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자유게시판

어느 택시 기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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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05-18 ㅣ No.52319

 오늘은 5월 18일입니다. 아름다운 계절 5월에 여러분들은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계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5월에 태어났습니다. 올해는 지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이 땅에 5월은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달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오늘 5월 18일에 ‘광주 민주화 항쟁’이 있었고 그 항쟁의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다치고 죽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들의 죽음은 민주화 항쟁으로 불리고 있고, 그들의 희생에 대해서 역사는 새로운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이는 분열과 단절의 역사, 억압과 폭력의 역사에서 화해와 용서의 역사, 정의와 평화의 역사로 전환되어가는 과정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들의 삶은 어떠한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서 붙어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모조리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많은 열매를 맺도록 잘 가꾸신다. ” 고 말씀 하셨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이, 나를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과연 주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그래서 많은 열매를 맺는 삶인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이번 피정에서 좋은 말씀을 들었지만 저는 피정 장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들려준 기사 아저씨의 말씀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저는 작년에 양쪽 다리의 인내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수술을 해도 기능은 70%이상 회복되기가 어려울 거라 이야기 합니다. 운전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저에게는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으니 수술 여부를 16주 후에 결정하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의사 선생님께서 그동안 인대가 스스로 붙도록 기도 하라고 합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와 결심을 했습니다. 하루에 2끼를 주님께 봉헌하는 의미로 금식을 하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기도를 해야겠다. 그리고 이번 16주 동안 성서를 다 읽어야겠다.

 

 그렇게 결심하고 매일 기도하며 성서를 읽어 나갔습니다. 정확하게 16주가 되는 날 성서를 다 읽을 수 있었고, 내일 병원 가기 전날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꿈속에서  양형 영성체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 기도를 드리고, 서울의 병원으로 갔습니다. 함께 간 아내는 걱정을 많이 하였지만 저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이번 4달 동안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 질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대는 모두 붙어있었습니다. 저는 갈 때는 부축을 받아서 갔는데 돌아올 때는  걸어서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이렇게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술도 많이 마시고, 성당 활동도 게을리 하고, 아내와 자주 다투었는데 그 뒤로는   술도 끊었고 성당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전기사 사도회의 회장으로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내는 그런 저를 보고 너무 기뻐합니다. 그러니 다툴 일도 없어졌습니다. ”

 

 저는 그 형제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분이야말로  예수님께서 말씀 하신 것처럼 주님의 포도밭에서 많은 열매를 맺는 신앙인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분의 말씀에는 주님을 전하는 진실함이 묻어있었습니다. 그분의 택시 안은 주님의 사랑이 피어나는 또 다른 포도밭 이였습니다.

 

 주님께서는 교회를 박해하고 탄압했던 사울을 당신의 포도밭으로 인도하시고 사울을 통해서 교회가 더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우리들 중에도 주님의 도움이 필요 없는 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들 모두는 지금 당장 주님의 따뜻한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상처 입은 영혼들일지 모릅니다.

 

 주님의 포도밭에서 많은 열매를 맺는 길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가진 직책이나, 직업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사도 요한이 이야기 했듯이 “말로나 혀끝으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실하게 사랑할 때 가능합니다.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서 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계시며 이는 우리에게 주신 성령의 도우심으로 알 수 있습니다.”

 

 오늘도 손님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운전기사 분을 생각합니다. 그분의 택시는 주님의 사랑으로 많은 열매를 맺는 포도밭이었습니다. 그 택시를 탄 손님들은 저처럼 사랑의 향기를, 진실의 향기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잔잔한 감동을 주셨던 그 형제님께 감사를 드리며, 늘 안전 운행이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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