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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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중님께 드리는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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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senuri] 쪽지 캡슐

2001-11-13 ㅣ No.26312

1. 있을 수 있으나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자기 비서 신부가 미성년 성폭행을 저지른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내지 은폐했다는 이유로 사임한 영국의 대주교가 계십니다.

 

아랫사람, 그것도 아들과 마찬가지인 사제의 잘못을 감싸주고 싶었을

그 대주교님의 심경을 헤리지 못할 바도 아니겠지요....

 

그러나 그 심정을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헤아리면서도

냉정히 비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있을 수는 있으나"

"있어서는 안되는 일도 있기 때문입니다."

 

님은 최문화님이 묘사한 사례들이 있을 수 있다고 보셨는지 모르지만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고 생각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 감추는 것은 사랑이 아닐 뿐만 지혜롭지도 않다.

 

몇년전 손꼽히는 대형교회 중 하나인 금란교회의 어떤 목사님이

불명예스럽게도 PD 수첩의 주인공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길잃은 목자"편이 그것이었지요...

 

그때 대다수 개신교단과 신자들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섰고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적 앞에서 분열을 일으키는 행위라며

억눌려야 했습니다.

 

그 광풍이 지난 한참 후에야 어느 개신교 잡지에 교계 기자의

자괴감 섞인 회고가 실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 금란교회에 약간 문제가 있다는 걸 우리는 진작 부터 알고 있었다.

한번은 기사화를 마쳐서 데스크에까지 올렸는데 그만 거기서 짤리고야 말았다.

만약, 우리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해었다면 금란교회 문제가 그토록 심각해

지지는 않았을 테고...그러면 PD 수첩에까지 거론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3. 사제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예의

 

사제에 대한 예의와 사랑은 물론 존경 받을 만한 덕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동료 인간에 대한 사랑과 예의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지

그 홀로 예외적일 수 만은 없습니다.

 

저는 님께서 앞에서 제가 늘어 놓은 말들을 다 납득하고

본인의 의견을 고치실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님의 역겨움에도 불구하고 ’성직주의 단상’ 같은 글을 읽고

공감을 표시하는 모든 사람들이 님으로 부터 그런 비판을 받아도 좋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드리려 할 뿐입니다.

 

사제에 대한 존경이 지나쳐 형제를 비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그때 그 사람은 사제라는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님은 검열관도 아니고 심판관도 아닙니다.

우리가 사제를 판단할 수 없다면 님도 다른 형제를 판단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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