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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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師父一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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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12-29 ㅣ No.27972

神師父一體

 

 

 "두사부일체"라는 영화가 요즘 상영 중입니다. 두목과 스승과 부모는 하나라는 뜻의 영화입니다. 내용이야 적당한 폭력과 과장된 웃음 그리고 올해 영화계의 주된 코드인 조직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오늘 저는 두사부일체가 아닌 "神師父一體"에 대한 이야길 잠깐 하려고 합니다.

 

 저희 동네는 임진강을 지척에 두고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며칠 전에 교우분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자기 후배가 임진강에서 이 추운 겨울에 고기를 잡으러 갔는데 거기서 쏘가리를 몇 마리 잡았답니다. 후배는 선배를 위해 쏘가리를 가져왔고, 교우분은 쏘가리를 보는 순간 신부님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우분 집엘 갔더니 쏘가리와 메기 그리고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몇 마리 있었습니다. 회를 뜨고, 매운탕을 끓이고 소주한잔 하려고 하는데 "후배"가 왔습니다. 그러자 우리 교우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인사드려라!" "내가 부모님 보다 더 존경하는 신부님이시다!" 물론 그 후배는 성당에 다니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저는 교우분의 말씀을 듣고 송구스럽고 미안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후배는 선배의 이야길 듣더니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인사를 꾸벅하는데 또 미안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교우분들은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먼저 신부님들을 생각합니다.

교우분들은 사제의 건강과 영혼을 위해서 늘 기도합니다.

교우분들은 삶의 자리에서 힘겹고 고되지만 신앙인임을 드러내고 증거하려고 노력합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의 끝에서 잠시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하느님 앞에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교만함과 욕심으로 양심을 부끄럽게 한 적이 많았습니다.

기도가 부족했고, 열성이 부족했고, 함께 나누는 마음이 부족했던 한해였습니다.

 

 아침부터 조금씩 내리던 눈이 지금은 함박눈으로 변해서 성당 마당을 온통 하얗게 만들었습니다. 그 마당에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고 있습니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주는 저 눈처럼 불신과 불만, 욕심과 교만, 미움과 분노들도 그렇게 다 묻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해에는 저 하얀 눈으로 변한 산과 마을처럼 그렇게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새로이 출발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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