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spill.or.kr)라는 사이트의 주제토론방(교회 안의 정의)에서 퍼온 글입니다. 교회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를 고민하는데 참고할만한 의견이라 생각되어서 옮겨봅니다.

-------------------------------------------------------------------------------------

교회 안에서 지내다보면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일이 본당 사무장들의 인사 불이익입니다. 이러저리 푸념을 늘어놓지만 실상 해결되는 것은 없고, 넋두리뿐입니다. 하지만 넉두리를 늘어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 안에도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회기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교회 병원, 복지시설 등)에만 더러 노동조합이 있을 뿐, 본당이나 교구에는 노동조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본당 사무장에 국한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인사권의 문제입니다. 현재 본당 사무장들은 대부분 본당 차원에서 채용합니다. 즉 인사권을 전적으로 본당, 더 정확히 말하면 본당 주임신부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노동조합은 어렵습니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더구나 나를 채용해준 신부님과 맞서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강심장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당 사무장도 이제 교구 차원에서 채용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리 미리 수요를 파악해서 공채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양질의 자원을 채용할 수도 있고, 개별 본당의 필요 여부에 따라 해고하는 경우가 없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인사제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설 본당의 경우 경험 많은 사무장님이 필요한데, 대부분 신참이 채용해서 씁니다. 업무를 배우면서 본당 행정 체계를 잡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이럴 경우 경력있고 유능한 본당 사무장을 인사발령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출퇴근문제를 생각해서 교구 전체는 아니더라도 지구 차원에서는 인사 이동을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만일 인사권을 교구에서 갖게 된다면, 본당 사무장이 본당신부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전혀 그런 경우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사고과제도를 통해 본당신부에게 권한을 부여한다면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교회 현실 안에서 본당신부에게 항명하는 본당 사무장은 없습니다.

둘째, 본당 사무장들의 인식과 노력 부족입니다. 본당 사무장님들의 월급은 대부분 박봉입니다. 그야말로 쥐꼬리입니다. 그나마 본당신부의 의식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다보니 본당사무장님들 가운데는 마지못해 한다는 식의 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자기 개발도 게을리합니다. 주어지는 일만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는 본당 사무장님들에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솔직히 열심히 하면 뭐합니까? 보너스를 더 줍니까? 승진이 됩니까? 저라도 신명이 나지 않아서 열정을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인사제도 전반이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유능한 본당 사무장님들을 교구청으로 발령하고, 각종 교회기관으로 발령시키는 제도가 마련되어서 동기 부여를 주지 않는 한 사무장님의 분발만을 요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이해 관계가 개입되어 있으니, 소외된 분들이 결집해서 요구하지 않는 한 달라질 수 없습니다. 그러니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삼성그룹은 노동조합 없는 회사임을 자랑합니다. 수치를 자랑거리로 이야기합니다. 노동자들의 결사권을 천부적 권리라고 이야기하는 많은 교회문헌들, 저는 교회에 노동조합이 없다는 것은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현재의 노동조합운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교회는 노동조합을 결성하도록 돕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맺음으로써 전혀 다른 노동조합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교회, 성숙한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