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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주의斷想(3)싸래기 반도막1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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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職主義斷想(3)싸래기 반도막 1탄
내가 구역 회장으로 있을 때였다. 늦게 퇴근하여 집에 들어오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최회장야? 난데 지금 좀 만나야갰어. 내 그리로 갈께" 수화기를 놓자마자 아내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도민고씨죠? 오늘 대여섯 번도 더 전화가 왔었어요" 왜 그럴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 문이 드르륵 열렸다. "최회장 나 좀 봐" 술을 한 잔 했는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그분은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오전에 보좌신부가 가정방문을 했단다. 그런데 그 보좌신부가 싸래기(싸라기) 반도막만 먹고 자랐는지 자기 아내에게 반말을 했단다.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멱살잡이를 하고 싶었는데 아내 체면 때문에 참았단다. 지네 에미보다도 나이가 많을 텐데 어떻게 반말을 하느냐는 것이다.
열이 오를 때로 오른 그분은 나보다 3-4년 연상이었고 부인에게 끌려가다시피하여 영세한지 몇 년 안 되는 분이었다. 성격이 불같은 분이어서 당장 사제관으로 쫓아가 결판을 내고 말 기세였다. 나는 살살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우선 차를 한 잔 권하고 말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 돌린 말 중에는 이런 말도 들어 있었다. "형님 참으시죠. 한국 교회 전통이 신부님은 신자들에게 반말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신부님은 우리들의 영혼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반말을 해도 괜찮은 겁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옥중서한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 첫머리에 ’신자들 보아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엉터리 궤변이 어떻게 먹혀 들어갔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그리고 형님! 형님네 막내아들이 응석을 부리지 않습디까? 그 응석 부릴 때 귀엽지 않습디까? 보좌신부님의 반말도 응석으로 봐주세요. 말이란 친할수록 반말이 섞여 나오기 마련입니다. 보좌신부님은 형수님 보시기를 어머니같이 보았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반말이 섞여 나왔을 겁니다"
꽤 오랜 후에 그분은 조용히 돌아갔다. 그러나 내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한 1년쯤 후에 보좌신부님 이동이 있었다. 송별회 자리에서 나는 신부님 때문에 진땀을 뺀 일이 있다고 하면서 그 얘기를 해드렸다. 신부님은 깜짝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하면서 당장 그 집을 같이 가자는 것이다. 송별회를 끝내고 나는 신부님을 모시고 갔다. 도민고씨는 의아해 하면서 신부님을 맞이하였다. 신부님이 큰절을 올리려 하니까 도민고씨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왜 이러시느냐고 붙들어도 신부님은 막무가내였다. 그예 큰절을 올리고 나시더니 "할아버지,(신부님은 할아버지라 불렀다) 제가 오늘 할아버님께 절을 안하고 떠나면 평생 한이 될 겁니다. 오늘 최회장님께 얘기 다 들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하면서 손을 잡았다. 그 옆에 서있던 부인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코허리가 찡했다.
돌아오면서 나는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분은 틀림없이 성인 신부님이 되실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