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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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보구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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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0-09-30 ㅣ No.14222

 엄마!

시간의 흐름을 알고 싶으면 자기의 나이에 곱하기 2를 해보면 안다고 하데...

48 * 2에서 멈춘 엄마의 시간의 흐름으로 엄마는 항상 이제 나보다 더 젊은 엄마의 모습으로 남아있겠지...

 

일년 사계절 가장 좋은 때를 고르라며 봄에는 동틀 무렵이,여름에는 한 밤중이 ..가을엔 황혼녁이 아름답다고하고 겨울엔 새벽이 아름답다더니 지금은 황혼녁이 더 아름답게 깊게 물드니 가을인가봐..

 

 엄마! 가을이 오는 이즈음엔 엄마가 더 보구 싶어져...

이때 우리가 헤어졌었으니까..

 일년에 한번 아니 십년에 한번이라도 검사를 했으면  그런것은 병두 아니라던데..

너무나 조용하고 부끄럼을 잘 타시더니 산부인과 한번 안가보시다가 결구 병을 키워 진단이 나왔을때 내 뱃속의 아이출산예정일과 의사가 예견한 엄마의 사망 예정일이 같았쟌아..

 

 두 모녀가 똑같이 배가 불렀는데 엄마 배는 마지막을 예견하며 불러지는 절망의 배였고 나는 새로움의 탄생을 알리기 위한 불러지는 희망이라는 배라 둘다 할말은 많아도 아무 말 못했지.

 벽에 걸린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컷고

천장의 연속 사방 무늬의 그림을 가만 손가락으로 방바닥에 수 없이 그리기만 했던..... 할 말은 많아도 어쩔수 없이 한 마디도 못하고 마음으로만 눈으로만 말을 했던 침묵의 시간들.. 그리고 정지된 화면

 

 가을이 깊어지려는 날!

결국 배가 부를때로 불러있는 나에게 엄마는 하얀 상복을 입혀주었지..

 그래도 먼저 가는게 산후조리 하는데 도움이 되겠다구 생각하셨우?

 

 남들은 다 삼오제라 엄마 있는곳에 갔는데 나는 가보지도 못하고 혼자 산부인과로 아기 나러 갔었지...

울지 않았어..

남은 죽기도 하는데 이깟 아기 낳는게 뭐가 힘들어 하고.....

 소리도 안질렀어...

엄마가 아픈것 참는것 일년을 보았으니까...

엄마가 병중에서도 남의 집에 시집 갔으니 대를 이어 주어야 할텐데 하고 걱정해주더니 난 아들을 낳았지..

 

 그런데 울보를 낳지뭐야...

엄마가 아파서 내가 우울했던지 아이가 울보라우...

 

 엄마!

난 그때 아버지의 52살이 젊은 나이인줄 정말 몰랐어요

내가 결혼을 했었으니까 아버지는 할아버지인데 뭔 재혼인가 했어..

 

 그리고 얼마나 엄마와 아버지 사이가 좋았었우?

남들이 맨날 잉꼬부부라고 할 정도인데 ..

그리고 아버지의 엄마 병 수발은 어땠구..

정말 엄마가 가시고 아버지도 어찌 되는줄 알았어.

삼남매인 우리중에 또 동생이 군대애 가야했고 여동생도 결혼 날짜를 잡고보니 넓은 집에 정말 아버지 혼자가 되셨지뭐야..

 

 어느날 골목길에서 아버지를 만났지..

선술집 냄새가 나기에 어디를 다녀오셨냐고 했더니 강가에 가서 철새들의 모이를 주고 오셨다며 주머니에서 남은 수수, 보리를 꺼네주시데...

 

 술에 취해 누우신 아버지를 챙겨드리고 윗목에 있는 노트가 뭔가 하고 보니 아버지의 일기장이였어...

바람이 불어 문이 덜컹거려도 아내가 온것만 같다고 ...

 

 다음날 아버지는 먹을 가셨지

가훈이 바랬다고 다시 써야겠다시며 진하고 힘차게

"백절불굴의 의지로 살자" 를 다시 쓰셨다우..

첨엔 그 말을 가훈이라고 하실땐 촌스럽다,. 너무 길다하고 궁시렁 거렸던 내가 아니유..

다시 가훈을 쓰시는 아버지가 고마웠어 ..엄마.

 

 그런데 지금도 잊지 못할 일이 있어...

엄마의 오빠인 외 삼촌들이 아버지에게 선을 보라고 하신일 .

 그런데 그 쪽은 나이가 많을뿐이지 결혼을 안해본 분이라고

해서 상대방의 배려로 큰 호텔로 아버지 선을 보러갔었지뭐유

아버지가 딸의 선을 보러 가는데 가신게 아니라 아버지 선을 보러 가시는데 딸이 대표? 로 간거지.

미리 가서 기다리는데 엄마는 아버지랑 이렇게 좋은곳에 한번이라도 와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언제나 검소하고 소리없이

웃기만 했던 엄마 생각이 더 나더라..

아버지의 선을 보러 온게 아니라 조금 있으면 저 문을 열고 우리 엄마가 다시 살아 환하게 웃으며 여긴 웬일아냐 며 우릴 반길것 같은 .. .. 다시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쳤어.

엄마,그나이 먹도록 난 미어진다는게 뭔가하고생각했는데

그때 내 마음이 아픈게 미어진거였을꺼야.. 아마~

찬바람이 불면 엄마 생각이 더 나더라구..

이맘때 얼마나 힘들어 했었우...

우리가 죽으면 저 세상에서 만난다고 이승에서 말하지만 저승에서 다시 돌아온 사람이 없으니 그걸 어찌 믿겠어...

 엄마가 가기 몇달전 초하루 보름 막걸리 사놓고 부엌에서 빌었던 엄마가 이젠 믿을께 하느님 뿐이 없는것 같다고 했는데 하느님을 어떻게 해야 믿는지  찾아야 하는지 알수가 없어서 아름아름 우리 엄마가 하느님 믿고 싶데요~ 하여  동네 이웃분들에게 말씀 드렸더니 천주교에 다니시는 분들이 오셔서 조용히 기도해주고 마리아라는 본명으로 대세를 주고 가셔지.

 엄마는 그때 이랬쟌아..

 "이렇게 조용히 믿고 싶어 ..."

 기도문에 영원히 삶을 믿나이다 이말이 엄마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말이되었어..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

 

  늘 힘차게 아멘 한다우 난....

 

 엄마 ~

 정채봉이란 시인도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이런 시를 쓰셨더라구..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 5분만 온데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엄마 ...

 이 詩 보구 슬픔은 참을 수 있었지만 나오는 눈물은  참을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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