이셨죠. 그런데 이분들이 정신지체 장애아를 여러 명 키우며 사시는 겁니다. 그 목사님은 꼭 말씀하실 때 부인에게 꼭 존경을 표했고, 부인 역시 재벌집 부인보다 훨씬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때 그 부인이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한다, 말을 안 듣는다, 말썽을 부린다고 고민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어디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기만 해도 큰 은총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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