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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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통 받고 있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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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원 [ktw7519] 쪽지 캡슐

2011-07-15 ㅣ No.8402


부산광역시 중구 대청동에 있는 <가톨릭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오른발은 압박붕대로 칭칭 처참하게 묶여져 있고 골수암으로 오늘 대수술할 예정입니다. 오랜 토굴생활로 인한 불규칙한 식사로 영양실조인 상태로 지난 밤에는 항상제 부작용으로 40고 고열에 얼굴과 눈이 퉁퉁 부어서 한 숨도 자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곁에 늘 말없이 살아계신 당신의 사랑으로 이제야 겨우 안정을 취하고 권태원의 아침편지를 병상에서 집필하고 있습니다. 351호 우리 병실에는 6명의 환우들이 친형제 이상으로 그리스도 형제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병문안 온 손님들의 맛있는 음식들도 함께 나누며 초대교회 공동체 정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기도생활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나서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사랑과 용서, 희망과 가난한 봉사의 실천이 무엇인지를 체험했습니다.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뒷모습이 왜 아름다운 것인지도 알았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보물보다 더 좋은 것인지 왼쪽눈을 실명하고 나서야 체험했습니다. 두 눈을 주어도 고마운 줄 모르고, 두 발을 선물했음에도 당신의 뜻을 실천하지 못한 것을 뼈 속 깊이 깨달았습니다. 용서하소서. 오늘 하루도 내 입술 속에서 나온 너무 많은 말들을, 내 가슴 속에서 나온 부끄러운 고백들을. 들꽃처럼 살게 하소서. 기쁠 때는 눈을 감고 당신을 향해 기도하고, 외로울 때는 슬픔의 힘으로 당신의 이름을 부르게 하소서.

기도하게 하소서. 산다는 일일 진실로 부질 없을 때, 당신을 내 몸처럼 온전히 사랑하지 않을 때 또다시 당신 앞에서 눈물의 힘으로 사랑의 시를 쓰게 해 주십시오. 용서와 평화의 시를 당신에게 바치고 해 주십시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당신을 소유한다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당신을 믿는 것입니다. 온 생애를 두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당신이 원하시는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당신의 영혼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사랑하기에 우리는 서로 멀리 있습니다. 그리워하기에 우리는 서로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올 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아름다운 이 아침에 울면서 알았습니다. 아무리 걸어가도 당신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아무리 노래 불러도 당신에게 들리지 않겠지요.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해야 살아서 별이 되겠지요. 슬프고 아름답게 사랑해야 살아서 꽃이 되겠습니다. 오늘도 나는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처럼 괴로워했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지도 못하고,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을 잠들기 전에 용서하지도 못하고 그리운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습니다.

사랑이 끝난 뒤에야 사랑하였다고 고백하고, 바보처럼 눈물의 나무 한 그루도 심지 못했습니다. 살아가다가 사람이 그리운 날은 내 마음 산에 뻐꾸기 하나 키우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파도처럼 슬퍼졌다가 다시 한 번 외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제비꽃도 외로워서 세상에 고개를 떨구는데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고 살았으면 아름답겠습니다. 당신 안에 있으면 가진 것이 하나 없어도 행복합니다. 당신 안에 있으면 차라리 바보가 되어도 좋습니다. 당신 안에 있으면 할 말이 하나 없어도 그냥 그대로 고요해서 너무너무 좋습니다. 사랑이여, 사랑이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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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w7519@hanmail.net
권태원 프란치스코 010-7574-8118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범천동 1288-37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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