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자유게시판

개신교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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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dellia] 쪽지 캡슐

2001-10-26 ㅣ No.25788

찬미 예수님!!!!

****************

 

갑갑한 아스팔트 바닥과 이곳 저곳 시야를 가로 막는 빌딩들이 너무 싫어서 오랫만에 친구하고 시골 길을 마냥 몇일간 헤메다 돌아 왔습니다.  시골 낯선 할아버지에게서 고추도 좀 사고 배도 한상자 사고 공주 5일장에 들러, 허름한 시장 식당에 앉아 순대국도 사 먹었습니다.  순대나 족발을 혐오하는 남편 덕에 저는 몇년만에, 정말 오랫만에 남편 눈치 안보고 마음껏 순대국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딱히 어디로 간다고 정하지 않은 채..... 차에 기름도 가득 채웠겠다 날씨도 좋겠다..... 우리는 아무 곳으로나 차를 달려 가다가 경치가 좋으면 차를 세워 경치구경도 하면서 이런 저런 세상살이 얘기도 하고 지나간 추억도 나누고, 아이들 얘기랑 남편 흉도 좀 보고....

집집마다 고운 빛깔로 주렁 주렁 열린 감들이며 마당에 널어 말리는 고추의 검붉은 매운 맛에도 아름답다 넋을 놓으며 그렇게 산이며 강이며 가을이 얼마만큼 와 있는지 가늠도 해 보면서 가슴을 훅훅 털어 버리고 돌아오니 제가 사는 서울의 이 아파트에도 어느새 낙엽들이 자욱히 깔려 있는 모습이 내가 마음껏 보고 온 그 시골들의 가을이나 이 삭막한 아파트의 가을이나 할 것없이 모두 같은 모습으로 아름답다는 기쁨의 느낌으로 다가 왔습니다.

 

저,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  못말리는 두 아줌마가 방랑끼를 조금 잠 재우고 오니 아주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모두에게 뽀뽀라도 해 드리고 싶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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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에 내려 친구 집을 가려고 택시를 탔더니 기사 아저씨가

 

’종교 있으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대체로 타인에게 종교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은 거의가 개신교 신자들입니다.

 

’네, 성당에 다닙니다’

 

’성당이요~~~....  저는 개신교 신자 입니다.’

 

’그러세요? 반갑네요.  형제님을 만나게 되어....’

 

’............?’

 

백미러를 통해서 의외라는 표정의 기사 아저씨의 표정을 읽으며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우리 모두 한분이신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셨으니 바로 한형제 이지요.’

 

’.............’

 

저는 개신교 신자들이 가톨릭이라고 하면 그저 반갑다고 인사하는 사람 한 사람도 못 봤습니다.  모두 그릇 된 신앙을 믿고 있다면서 저를 깨우쳐 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 터라 이 아저씨도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되어 저는 처음부터 말을 자르고 싶었습니다.  서울을 떠나 친구집을 향해 가는 이 들뜬 기분을 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고향이 어디세요?’

 

갑자기 묻는 기사 아저씨의 질문에 잠시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서렸지만, 궂이 대답 못 할 것도 없고 해서.....

 

’영천이요, 경북 영천....’

 

’저는 음성이예요.’

 

우리는 또 그렇게 한참을 침묵하였습니다.  

 

’꽃동네, 예전에는 많이 갔었지요......’

 

’그러셨군요......’

 

’저도 예전에 성당에 가고 싶어 했습니다.’

 

’? 그러셨어요?’

 

’그런데 아무도 제게 성당 가자고 얘기를 안하더군요.  어떤분이 교회를 적극 권해서 저는 교회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일이 있으셨군요..... 아저씨 말씀대로 우리 가톨릭은 전교 활동이 많이 미비하지요.

좀더 적극적인 전교 활동이 있어야 하는데..... 저희 가톨릭도 그런 점이 문제라고 느끼고   요즈음은 좀더 적극적인 전교 생활을 위해서 모두들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침묵......

 

’저는 개신교를 다니면서 가톨릭과 아주 다른 점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

 

’목사님의 설교에서 알게 된 것인데, 가톨릭은 잘못된 십자가를 모시고 있다는 것입니다.

십자가 있지 않습니까?  예수님은 부활하신분, 우리는 그 부활을 믿고 영생을 믿는 것인데 왜 가톨릭에서는 이미 부활하신 예수님을 아직도 십자가에 묶어 두고 있습니까?  그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지요.’

 

’(황당~~~~)하하하.... 아저씨 그 목사님 참 재미있게 갖다 붙이신 것 같군요....... 크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믿는 것에 십자가 모양이 무엇 그리 큰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리고, 궂이 따지자면 이미 부활하신 예수님이 떠나신 뒤에 남은 빈 껍데기 십자가가 무엇 그리 큰 의미가 있다고 이미 떠나가시고 없으신 나무 십자가를 소중히 여긴 답니까?’

 

아저씨는 몹씨 기분이 상해서 말했다.

 

’아니, 꼭 그렇게 아주머니에게 따지자고 말을 꺼낸 것이 아니라..... 어쨌거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아직도 십자가에 그렇게 매달아 놓는 다는 것은 부활을 믿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면 안되지요.....’

 

’제 말이 그 말이지요.... 이미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안 계시다면서 빈 십자가를 왜 쳐다보고 있답니까?....   우리를 위해서 당신 자신을 스스로 희생하시고 고통 받으시는 그 모습을 매일 바라보고 묵상하면서 그 사랑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가톨릭에서는 십자가에 높이 달리신 고통스런 예수님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네요.’

 

(제 말이 맞나요?  누구 잘 아시는 분 개신교 십자가와 가톨릭 십자가에 대해서 설명 좀 부탁 드립니다.)

 

’가슴이 많이 아프네요.... 영생을 모르고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시대에는 너무 많아요..’

 

기사 아저씨의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과연 가톨릭을 포함한 타 종교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으로서 올바른 길을 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인지 알지 못해 잠시 저는 생각 했습니다.

 

’내가 판단하기에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사람 들 일지라도 다아 하느님 그분이 창조하신 사람들입니다.  그분의 뜻에 따라 때가 되면 바른 길로 인도하시고, 때가 되면 징벌도 그분이 주실 것이므로 우리는 그저 그분의 뜻에 따라 서로 용서하고 사랑해야 안 되겠습니까?....

인간의 어리석은 눈으로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 하기 보다 모두 감싸 안아 주면서 사랑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 생각 되네요.....  우리는 그저 하느님의 종으로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고 매일 노력하면서 살 수 밖에요......’

 

아~~ 오늘 따라 왜 이리 말이 술술 잘 나오는지....... 말 주변 없는 델리아 드디어 오늘 말 트였나 봅니다!!!!!!

 

제 생각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제쳐 놓고라도 일단은 그 개신교 기사 아저씨 따따 부따 개신교 특유의 유창한 말솜씨 자랑 할 기회를 놓쳐서 인지..... 기분이 몹씨 언짢은 표정으로 차를 끼익 세우면서

 

’무지개 아파트 다 왔어요.’ 퉁명스럽게 말 했습니다.

 

5,000원 짜리 받고 잔돈도 안 내주더라고요..... 4,900원 이었는데.....

 

’꼭 영생하세요’

 

’감사 합니다. 아저씨도 축복 많이 받으세요.’

 

제친구는 아직 종교가 없습니다.  그래서, 친구 집 벨을 딩동 누르자 마자 호시 탐탐 기회를 엿보면서........

 

너, 언제 부터 종교 가질거냐?  

성당에 나가봐라 얼마나 좋은지 아느냐?

너 기도 해 봤냐?

기도가 없는 삶이 얼마나 삭막하고 외로운지 아느냐?

하느님의 사랑에 눈 뜨면 인생이 달라 진단다..... 등등

 

졸졸 따라다니는 저를 보고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청소년 상담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제 친구와 같은 봉사자 중 한사람이 가톨릭 신자라 그사람도 나만 보면 같이 성당가자고 졸라댄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나는 꼭 성당 나가서 영세 받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날은 아주 뭔가 잘 되어 가고 있는 날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저와 그리고 제가 알지 못하는 그 자원 봉사자와 함께 계속 협공 작전으로 나가면 제 친구도 조만간 가톨릭으로 초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저 혼자만 예수님을 사랑하려는 소극적인 마음을 버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 그 개신교 기사 아저씨처럼 종교가 뭐냐고 물어 볼 작정입니다.  그리고, 아직 종교가 없다고 말을 하면 성당에 오세요라고 초대하고 싶습니다.  그 개신교 기사 아저씨의 말처럼 성당에 나가고 싶어도 아무도 자신에게 물어 봐 주지를 않아서 못 오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지..., 혹은 종교에 지금은 관심이 없더라도, 오가며 쳐다보는 성당 건물이나 수녀님의 모습에서, 혹은 TV에 비춰진 교황님이나 김수환 추기경님의 모습에서라도 저의 초대가 기억 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주님께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저의 친구를, 저와 같이 많이 사랑하시고 애껴 주시고, 언젠가 당신을 위해 친구와 제가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그날을 빨리 주시리라 믿습니다.

상상만 해도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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