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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일반 직원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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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미 [elvila] 쪽지 캡슐

2003-03-05 ㅣ No.49252

이름 : 박덕균 [PADSKH]  조회: 16, 줄수: 12   (mbc게시판 펌글)

 

저는꽃동네일반직원입니다.읽어보세요.좀글이깁니다...   

 

저는 꽃동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반직원입니다. 오신부님 추종파(?)도아니고 더군다나(?) 천주교 신자도 아닙니다. 굳이 밝히자면 기독교(개신교)신자입니다.

전 96년인가 대학교 2학년 방학때 우연히 꽃동네에 봉사하러 갔다가 꽃동네와 인연을 맺어 학교다닐때는 봉사자로 지금은 일반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신부님을 비롯해 많은 수도자들(수녀님,수사님)을 알고 있고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는(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폭넓고 객관적이면서도 깊게 꽃동네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 역시 뛰는 가슴으로 PD수첩을 지켜보았습니다. 행여나 했는데 역시... 심한 이야기들이 오고가는군요... 제 개인적인 견해를 먼저 밝히면 오신부님은 잘못을 지적받아야하는 부분들도 많은 분이지만 이런식으로 비난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PD수첩에서 비추어졌던 많은 실망스러운 부분들... 여러분들이 가장 치를떨며(?) 보셨던 계좌번호 불러주는 장면같은 부분도 전 이해한다고 할순 없지만 용서는 됩니다. 왜냐구요? 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행동들을 용서할 수 있냐고요? 그건 오신부님 마음을 잘 알고 있기때문입니다. 오신부님 마음은 오로지 하나 꽃동네 가족을 위하는 마음 하나뿐입니다.이건 결단코 진실입니다. 여러분들은 결코 아니다!받아들일수 없다고 말씀하시겠지만 제가 오신부님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대하면서도 그분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단 한가지 이유는 그분 마음에 중심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 압니다... 방법은 틀렸지요...아니 어쩌면 몰랐다는 말이 더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땅을 사며 형제들의 명의를 빌리고 그것이 그들 손에서 도용당하고 무조건 시설을 확장하고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다 이해가 안되시고 용서가 안되시겠지만 그건 정말 방법상의 잘못, 운영상의 잘못, 불우한 시대가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누군가 방송중에 그러더군요.. 수용인원이(이 수용이란 단어 정말 싫습니다) 4000이나 되는데 어찌 그들 손 하나하나 잡아줄 시간이나 있겠냐구요... 전 지금 꽃동네에 속한 노인시설에서 근무합니다. 물론 자주는 아니지만 오신부님이 저희 시설에 오시면 꼭 한분한분 손을 잡고 축복의 기도를 해주십니다. 그 오신부님과 두손을 잡고 바라보시는 90대 할머님들의 촉촉한 눈가를 그분도 보셨다면 아마 그런 식으로는 말씀 못하실겁니다...오신부님은 다른 것은 몰라도 가족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는 ’초심’그대로 이십니다.

 

휴... 제가 무조건 오신부님을 옹호한다고 또 욕들하시겠군요... 그럼 딴얘기를 좀 해볼께요. 재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방송중 가족들의 재활이 등한시 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맞습니다. 다른 소규모 시설들에 비해 재활쪽이 약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방송에서 일방적으로 확장에만 연연해 질적인 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여러분들이 한가지 알아야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꽃동네는 전국 생활시설 어느곳보다도 가장 건강이 안좋으신분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제가 표현을 얌전하게 해서 그렇지 실질적으로는 안타깝게도 다른 시설에서조차 모시기 싫어하는 오도가도 못하는 분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전문가서생님들은 소규모 시설에 연연하시는데... 만약 정원이 50명인 무료양로원이 있다고 합시다. 그럼 그 정원이 다차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론 모든 시설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건강하신분, 모시기 쉬운분 위주로 받습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국고지원이나 후원금은 뻔하고 일손등은 항상 빠듯한데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모시기 쉬운분들을 받지요... 결국 그렇게  소외받는 분들이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 꽃동네입니다. 그러려고 꽃동네는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생활하시는 분들 건강 상태는 정말 여러분들이 화면에서 보신바와 같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저도 시설에서 재활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말로 어렵습니다. 사실 재활보다는 당장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대소변받아내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벅찹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부분이 약했었다는 것, 아무리그래도 노력해야한다는것은 어쩔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시설마다 재활담당 사회복지사를 채용하고 있고 물리치료 등 삶의 질 향상에도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현도사회복지 대학교를 설립한것도 바로 그런 전문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고요.

 

한가지 예를 들께요. 제가 첨 꽃동네와 인연을 맺은 것은 천사의집이라는 장애아동시설을 통해서 입니다. 96년이지요.. 그때만해도 정말 심했습니다. 아이들이 대부분 복합장애를 가지고 있는 중증장애아동 이었지만 노인시설과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먹이고 입히고 놀아주기에만 바빴지 재활이나 교육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한두가지씩 생기도 변화하였습니다. 물리치료실이 생겨 아이들 재활을 시작했고 조그마한 공부방이 생겨 우선 공부가 가능한 아이들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또 나이가 찬 아이들은 인근 초등학교 특수반에 입학해 공부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아십니까? 아예 특수학교를 설립해 아이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정규교육의 혜택을 받고있습니다.  특수학교설립도 어떻게 보면 시설확장이지요.. 하지만 그런 결단과 투자가 없었으면 아마 그 아이들은 대부분 정규교육을 받기란 힘들었을것입니다. 6,7년전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발전이지요. 이렇듯 꽃동네는 조금씩 바뀌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올바른 투자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들은 결코 이번 사건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성과 자각에서 기인하였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휴.. 이야기가 넘 기나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키보드를 두들겨보았는데... 다시 읽어보면 못올릴 것 같아 그냥 두서없는글 올립니다. 전 너무나 우리 꽃동네 가족들을 사랑합니다. 그분들 한분한분을 섬기며 평생 살고 싶습니다. 이번일로 꽃동네에 실망하신 분들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감히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더 중요한 것을 봐주세요. 외형상의 허물이나 잘못이 아닌 마음의 중심을 봐주세요. 잘못된 부분들은 바로잡아나가면서도 이 안에 평온히 존재하는 사랑만큼은 더욱더 빛을 발할수 있게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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