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자유게시판

선생 김 봉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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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04-29 ㅣ No.51647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생 김 봉두’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그 영화를 보면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어떤 영화일까 궁금해서 선생  김 봉두를 보았습니다.

 

 내용은 서울의 선생님이 시골의 작은 분교로 가게 되었는데 그 분교에서 겪는 일들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는 모든 것이 풍족하고, 생기는 것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골의 분교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생기는 것도 적었습니다.

 

 선생님은 이제나 저제나 다시 서울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지내면서 조금씩 선생님의 마음도 변해갑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진심으로 돌보고 사랑하게 됩니다.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들이 몇 번 나옵니다.

 

 학생들이 교무실 청소를 하다가 선생님이 쓴 사직서를 보고서 침울해 합니다. 그러면서 수업시간에 선생님 떠나지 말라고 하면서 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학생을 찾아가서 선생님은 종아리를 때리고 나중에 함께 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분교는 폐교가 되고, 마지막 졸업식 때 아이들이 울면서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나더군요.

 

 저는 서울에 있다가, 시골의 작은 성당에서 3년간 있었습니다.

선생 김 봉두처럼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시골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서 지냈습니다.

 

 이제 막 짠 우유를 끊여서 소금을 넣어 먹어 보기도 했고,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만들어 먹기도 했고, 겨울에 꽁꽁 얼은 임진강에서 미끄럼을 타기도 했고, 냇가에서 아이들과 물장구도 쳤습니다.  밤하늘의 별이 참 아름답다고 느끼기도 했고, 이름 없는 들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알았습니다. 성당의 텃밭에 호박, 가지, 배추, 방울토마토, 상추도 심어서 키워 보았습니다.

 

 그 성당에는 작은 공소가 하나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할머니 할아버지이신데 어린아이들이 6명 있었습니다. 새진, 새봄, 은솔, 한솔, 동연, 승연 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새진이만 성당에 나왔는데, 수녀님께서 새진이 집에 찾아가서 교리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6명으로 늘었습니다.

 

 공소 마당에서 게임을 하고, 옛날이야기를 해주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매달 한번은 아이들과 함께 자장면을 먹는 날을 정했습니다. 한번은 문산에 나가서 햄버거를 먹기도 했습니다.

공소에 아이들이 있으니 공소도 활기를 되찾고, 그 아이들이 복사를 서니까 할머니들께서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선생 김 봉두처럼 코끝이 찡한 그런 일은 별로 없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그 시간들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수첩에 해야 할 일들이 빼곡히 적혀있고, 정신없이 지내느라 뒤를 돌아보지 못하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북한 핵문제, 이라크 침공, 사스, 시노드, 변화와 개혁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일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박하사탕에서 주인공이 외친 것처럼 “나 돌아갈래!”라고 외쳐보아야 소용없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너는 이스라엘의 이름난 선생이면서 이런 것들을 모르느냐! 새로 나야 된다. 바람은 제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 그것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요한3, 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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