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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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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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4-13 ㅣ No.171458

[부활 제2주간 토요일] 요한 6,16-21 "그들이 예수님을 배 안으로 모셔 들이려고 하는데,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아주 적은 양의 음식으로 오천명이 넘는 군중들을 배불리 먹이신 다음에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예수님께서 ‘빵의 기적’을 통해 전하고자 하신 메시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군중들은, 그분을 통해 세속적인 욕심을 채우려고 듭니다. 예수님을 억지로라도 자기들의 ‘왕’으로 모시면 그분께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해결해 주시리라 기대했던 겁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사람들의 그런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었기에, 예수님은 그들에게서 벗어나 홀로 높은 산에 오르시어 그곳에서 아버지의 뜻을 구하며 기도하시지요. 그리고 그로 인해 제자들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스승님께서 내려오시지 않자, 자기들끼리 먼저 호수 건너편으로 가 있으려고 배를 타고 길을 나섰는데, 뜻하지 않게 거센 풍랑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 풍랑은 북쪽에 있는 헤르몬 산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과 서쪽에 있는 지중해에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이 마주쳐서 생기는 강한 ‘맞바람’이었습니다.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운 어두운 밤에 깊은 호수 위에서, 거센 두 바람이 만들어내는 맹렬한 풍랑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그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공포가 얼마나 컸을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하게 되었을지 알 것도 같습니다. 양쪽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배는 이리저리 크게 휘청거리고 높은 파도로 인해 배 안에 물이 가득 들어차서 당장이라도 배가 가라앉을 것만 같았겠지요. 게다가 스승님마저 함께 계시지 않으니 ‘이러다 물에 빠져 죽겠구나’하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던 그 때 예수님께서 홀연히 나타나시어 그들 곁으로 다가가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그토록 기다리던 예수님께서 오시는데도 그분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자신들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그들이 느꼈던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날이 어둡고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그분을 유령으로 오해한 것일까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표징’과 ‘상징’을 중시하는 요한 복음사가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그가 드러내고자 했던 보다 심오한 영적 의미가 있다고 봐야하는 겁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실 땐 보통 ‘십자가’를 지고 오십니다. 그래서 주님을 내 안에 받아들이려면 그분이 지고 계신 십자가까지 함께 감당해야 하지요. 그런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그 십자가로 인해 내가 얼마나 큰 고통과 시련을 겪게 될 지 예측할 수가 없어서, 그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본능적으로 주님이 나에게 오시는 것을, 그분을 내 안에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주님이 지고 계신 십자가는 내가 온전히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감당할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주님을, 그분께서 건네주시는 십자가를 기꺼이 내 안에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면 될 뿐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지요. 그들이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주님을 자기들이 탄 배 안에 모셔들이려고 하자, 그들이 탄 배가 ‘어느 새’ 그들이 가려던 목적지에 가 닿았습니다. 주님을 위해 십자가를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마음을 품으면, 그걸 감당할 힘은 주님께서 주십니다. 그런 주님과 함께라면 아무리 큰 고통과 시련도 ‘어느 새’ 지나가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 하는게 신앙생활이고, 주님을 내 안에 모시고 사는 이유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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