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자유게시판

오늘 하루를 지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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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totoro] 쪽지 캡슐

2002-09-11 ㅣ No.38470

오늘 1965년부터 열심한 사목생활을 해오시던 최서식 라우렌시오 신부님의 장례 미사에 다녀 왔습니다.

선배 신부님의 장례미사를 드리면서...

언젠가는 나도 사제들 속에 둘러 싸여 져기 눕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앞...

평신도들이 기쁜 마음으로 혼배미사를 올리고 새로운 가정이 태어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성직자들은 슬픈 마음으로 장례미사를 올리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영면에 듧니다...

 

 

평신도들의 가정이 시작되는 그 자리가 사제적 죽음이 확인되는 그 자리가 되는 것이죠...

 

 

역시 그러한 사실을 확인 하듯이...

신부님의 운구 행렬 양 옆으로는...  파업을 하고 계신 노동자들이 계셨고...

"신부님, 대화를 합시다"라는 피켓 속을

이제는 아무 말이 없으신 신부님을 모셔가는 영구차 행렬이 뒤따랐습니다.

성가대라 따라야 할 그 자리에...  성가와 기도가 이어져야 할 그 자리에...

절대로, 볼륨을 줄이지 않을듯이 크게 울리는 "철의 노동자"와...  구호들이 이어졌습니다.

 

신부님의 영구차는 그렇게...  외침 속에 떠나 보내야 했습니다.

그 모습이...

어린 후배 사제의 마음에 무엇인가가 찌르는듯 느껴졌습니다.

솔찍히 세상현실과 사람들 양쪽에게도 화가 났구요...

그래도...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인데...

 

 

한계례21 제424호 50P에 보면...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 분포...가 나와 있습니다.

100만원 이하 400만원 이상을 10분위로 나누었더군요...

제 위치가 어디인지...  궁금 했는데...(아마...  여러분도 궁금 하실 겁니다...)

1등을 했더군요...  학교에서 해본적이 없는 1등을...

물론 하위 10%의 1등입니다.

올해가 하위10%에서 탈피하는 해입니다.

교회법에 성직자의 휴가는 30일입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법에서는 이를 15일로 제한 하였고,

(많은 신자 수에 따른 부족한 성직자 수로 인해...)

그나마 본당 사정이 생기면...  5일 혹은 10일 혹은 아예 못가게 되기도 하지요...

 

물론 세속을 떠나 살아야 하는 성직자에게 큰돈이라고 하신다면 큰돈입니다.

학생들 챙겨주고 청년들 챙겨주고 후원금내고 회비내면...   큰 돈이지요...

병이든 사제들도 교회 돈으로 치료받는게 아닙니다.

사제공제회라는게 있어서...  그곳에 일정한 회비를 내면...

그 회비를 사제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는...  그런 제도입니다.(공산당...인가요?)

뭐..  보너스는 당연히 없구요...  몇달이 지나도 말입니다....

 

 

제가 하고픈 말은 신부들이 이렇게 사니 노동자들은 좋게 사는줄 알아라...

라고 말하는게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고달픕니다...  신부들 마져도...

그게 세속의 특징이죠...

그러나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 들이냐가...

사람의 일생을 기쁘게도 혹은 슬프게도 만든답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제게 병원 소임이 맡겨진다면... 과연 기쁠까...

하는 생각이 앞섶니다.

본인이 원해서 소임지에 가는것보다는...  교구의 방침에 순명해서 가게 됩니다.

저는 매일밤잠도 못잘것 같습니다...

 

 

오늘 최 라우렌시오 신부님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면서...

선배신부님께서...  혈액암이란 그 병을...  20여년간 안고서...  사셨다는...

그리고 아무 불평도 없이 사제직을 수행하셨고...

마지막까지 새로 서품되는 세분의 신부님을 축복하시려,

사제로써 서품식에 참여하셨다가...(무균실에 계셔야될...  신부님께서...)

극도로 건강이 악화되셨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끝까지 진실한 사제이셨던 신부님께 신앙의 위대함을 발견합니다.

 

 

오늘 다른 신부님들도 성모병원에 대해 많이 걱정들을 하셨습니다.

복잡한 노동법에도 혼란스러웠고...  노동 문제는 더 복잡했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어렵고 아프게 산다는것 잘 알고 계셨기에...

얼마나 힘들면 저리들 파업을 할까...  라고 침묵으로 이해해 주셨습니다.

 

 

욕 안먹고 가톨릭의 좋은 모습을 간직하려면...

모든 신부님이 한두번쯤은 생각하셨을...  해결책...

"다른데 적당한 가격에 팔지....."

"이제 다른 병원도 많은데.....  꼭 교회가 이걸 운영 해야하나?"

라는 단순한 그리고...  깨끗한 해결책...

그러나...

"다른 병원에 넘기면...  근로자들 모두 해고의 위험에 처하게 되고...."

"가톨릭 정신이 의료사업 안에서 사라지고...."

"결국 다른 문제를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욕을 먹고 먹칠을 당해도...  해야 하는 일입니다.

 

 

교회에 먹칠을 할 수 있습니다.

사제를 비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그렇게 한다고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교회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참아 내야할 십자가라고 생각 합니다.

 

 

잘은 모르는 일이지만...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말하기 힘들지만...

근로 조건이 더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로 양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숨겨놓은 것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의료수가가 낮아지면 좋겠습니다.

서로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처벌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누구라도 용서하고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몰라서 한 소리겠지요....-

 

 

여러분들의 새로운 가정의 행복이 시작되는 자리가

바로

사제들이 죽어 누운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P.S - 논리학의 오류중 하나...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 피장파장 형식...

      어떻게 교회가...그럴수 있는가...

      너희들이 그렇게 나오면 우리도 가만 있지 않겠다....

      이런 말들은 오류라더군요...  책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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