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자유게시판

불은 연기와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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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02-16 ㅣ No.48263

 

 지난겨울 몹시 추웠던 주일의 일이었습니다.

미사 준비를 하기 위해서 제의 방으로 갔는데, 복사 아이들이 추운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6학년 어린이가 4학년 어린이에게 “야 너도 춥냐!” 4학년 어린이가 6학년 어린이에게 “춥기는요, 춥지 않은데요!”그러니까 6학년 어린이가 이렇게 이야길 하더군요. “젊음이 좋기는 좋다!”

 

 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하느님 앞에 바로 이런 어린아이들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손오공이 아무리 애를 썼어도 결국은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놀았듯이, 나는 나의 말과 행동 나의 삶을 통해서 용을 쓰고, 잘난 척 하지만 하느님 앞에 서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말입니다.

 

 지난 주일에는 교육이 있어서 어떤 성당에 가게 되었습니다. 본당의 교우들이 강당에 모여 있었습니다. 저는 본당 신부님과 이야기를 한 후, 강당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한 형제님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청년 명찰 가져가야지!” 순간 저는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청년 아닌데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저를 다시 보시고는 청년이 아니라 신부인 것을 아셨습니다. 그분은 무척이나 미안해 하셨지만, 저는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그래 40이 넘어서도 청년이란 말을 듣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날 교육은 더 재미있게 진행 될 수 있었습니다.

 

 교구에 있으면 많은 본당 분들과 만나게 됩니다. 지난번에는 말씀 봉사자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자매님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신부님 눈사람에 나오는 조 재현 씨와 친척이세요?”아마 이름이 비슷해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외모도 좀 닮았다고 이야기 하시구요. 누군가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었는데 그래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이름만 비슷하지 거의 닮은 구석이 없는데 말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격언 중에 ‘불은 연기와 함께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불이 필요해서 불을 피우지만 불을 피우다 보면 연기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 말에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지만 나쁜 일도 생기기 마련인 것을 깨달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심성이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불을 피우는데 많은 연기가 나지 않지만,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불을 피우려면 많은 연기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아궁이에 불을 피우면서 연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 기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의 불, 희망의 불, 인내와 용서의 불을 피우고자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움과 분노, 시기와 질투, 이기심과 욕심의 연기를 함께 피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편은 이렇게 노래하나 봅니다.

 

주여 당신은 대대로

우리의 피난처가 되시었나이다.

산들이 생기기 전에

땅이며 누리가 나기도 훨씬 전에

영원에서 영원까지 하느님은 계시나이다.

사람을 먼지로 돌아가게 하시며

당신은 말씀하시나이다.

“인간의 종락아 돌아가라”고.

 

천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비슷하오니,

당신이 앗아가면 그들은 한바탕 꿈

아침에 돋아나는 풀과 같이,

아침에 피었다가 푸르렀다가

저녁에 시들어서 말라 버리나이다.(시편 9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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