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자유게시판

꽁지빠진 수탉의 처절한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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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2-01-12 ㅣ No.28500

어차피 오늘 모처럼 시간 많이 날때 올리고픈 글좀 올릴게요.

 

오늘 하루 제글을 도배한다고 흉보시지 마시고 너그러이 읽어주십시요.

 

남자란 때론 단순해지기도하고 아기 같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결혼하신 자매님들께서 종종 심심치않게 하시는 말씀중에 아이를 한명 더 키운다란 말씀들을 곧잘 하십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말도 그리 틀린말 같진 않습니다.

 

집안의 큰일이야 비록 아무리 보잘것없는 남자라 할지라도 없는것보단 백번 나을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남자란 위신과 권위를 대변해주기도 하고 여성분도 이점은 또 인정들을 해주십니다.

 

그런데 이건 어떻습니까?

 

남자의 지갑이 얇아지면 왠지 초라해지고 왠지 기운이 없고... 뭐랄까?...꼭 돈을 쓰고 안쓰고를 떠나서 어쨌든 남자 지갑의 두께와 컨디션은 정비례한다고 정의를 내려도 뭐 특별히 이의를 다실분은 없으리라 봅니다.

 

저역시 남자이기에 이 지갑의 두께에 꽤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중에 하나입니다만 오늘 이 수탉의 마지막 자존심인 지갑이 털린 얘기를 나눌까 합니다.

 

그러니까 내일은 앞으로 일주일여 남은 결혼준비로 인하여 아예 하루를 비워서 아침부터 나탈리아와 함께 동분서주 뛰어다녀야하고 또 신혼살림집에 들여온 세간들도있고 해서 저혼자 그 새집에서 잠을 자기위해서 우리의 미래 보금자리로 잠을 자러 왔습니다.

 

아직은 통신망이 연결되질않아 그 집에서는 컴퓨터를 할수도 없고 또, 내일 어차피 쉬겠다 집근처에 있는 PC방에 이렇게 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 PC방 요금이 얼마나 나올까?...노심초사하고 있는 제자신이 한심할 정도입니다.

 

불과 몇시간전까지만해도 저 이런 걱정 안했고 또 할필요도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신혼여행경비로 쓸돈좀 지갑안에 있었더랬지요.

 

그런데 이 적지않은 돈이 한순간에 털렸다는거 아닙니까?

 

방금 나탈리아를 집에 바래다주고 터덜터덜 걸어오며 얇아진 지갑을 한숨과 함께 바라보며 서러워 이렇게 이 자유게시판에다 하소연해봅니다.

 

전 농담인줄 알았습니다.

 

그녀가 그러더군요. 어차피 결혼하면 돈관리는 자기가 할것이고, 내 용돈은 자기손에 달려있으니 지금부터 돈관리에 들어갈것이니 현재 지갑에 있는 돈이며 카드를 몽땅 내놓으라지 뭡니까?

 

전 이때까지 농담인줄 알았으며 당치도 않는 소리는 거두시오! 하며 기세가 등등했지요.

 

어? 그런데 이녀가 농담이 아니더라구요.

 

그 무서운 표정이 또 한번 연출되더니 "그냥 좋게 줄래? 아니면 맞고 줄래?"

 

"싫어! 아직까지는 나 총각이야! 일주일동안 내돈은 내가 관리할거야! 상관마!"하며 몸을 움츠렸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가 뭐라도 결심한모양으로 대사가 뚝! 끊기며 잠시 적막이 흐르더니 자신의 눈동자를 머리쪽으로 올리며 아랫입술을 쭉 내밀면서 "후우~!!"하고 바람을 내더니 자기의 앞머리카락을 그 입바람으로 날리더라구요.

 

그러면서 양손가락을 오도독! 오도독! 꺽어대지 뭡니까?

 

아무리 요즘 조폭영화가 판을 친다지만 이거 이렇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해도 된단 말입니까?

 

그래서 제가 이 분위기가 장난이 아님을 직감하고는 "너 내...내 지갑에 소...손대면 강도야! 하고 소...소리 지른다."했더니, "훗!"하는 짧은 외마디 비웃음이 스치는가 싶더니 아뵤오~~!!! 순식간에 뭔가가 휙! 지나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녀의 비호같은 손에는 내 지갑이 들려있던 것이었습니다.

 

"내놔! 그돈은 우리 신혼여행가서 쓸돈이야!" 전 절규를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신혼여행?...알았어! 신혼여행은 내가 책임진다!"하면서 지갑속 돈을 쏙! 꺼집어 내지 뭡니까?

 

그...

 

러...

 

나...

 

하하! 제가 누구입니까?

 

아까 이런 분위기가 왠지 올것같아 미리 화장실로가서는 수표들은 미리 제 주머니속에 빼돌렸으니 지갑속에 돈이 있을리 만무이죠.

 

기껏 5만원정도 남겨놓았으니 말입니다.

 

갑자기 이녀의 표정이 창백해지더니 저를 째려보며 말하더군요.

 

"뭐시냐? 그러니깐 자긴...이 오만원으로 신혼여행 경비 쓸려고 했냐 아그야?"

 

"그...그럼! 요...요즘 겨...경기도 안좋고, 그 뭣이냐...그러니까...흠흠! 저...절약! 암! 절약해야지!"

 

갑자기 이녀의 표정이 굳더니, 이때부터 묵비권을 행사하며 몇시간을 말한마디 안하며 버티는데 여러분 아시죠?

 

죄인의 그 답답하고 불안한 심정...

 

그러면서 급기야는 눈물로 호소하며 자기를 이렇게 못믿냐?며 자긴 어떻게하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이 철부지 남자는 돈만 보면 이게 왠떡이냐며 철없이 군다며 결혼을 다시 생각해본다나? 어쩐다나? 하며 눈물을 찔끔찔끔 흘려대는데...아아~제마음이 너무나 약해지는것 있죠?

 

저는 속으로 연신 "지선아! 속지말자! 속지말자! 여기서 속으면 너는 오늘부로 포로다!"라고 주문 외우듯이 두주먹을 불끈 쥐었는데...아~여자의 눈물에 약한것이 남자인것을 그렇게 만든것이 하느님의 조화이거늘 제가 어찌 감히 이 자연의 순리에 역행을 한단 말입니까?

 

"아...알았어! 대신 나 용돈 필요할때 잘 줘야해!"하며 나도 모르게 그만 호주머니속의 그 피같은 돈을 내밀었지 뭡니까?(이제 난 끝났습니다.ㅜ.ㅜ)

 

그런데 말입니다.

 

이 여자라는 생명체가 참 이상하더군요.

 

방금전까지 눈물 찍! 콧물 찍! 흘려대던 그녀가 그 돈을 손에 턱! 쥐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금방 생글생글 웃어대며 손가락에 침을 퇘! 뱉어가면서 그돈을 세더니 바로 애교로 변하는거 있죠?

 

와아~~~~~~~!!! 이 가증스럽고 세속적인 여인에 대해 우리 남성들은 뭔가를 많이 착각하고 있는것 같습니다요.

 

순간 얄미워서리 저역시 아주 치사시러워 졌지 뭡니까?

 

"너 어저께 내가 사준 소갈비값하며 차비 등등... 다 더치패이로 하자! 그돈 내놔! 이젠 나도 살아야되니까 어쩔수 없다!"

 

그러자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아주 가벼이 한마디 뱉더군요.

 

"아유~! 귀여워! 어쩜 저렇게 애기 같을까?"

 

"ㅠ.ㅠ"

 

그렇게 그녀는 즐거위하며 내일당장 통장을 개설해서 입금을 시킨다나? 뭐라나? 하며 아주 고소해하더군요.

 

하지만 내지갑은 텅! 비어있습니다.

 

한마디로 저 오늘 지금 이순간은 거지다 이겁니다.

 

겨우겨우 그녀를 달래서 2천원 얻어서리 이렇게 홧김에 PC방에 들어와 앉아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가만???...이렇게 떠들다보니 요금 오버될라! 이 늦은시간에 괜히 PC방에서 망신살 뻗칠라...얼른 나가야겠습니다.

 

아! 혹시 이근처 가까이 계신분들 나 돈좀 꿔줄라우?

 

아니, 단돈 만원이라도 들고 나와서 나 술좀 사주시겠어요? 와아~미티것당!!

 

남자 지갑이 얇아지니까 완전히 꽁지빠진 수탉꼴 나는거 있지요?

 

그럼 여러분들 이 늦은밤 안녕히 주무시고...헉! 가만???...

 

악!!!!!!!!

 

 

 

방금 담배도 떨어졌당!!!!

 

할수없습니다.

 

체면이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길거리 나가서 쓸만한 꽁초좀 주워야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저는 꽁초 주우러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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