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자유게시판

사제가 거짓말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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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관 [gabie] 쪽지 캡슐

2002-07-15 ㅣ No.36149

저는 안면도에 와서 산지 2년째입니다.

그래서 작년에 이어서 올해 여름이 저에게는 안면도의 두 번째 여름입니다.

안면도 성당의 사목자로서 여름철이 되면 저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주일 미사 문제입니다.

 

우리 안면도 본당의 교우들께서는 평소 주일미사에 대략 30-40명 참석하시는데, 대개 4-5Km의 먼 동네에서 농사짓는 노인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곳 시골 시내버스를 타고 오시지요. 버스시간에 맞추어 주일미사 시간을 오전 10시 30분으로 하고 있지요. 그런 분들이기 때문에 주일(일요일)의 이른 아침에는 성당에 오실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안면도 성당의 주일미사는 오전 10시 30분의 1회뿐입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오후 3시에 본당에서 15Km 거리의 누동리 공소에 주일미사를 봉헌하러 갔습니다.

그리고 오후 늦은 시간(저녁)의 미사에는 참례하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습니다.

 

주일 오후의 누동리 공소 미사를 올해(2002년)에는 격주로(매월 첫째 및 셋째 주일에) 봉헌하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누동리 교우들께서도 한 본당 소속감으로 본당의 주일미사에 격주로 참례하시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누동리 공소의 오후 미사를 봉헌한 다음에는 그곳 교우들과 나눌 이야기가 있던지 또는 돌아오는 길에 방문할 가정이나 교우들의 일터를 둘러보며 오느라고 본당에 늦게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본당의 저녁 미사가 없기 때문에 느긋하게 이곳 저곳을 들를 수가 있지요.

 

그런데, 여름철의 주일 오후 공소 미사 후에는 제가 곧장 본당으로 돌아옵니다. 까닭은, 혹 피서객 신자 분들께서 성당에 오실까 해서입니다. 여름철에 휴가 오시는 분들 가운데 도시 성당처럼 주일 저녁 미사가 있는 줄 아시고 간혹 찾아오시던가 전화로 미사시간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작년(2001년)에 안면도 본당이 출범하여 제가 안면도의 여름철을 처음 경험하게 된 저는 그래서 피서 오시는 분들을 위한 주일미사 시간을 어떻게 정해야할지 이곳 안면도의 공소시절부터 사셨던 교우들께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특히 민박집 신자 분들에게 의견을 물었었지요. 전부터 민박집을 운영하여오신 분들께서 여름철 피서객들의 사정을 대략 아실 것 같아서 특별히 그분들의 의견을 참고하려 했던 것입니다.

제가 고려하고 싶은 것은, 주일의 아침 미사 혹은 저녁 미사 중에 어느 시간의 미사가 피서객들께 편리할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저에게 의견을 주시는 분들께서는 대부분 저녁 시간보다는 아침 시간이 편리할 것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왜냐면, 피서객들께서 오후에는 대개 밤 시간 프로그램을 생각하시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끼리끼리 한 잔 하실 생각, 해변 불꽃놀이 생각, 단체의 캠프파이어 등등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작년 여름에는 주일 아침 6시의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었지요. 그러나 그 아침 미사에 오시는 분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매번 준비하고 기다렸지만 오시는 분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간혹 저녁 시간의 미사가 왜 없느냐고 찾아오셔서 또는 전화로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주일 저녁 미사를 작년 여름에 몇 번 봉헌한 일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두세 분 또 어떤 때는 네댓 분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지요.

 

작년 여름의 그런 경험을 기억하면서 올해의 여름에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가톨릭신문사의 기자한테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안면도 성당의 미사시간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작년 여름의 사정을 설명했지요. 그러면서 그 기자에게 반문했지요. 일반적으로 피서객들에게 편리한 시간대가 언제일까 하는 반문이었지요. 그 기자의 대답으로는 역시 저녁 시간대란 피서객들의 밤놀이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니, 아침 시간대가 편리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침 6시는 좀 무리라는 것입니다. 전날 밤의 즐거웠던 시간으로 늦잠을 주무셔야 하는 것이 아마 피서객들의 공통점일 거라는 기자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여름철 주일 미사를 아침 7시에 피서객들을 위해 봉헌하기로 했지요. 그래서 안면도 성당은 주일에 오전 7시와 10시30분의 미사가 봉헌된다고 가톨릭신문은 피서지 성당들의 주일미사 시간 안내 난에 보도했습니다. 누동리 공소의 격주 오후 3시 미사시간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지난 6월 30일(주일) 저녁에 성당에서 성무일도 저녁기도를 마친 후 내려와서 식사 준비를 하느라고 사제관 부엌에서 서둘러 요리를 하고 있는데 우리 ’태풍이(풍산개)’가 요란하게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시간이 오후 7시 15분인가 그랬습니다. 저는 그 때 반바지 차림이었기 때문에 하반신을 보이지 않으려고 현관으로 나가지 않고 창문을 열고 내다보았습니다. 서울서 오셨다는 젊은 교우 형제 님 두 분이 저녁미사 없느냐고 질문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낚시질하시다가 시간이 늦어 그 시간에 성당을 찾아오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녁미사 없는 사연을 설명하는 저의 대답을 듣고 그분들은 "가서 대송 바쳐야겠네요" 하면서 자동차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부엌으로 가서 다시 요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우리 ’태풍이’의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시 창문 밖을 내다보니 이번에는 다른 분들이 찾아와서 저녁미사 없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어린이 3명과 함께 오신 두 쌍의 부부였습니다. 부천에서 오셨다는 것입니다.

저녁미사 없는 사연을 저는 또 그분들께 설명했지요. 그러자 오늘 저녁 주일미사 없으면 내일 월요일 아침미사는 없느냐는 반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월드컵 기념으로 그 다음날인 7월 1일(월요일)도 공휴일이라서 안면도에 쉬러 와서 민박하게 되었는데, 주일미사 참례를 하지 못했지만 월요일 평일미사라도 참례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말씀을 하는 그분들을 차마 주일미사 궐하게 만들기란 딱한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좀 전에 성당 올라오시면서 다른 자동차 내려가는 것 보지 못했느냐고 제가 물으면서, 그분들 되돌아오도록 쫓아가서 붙잡을 수 없겠느냐고 했지요. 그 차를 보긴 했지만 이미 따라잡을 수 없을 거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그 두 쌍의 부부와 어린이, 이렇게 7명과 미사를 봉헌하는 동안, 앞서 "가서 대송 바쳐야겠네요" 하며 돌아가 버린 두 분 생각으로 저는 내내 마음이 무척 괴로웠습니다. 이렇게 결국 미사를 봉헌하게 될 것이었는데, 그 두 분에게는 제가 본의 아니게도 거짓말을 한 꼴이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 두 분을 만날 수 있다면 용서를 청하고 싶습니다. 혹시 그 두 분께서 우리 안면도 성당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신다면 그 날 거짓말이 되었던 저의 대답을 용서해 주시길 빌고 싶습니다. 그리고 행여나 이 자유게시판에서 그 두 분을 만날 수 있다면 이러한 저의 사과를 받아주시리라 기대를 해봅니다.

 

본의 아닌 그 거짓말을 괴로워하면서 그 다음 주간에 우리 안면도 성당의 홈페이지 [미사시간안내]난을 고쳤습니다. 그 내용은 ’주일 저녁(오후) 7시 30분 미사’를 요청하시는 분들 계실 경우에 봉헌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면도에 여름 휴가 오실 계획이신 형제 자매님들께서 참고하시도록 저의 그 6월 30일 사건을 실토하는 기회에 아래와 같이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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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성당 미사 시간 안내

 

토요일 특전 미사 :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주일 미사 : 일요일  오전  7시 (7-8월 : 피서철에만 해당)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일요일  오후  7시 30분(요청 시 미리 연락바람)

 

평일 미사 : 월요일  오전  6시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수요일  오전  6시

            목요일  오후  7시 30분

            금요일  오전  6시

            토요일  오전  6시

 

누동리 공소 주일 미사 : 매월 첫 번째 및 세 번째 일요일 오후 3시

 

고해성사 안내 : 매 미사 전 30분간

 

참고 사항 :

 

1. 토요일 특전미사에 우리 안면도 신자 분들 중에 참례하시는 분들이 거의 계시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토요특전미사는 사실상 주말 휴가로 오시는 분들을 위한 미사입니다.  그 토요특전미사에 참례하시길 원하시는 분들 가운데 오르간 반주하실 분이 계시면 미리 연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참례하실 분들께서 직접 전례 담당을 하시기 바랍니다. 독서와 성가를 담당하시고 함께 오는 어린이가 있으면 복사를 할 수 있지요. 물론 어른께서 복사하시면 더더욱 축복스럽겠지요!

 

2. 주일(일요일) 아침의 7시 미사는 7-8월의 피서객 신자 분들을 위해서 한시적으로 계획되어 있는 미사 시간입니다. 이 시간의 미사도 우리 안면도 본당 신자 분들 참례자가 계시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참례하실 분들께서 전례를 담당하시기 바랍니다.

 

3. 주일(일요일) 저녁의 7시 30분 미사는 미리 요구하신 분들이 계실 경우에만 봉헌하는 미사입니다. 전화(041-673-1071)로나 혹은 이메일 또는 우리 성당 홈페이지 [게시판](이야기 마당) 혹은 방명록에 미리 요청해주시면 미사 준비를 하고  기다리겠습니다.  하루 전(토요일)까지 연락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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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7월 13일)의 토요특전 미사엔 자매님 한 분 오셔서 둘이서만 미사를 봉헌했지요. 그리고 어제(7월 14일) 오전 7시 미사에는 4분이 오셨는데 저녁미사시간(오후 7시30분)에는 미리 연락하신 분도 계시지 않았고 아무도 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에 기다리면서 그리고 이번 여름철의 주일 오후 7시 30분 미사를 봉헌하게 될 때마다 저의 마음은 지난 6월 30일의 그 두 분 생각으로 계속 괴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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