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월)
(백)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교육 주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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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의 곱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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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pennom] 쪽지 캡슐

2010-10-23 ㅣ No.164824

형제님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아픕니다.
불과 몇개월전 저 역시 주임신부님 명에의해서 아무 대책도 없이 성당사무장을 그만두고 지금 실업자 신세입니다.(애들 세명중, 위직한 놈은 한 명뿐)
 
형제님은 저와는 반대의 경우이군요.
저는 사무장이었는데, 관리장이나 사무원이나 이런 분들에게 하나도 지시한 적도 없고 싸운적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관리장님이 너무나 자기 일을 안하시고, 시키는 일만 하시는 통에 혼자 고민 많이 했습니다.(특히 여름철 화장실 청소)
 
전임 주임신부님이 사실 노틀담의 곱추같은 우리 신세를 불쌍히 여기셔서 우리를 채용해 주신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을 <은인>이라고 불렀습니다. 나이 60세 넘은 저를 채용해 주신 것이 보통일이 아니거든요. 또 사무원 마리아도 병든 부모님을 모시고 착하게 살고 있는데, 그 마리아를 채용해 준 것도 그분이십니다.
관리장 역시 나이가 65세가 넘었는데도, 채용해 주셨습니다. 우리 셋은 정말 사이 좋게 그리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저는 사무장이라고 한 번도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거나 지시한 적도 없었고, 교우들에게도 항상 겸손한 자세로 일했습니다.
그래서 사목위원들도 우리 셋을 보면서, 참 좋은 콤비라고 부러워했습니다. 제가 나이는 먹었지만 컴퓨터 다 잘했고(썩 잘한 것은 아니지만) 일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주임신부님이 오시면서 모든 게 변했습니다.
이분은 오시자 마자 "나는 돈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 믿는다. 내 부모도 안 믿는다.
돈에 대한 부정은 그 즉시 해고다. 만약 실수로 해도 용서하지 않는다." 그렇고 선포하셨습니다. 주임신부님은 강론도 잘하시고 전에 계시던 성당 신자들에게는 꽤 인기가 좋았던 분이셨던 모양입니다. 공부도 많이 하시고 말씀도 잘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우리를 보는 눈이 처음부터 싸늘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우리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관리장과 사무원을 불러서(처음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자기만 살아 남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신부님이 시키는 일만 하면 신부님께는 잘 보이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서로 도우면서, 성당을 위해서 일을 찾아 해야 합니다." 관리장님이 너무나 청소라든지 이런 일을 하지 않으시니 참 답답했습니다.(그래서 사무실 청소는 제가 했지만,)
 
어느날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사무실에 저 혼자 있을 때 주임신부님이 오시더니,
"사목회의 결정인데, 이번 5월 1일까지 계약 갱신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계약직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 안하면 해고 되는 것은 법적으로는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나이 많으면 계약직으로 될 수 밖에 없고, 계약직은 말 그대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그냥 그 한 마디로(계약기간 만료되었다는 말) 끝납니다.
 
나이 먹은 우리가 나가면 어디를 가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순명한다는 생각으로 "네, 잘 알았습니다." 하고 나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법적으로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하십니다.
우리 교회가 카이사르가 만든 법에 따라 사는 그런 곳입니까?
모든 것을 법으로 따진 다면 교회라기 보다는 관청이 더 어울리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 신부님을 원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왜? 그분은 나름대로 성당 재건축을 위해서 한푼이라도 아기려고 했겠지요. 이렇게 이해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분이 오시자 마자 제일 먼저 하신 일은 본인을 위한 대형화면 티부이등 전기용품 일체를 구입하신 일입니다.(전임 주임신부님은 본인 자신을 위해서 절대로 선풍기 하나도 구입하시지 않고 고물로 버려진 선풍기를 고쳐 쓰신 분이었습니다.)
 
어떻든 형제님의 글을 읽고 제 일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이런 곳에 글을 올린다고 누가 보기나 하겠습니까?
본다 하더라도 적법한(?) 신부님의 행동을 누가(교회의 고위층?) 나무라고 형제님을 취업시켜주시겠습니까? 정말 천사같은 신부님도 계시지만, 정말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그런 신부님들도 계십니다.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순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이 부르신 베드로의 후계자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분들을 예수님이 부르셨는지 저희는 모릅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형제님, 교회 밖이라도 일자리는 있을 겁니다.(어렵겠지만) 저역시 어딘가 일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우리 같이 일자리 찾아 봅시다. 아버님께서도 빨리 쾌차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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