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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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 하늘에서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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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진 [yjinp] 쪽지 캡슐

1999-08-17 ㅣ No.6481

 

  세상을 떠난 전 데레사 수녀님을 기억하며...

 

 

 어제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90년초 제가 서품받고 풋내기 신부로 첫 보좌생활을 하던 인천 용현동 본당에 저와 거의 같은 때에 역시 첫 소임지로서 아직도 앳된 모습을 감추지못하던 수녀님이 오셨습니다.

 어줍잖은 농담 한 마디에도 발그레 얼굴빛이 붉어지던 모습, 웃을때면 해맑은 모습의 교과서를 보는듯 했죠.

 빈 성당에서 아직은 서툴던 올겐을 열심히 연습하던 모습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지금은 저도 길들어져 으례 그러려니 하지만 정말 그때에는 매일 미사때마다 제의를 챙기고 준비해주던 수녀님이 참 고마운 사람이었습니다.

 

 며칠전 수녀님께서 뇌암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참 놀랐습니다.

 어디에선가 수도자로서 건강하게 또 열심히 바쁜 삶을 살고있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랫동안 많이 아프셨더군요.

 생각해보니 수녀님은 90년 그때에도 가끔 눈이 아프다는 말을 했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지난 번 명동성당으로 수녀님을 찾아갔었습니다.

 할머니 수녀님들의 간호와 기도를 받으며 마지막 임종을 준비하고 계신 수녀님을 그렇게 다시 만난겁니다.

 이미 머리 속의 뇌세포가 수없이 죽어가고 있어서, 한마디 말을 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의 노력이 필요했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것을 잊지않고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계시더군요.

 오랫동안 꼭 잡은 수녀님의 손길이 전해주는 느낌과 서툴던 한마디 한마디의 음성, 단어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빚을 진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몇년전 저도 수녀님과 똑같은 그곳에서 뇌수술을 받았었는데, 그때 저를 위해 많이 기도해 주셨는데...

 수녀님께 드리기로 약속한 책도 ’전 데레사 수녀님께 드립니다.’라는 메모와 사인과 함께 결국 전하지 못한 빚으로 제게 남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투병중에서도 변치않은 밝은 미소로 하늘의 삶을 준비하시던 수녀님의 마지막 기억이 제가받은 선물이요, 오히려 수녀님이 주시는 위로라고 믿습니다.

 

 이제 고통도 눈물도 없는 그리던 하늘에서 편안한 안식을 누리소서!

 "인생은 한낱 풀포기.

  그 영화는 들에 핀 꽃.

  풀은 시들고 꽃은 지지만

  하느님 말씀은 영원히 서 있으리라."(이사 40,6.8)

 

(수녀님의 장례미사는 내일(8월 18일,수) 아침 8시 명동 샤르트르 바오로 수녀원에서 있답니다.  수녀님과 가족들을 위한 기도 부탁드립니다.)

 

(http://catholic2.paolo.net/~sos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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