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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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날 아침, 성당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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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정 [annateresa] 쪽지 캡슐

2002-10-29 ㅣ No.41851

그저께 주일날 아침,

오랜만에 경건한 마음으로 미사를 드렸습니다.

간단한 성가대 회합을 마치고 나와

성당 문앞에서 서로 잘 가라는 인사들을 하고 있는데

웬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슨 전단지를 나눠 주더군요.

 

명동 성당의 공권력 투입을 허용한

신부님들과 가톨릭 교회를 규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가슴이 서늘하더군요.

이제 한 동네의 평화로운 작은 성당 앞에까지 와서

어쩔 수 없이 아픈 결정을 내려야만 했던 우리 가톨릭 교회와 사제들을,

보다 더 귀중한 것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의 아버지를 욕하고 매도하는

그런 전단지를 자녀인 우리 손에 쥐어 주는군요.

 

제발 그만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든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도와주는 사람의 뺨을 치고 욕설을 해대면서 계속 도와달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건 이미 도움 요청이 아니라 강탈이고 협박입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 특히 명동 성당은

너무나 오랫동안 부당하게 당하고 피를 흘리면서도 참아 왔습니다.

진정한 약자를 위해서라면 소신과 긍지라도 느낄 수 있겠지만  

현실의 노조란 결코 진정한 약자라고 볼 수 없기에

더 이상 받아들이고 참는다는 것은 오히려 옳지 않다고 봅니다.

 

교회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도 갖추지 않고

성직자와 수도자를 욕하고 우롱하고 때로는 폭력까지 행사하고

성당 마당을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그들

제발 그만하고 나가 달라고 아무리 부탁해도 묵살해버리고

여전히 자기들의 문제만이 가장 소중한 그들,

대화라니... 과연 정상적인 대화라는 것이 가능한 상황일까요?

 

저는 어째서 명동 성당의 공권력 투입이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군요.

성역이기 때문에, 노조는 들어와도 되고 경찰은 들어오면 안되나요?

그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지요.

성역을 모욕하고 더럽히면서도 끝까지 나가지 않고 버틴 것은 노조, 그들입니다.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더럽혀지고 난장판이 되어 버린 성역을

회복시키고 지키기 위함입니다.

경찰이 얼만큼의 폭력을 사용했는지 잘은 모르지만,

그것은 이미 자행되고 있었던 더 큰 폭력을 멈추게 하고 막기 위한 것입니다.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명동 성당을 생각하면 눈물이 고입니다.

이제 그만 그들이 미련을 버리고 떠나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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