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자유게시판

닭살이 조금 돋아도...읽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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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2-01-06 ㅣ No.28282

 오늘은 하루종일 나탈리아와 우리방 꾸미기를 했습니다.

 

일단 신접살림은 대충 들여왔고 그녀는 마치 장난감같은 주방용품들을 잔뜩 사와서는 이건 이쪽에 달아라! 저건 저쪽에 두어라! 저는 머슴이 된채 "녜! 마님!" 못질하고 붙이고 나르고...한마디로 닦고 조이고 기름치며(어디서 많이 보던 문구인데?) 고단했지만 행복한 그런 시간을 가졌습니다.

 

둘이서 청소하고 꾸미면서 여기 여러분들께서 많은 축하를 해주심을 얘기 나누며 정말 감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늘은 그녀의 또다른 모습인 옷소매 걷어부치고 일하는 색다른 모습을 바라보면서 흐뭇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게시판에서 내가 더 감사 받았다! 네가 더 감사받았다!란 별 유치찬란한 경쟁을 하다가 급기야는 과거 케케묵은 얘기까지 끄집어 내더니 시비를 걸고 그러다 장난이 정말 싸움이 되어 아뵤오~!! 한판 했다는거 아닙니까?

 

여러분들은 모르시지요?

 

평상시 이녀는 ←요런 모습 그 자체입니다.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그...

 

런...

 

데...

 

일단, 아뵤오~가 시작되면 이녀는 요렇게 변합니다요.↓

 

 

 

전 그래도 그녀가 귀엽습니다.

 

때론 매운 손맛에 서러이 꺼이꺼이~도 해보지만 그저 남자란 여자에게 무조건 잡혀서 살아야만 행복하느니라! 하는 저의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에 따라 져주곤 합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져주지 않는것은 있습니다.

 

그것은 뭐이냐면? 어제는 저희 혼배때 미사를 집전해주실 유종만 바로오 신부님을 찾아뵙고 함께 저녁식사도 했는데, 신부님께서도 그간 게시판을 보면 나탈리아가 저를 유혹 했다는것을 인정해주셨는데 이녀는 끝까지 아니라고 발뺌하며 저의 처절한 작업이 하도 불쌍해서 받아주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감히 신부님 앞에서 태연히 하는데야 어찌 제가 져줄수 있단 말입니까?

 

신부님과 헤어진후 어제밤부터 벌인 이 유치한 설전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결론이 나질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그간 처음부터 저희를 지켜봐 주신 여러 형제, 자매님들께서는 분명히 이 진실을 알고 계시리라는것을...

 

제가 글을 올리면 나탈리아가 얼마나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회신을 넣으며 작업을 했었는지는 이 게시판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맞지요?

 

그리고 나탈리아가 올린 글을보면(28025번) 제가 뭐? 가을여행가서 경포앞바다에서 프로포즈를 했다고요?

 

이거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

 

실상은 이렇습니다.

 

저를 두어번 만난 어느날 그녀는 저를 어떤 공원으로 끌고가더니 물었습니다.(아마 무슨 큰건물 옆에있는 공원이었던걸로 압니다.)

 

"자기랑 나랑은 이제 보이프렌드니 걸프렌드니 하며 사귀다 끝낼 나이는 아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겠느냐?" 며 우격다짐을 하길래, 그래서 제가 "그럼 결혼을 말하는거야?" 했더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끄덕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예까지 왔는데, 여러분들이 봐도 실상이 이렇다면 누가 프로포즈를 했다고 보십니까?

 

하지만 뭐, 남들 앞에서야 제가 했다고 자존심을 내세우는것은 받아들이지만 우리둘만 있을때도 이를 인정치 않음은 문제가 있기에 이렇게 만천하에 밝힙니다요.*^^*

 

가만???...그런데 저 오늘 여기서 이렇게 막 까불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글을 그녀가 읽는다면 또 ←이렇게 변할텐데...아니면, 이렇게...(내가봐도 맞을짓만 골라한다...)

 

저희가 요즘 신방을 함께 꾸미면서 같이 마음이 딱 통하는것 한가지는 뭐니뭐니해도 주님께 감사함입니다.

 

오늘도 정리정돈하다말고 집도 마음에 들고 여러가지가 척! 척!... 마치 우리를 위해서 준비되어있는듯한 분위기에 제가 슬며시 "정말이지 너무 주님께 감사하지 않아?" 하고 물으면 그녀는 일각의 망설임없이 "그~으~럼! 당근이쥐! 우리 결혼해도 꼭 함께 저녁기도 꼬박꼬박 올리자!" 하며 감격해 합니다.

 

저역시 당근이쥐! 를 연발함은 말할 나위없고요.

 

어저께 신부님께서 결혼선물로 전자렌지를 사주신다하니까 욕심많은 이녀가 대뜸, "신부님 그보단 집안에 놓을 십자고상하고 마리아상이요!" 하고 요청을 하자 신부님께서는 "아! 그래! 그게 낫겠다. 그러지 뭐!" 하고 답하자 이어지는 나탈리아의 당돌한 또 한마디...

 

"그렇게 전자렌지까지 두가지요~헤헤"

 

"하하!" 신부님은 그런 그녀가 밉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신부님께서 주임으로 계신 수색본당에서 결혼을 하지 그랬니? 하고 물으시자 이 버릇없는(?) 여자가 대뜸 하는말이...

 

"그럼 제가 다음번 결혼할때는 꼭 수색에서 할게요."

 

신부님께서는 하하하 크게 웃으시며 "와하하! 졸라 웃기네!"(←헉! 신부님 진정하소서~) 전 옆에서 넘기던 소주가 목에 켁! 켁!하고 사레 걸려서 고생하고...

 

정말이지 조금의 보탬이나 인사치레가 아닌, 우리의 지금 이모습을 허락해주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할뿐입니다.

 

전 마치 어린애처럼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입가에는 한가득 미소를 담으며 또다시 저의 다정한 벗, 주님께 감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자꾸 이런 닭살돋는 글을 올리면 너무 약올리는것 아니냐? 하고 부러움이 변하여 미움의 눈초리도 없지않아 있겠지만 생각해보십시요.

 

독신을 확정하고 늦게까지 혼자 살아온놈이 어느날 갑자기 이런 배부른 행복이 찾아오니 그 얼마나 촐랑대고 싶겠습니까?

 

저보다 먼저 결혼하신 선배님들이야 이런 제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주시겠지만 아직...과거 저의 모습이신 후배님들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약올릴랍니다.

 

그래야 여러분도 노력해서 주님안에서 좋은짝 만나 저보다 몇곱절 더 행복한 단꿈에 젖어있을수 있지 않겠어요?

 

항상 당신안에서 짝을 만날수 있도록 해주십시요! 하는 기도를 올리세요.

 

그런 아름다운 요구는 주님께서 지나치시질 않습니다.

 

저도 과거 정말이지 절망적인 실연의 아픔도 호되게 맛봤고 결혼에 대해 냉랭했지만 주위의 끊임없는 기도를 들으신 그분께서 절대 외면하지 않으셨답니다.

 

그것은 그분께서도 우리의 이런 깨 쏟아지는 모습을 지켜보시며 함께 즐거워하시기에 더욱 그 기도는 외면치 않으십니다.

 

제가 결혼한다는것은 정말이지 기적이라고 표현할정도로 놀라움 바로 그 자체입니다.

 

친구녀석들에게 나 결혼한다! 하며 전화로 알리면 "마! 바쁜데 장난 전화하지 말고 끊어!" 하면서 탁! 끊을 정도이니 말 더 안해도 되겠지요? ㅠ.ㅠ

 

음~쓸데없이 얘기가 길어지네요?

 

그래요. 여러분들 정말정말 행복해지시고요.

 

편지로 감사한 충고를 주신 부분들...가령, 살며 그렇게 즐거움만 있는것이 아니라 때론 있을수 있는 갈등들...녜! 명심하고 현명히 극복해나갈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러한점도 저나 나탈리아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고요, 그부분도 주님께 열심히 기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럼 이만 피터팬 물러갑니다.

 

결혼식할때까지 또 찾아뵐수 있을지는 확약을 못해도 항상 좋으신 게시판 형제, 자매님들 잊지않으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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