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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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본당 신부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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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3-04-23 ㅣ No.51394

               

               

     

     

     

    나는 본당 신부로서라기보다는 자식 노릇 하면서 살고 있는 셈이다.

    농촌에서 희망을 찾지못한 젊은이들이 너도 나도 도시로 떠나자

    차마 문전옥답을 버릴 수없는 노인들만 집을 지키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비록 이런 상황이긴 하지만 부임 초기에는 그래도 성가도 가르치고

    반모임과 성서공부를 시키면서까지 재교육을 해봤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1년에 20명 세례를 주면 30명 이상이 이사를 가버리고

    주일 헌금도 10만원 내외 교무금은 한달에 천원 2천원씩 내는

    상황이라 애초에 본당사목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본당의 실정에 맞게 할아버지 할머니 교우들을 위해서

    본당 신부로서보다는 자식 노릇을 하며 살기로 한것이다.

    그후로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어떤 자식들 보다도 먼저 달려가 병원에 입원도 시켜드리고

    명절에는 과일이나 고기를 사가지고 방문도 한다.

    외지로 나간 자식들이 오지 않는다고 섭섭해하는 할머니에게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용돈도 드리고 위로도 드린다.

    일년에 두번 온천 효도관광을 시켜드리고

    작년에는 제주도까지 효도관광을 다녀왔다.

    .......이렇게 해서 성당에 다니는 것이

    유일한 낙인 노인 교우들에게 본당은 노후의 안식처이자

    마음의 고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쓸쓸하게 지내던 노인 교우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삶에 활기가 넘친다. 이제야 나는 본당 신부로서 제 역할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신자들이 늘어나지는 않더라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신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본당 신부는 지역과 시대의 특성에 맞게 사목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체험하게 되었다.

    이제 교우들은 물질이 풍족 하거나 부족 하거나

    정신적으로 자신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목자를 바라고 있다.

    예수님은 이미 "내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라온다." 라고

    목자상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는가...!

    <야곱의 우물에서>

     

    + 소박한 시골본당 신부님 이야기네요.

    아름다운 신부님이시구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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