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자유게시판

聖職주의 단상(7)죽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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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화 [ppssm] 쪽지 캡슐

2001-09-29 ㅣ No.24826

聖職主義斷想(7)소리 없는 총

 

당시 나이 마흔 두 살의 K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다.

그분은 부임하자마자 군기를 잡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썼다.

그 첫째가 반말이었다.

그 둘째는 사목회의 해체였다.

그 셋째는 모든 예산의 동결이었다.

그 넷째는 성가를 군가식으로 빨리 부르게 했다.(악보는 필요 없다)

그 다섯째가 미사시간에 맞춰 금줄을 쳤다.(늦은 사람은 못 들어오게)

그 여섯째가 미사가 끝나면 신자들 나오기 전에 즉시 사제관으로 직행했다.  (불평하는 신자들 꼴 보기 싫어서-본인의 말)

 

동안 자상하고 다정다감했던 신부님만 모셔봤던 신자들이라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해가니까 여기저기서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가 붙였는지 그 신부님에게는 폭군 연산이란 별명이 붙었다.

 

용기 있는 신자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사적인 자리에서 건의의 말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역효과였다. 시간도 두지 않고 즉시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말한 신자는 역적이 되었다.

 

나도 역적이 되기 위하여 준비를 했다. 나는 내가 할 말을 원고로 썼다.

원고를 준비한 이유는 내 몸에 밴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걸러내기 위해서였다. 신부님의 심기를 어떻게 하면 덜 불편하게 해드릴까 해서였다.

몇 사람 다정한 친구에게 보여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이만하면 별로 신부님도 화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을 때 나는 신부님을 방문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소개한다.

 

그러나 玉에도 티가 있다고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고 신부님과 신자들 사이의 斷絶입니다. 신부님과 신자들의 단절이란 결국 사랑의 단절을 뜻합니다. 신자들은 신부님을 무서운 存在로만 생각합니다. 祭政一致 時代나 中世紀의 司祭로 생각하거나, 가깝게는 조선시대 한국 교회 外邦 宣敎會 신부처럼이나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여 범접하지 못할 하늘과 같은 존재로만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백두산 호랑이쯤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이는 장차 우리 교회를 沈默의 교회, 죽은 교회로 몰고 갈 可能性이 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신부님께 사랑의 대화를 자주 나눌 것을 提言합니다.

미사 예절은 엄숙하고 거룩하게 執典하시더라도 그 예절이 끝나면 신자들과 親交의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다른 대개의 신부님들이 그러하듯이 신부님도 성전 마당을 대화나 親交의 장으로 활용했으면 합니다. 저는 신부님이 집전하는 미사에 5번을 참석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신부님은 미사가 끝나고 나면 바로 사제관으로 직행하셨습니다. 그러면 언제 신자들 얼굴을 익히고 언제 사랑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비록 짧은 시간, 협소한 장소라 하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象徵性을 內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성당에서는 신자가 신부를 가르치려 덤벼"

 

며칠 걸려 원고를 작성했고 몇 사람을 거치면서 걸러낸 사연이건만 20년 연하의 신부에게 내가 나올 때 들은 이야기는 이것 한마디뿐이었다.

가르치려 덤벼? 덤벼? 덤벼?

가슴에 욱하고 치미는 무엇이 있었지만  신부님 앞이니 "참자. 참자"하면서 나는 사제관을 나왔다.

 

그후 나는 놀라운 소식을 또 한가지 들었다.

그해 가을 사목회 때 터져 나온 이야기인데 자기에게 불평하는(사실은 모두다 건의였는데)사람들을 "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쏴 죽이고 싶다" 고 했단다.

아! 이럴 수가 있을까?

쏴 죽이고 싶도록 증오하는 마음!

그 마음속에 사랑이 깃들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그 후 신부님의 강론은 아예 눈을 감고 듣지를 않았다.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메시꺼웠기 때문이었다.

 

소리없는 총이 있으면 쏴 죽이고 싶다 !

소리없는 총이 있으면 쏴 죽이고 싶어?

그러면서 우리 보고는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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