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자유게시판

저는 술 주정뱅이 였습니다.

스크랩 인쇄

임재양 [jrlim55] 쪽지 캡슐

2001-11-09 ㅣ No.26203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석관동 성당 임 베로니카 입니다.

제가 단주를 시작 한지도 어느새 2 년이 되었습니다.

여자로써 알코올 의존자 였다는것은

그리 유쾌한 일도

자랑할만한 일도 아니지만

저를 내어 놓음으로써

여러분 중에,

여러분의 가족중에, 여러분의 이웃에

과거의 저와같은 고통중에 있는 모든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술은 태고때부터 우리 인류가 애용해온 음료입니다.

적당히 잘 마시면 참으로 좋은 것이지만

술을 남용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술의 노예가 되어 일생을

망치게 되는 불상사를 겪게 되기도 합니다.

술은 신체적, 정신적, 영성적으로 아무런 도움이되지 못 할뿐더러

배우자나 자녀 가족들,

이웃에게도 많은 정신적 피해를 가져다줄 뿐입니다.

가정의 꽃인 엄마가

               아내가...

               며느리가...

               오로지 술 마시는 일에만 정신을 쏟다보니

               행복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어졌으며

               제 자신은 점점 더 황폐해지고

               공격적이며 거친 성격으로 변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우울증때문에 신경정신과를 다니면서도

               계속 술을 마심으로써 의사선생님께서는

               폐쇄병동에 입원하라고 까지 하셨습니다.

 

                                           

                                              

죽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너무도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께서는

한줄기의 빛으로 제게 다가 오시어

술에 빠져 헤어나지도 못한채

절망과 고통.

외로움과 서러움의

깊은 수렁에서 헤매던 저를 건져 주셨습니다.

 

이제 제 마음엔 기쁨과 감사!

그리고 주님을 찬미하는

사랑과 평화와 너그러움의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희 가정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항상 저를 걱정하시던 친정엄마는

그래도 제가 기쁘고 행복하게 사는것을 보시다가

올 1월 초에 돌아 가셨습니다.

천사같은 시엄마!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남편!

또한 성당에서 봉사하는 것을 제일 즐겨하는 요한이!

날 많이 염려해 주던 속 깊은 요셉이도

단주를 잘 하고 있는 훌륭한 엄마라고 이야기합니다.

                     

 

단주를 함으로써

예전의 성격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보다 기쁜것에 마음을두는 삶을 살고자

거의 매일미사에 참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술을 마심으로써 얻는 일시적 쾌락을 담보로

영원한 타락의 길로 떨어지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며...

제가 술을 마시게 된 동기와 과정.

그리고 단주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금년 봄,

가톨릭 알코올 사목센터에서 창간호로 발행한

작은 책자에 실린 저의부족한 아래의 글을 수정없이 올립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알/코/올/중/독/자/체/험

 

 

      13년이나 마시던 술                

 

 

    회복을 걸어가는 베로니카

 

 

내과 선생님의 방문을 나서며 나도 모르게

저절로 성호를 그으면서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피 검사 결과가 깨끗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퍽이나 신선하게 들렸다. (8월7일)

'갑상선 기능 저하증' 은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혀온 병이다.

우울증과 함께...(우울증은 4월 말로 치료 종결)

지내온 내 삶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아직도 나올 눈물이 남았단 말인가!

그동안 나 혼자만이 가지고 있던 깊은 절망감이나 외로움도

모두 사라져 버린 지금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주 한 잔도못 마시던 순뎅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던 내가

결혼을 하고 작은 아이가 돌이 지나면서부터 시작된

남편의 외박과(화투,당구,포카 등)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조금씩 조금씩 술을 마시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1년 365일을

13년 동안이나 마시게 될 줄이야...

술을 마시게 되면 내가 아닌 내가 되어 말이나 행동으로

많은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지만

단주를 하겠다는 나의 결심은 매번 허사였다.

(남편 영세 기념으로 3개월 안 마신적 있음)

 

                         

나는 단지 내가 여자로서

술을 즐기고 좋아하는 줄만 알았다.(센터를 찾기 전)

그러나 센터에 와서야 내가 알코올 중독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술 때문에 여러 번 고백 성사를 보던 어느 날

신부님께서 그러셨다.

본인의 의지와 주님께 기도를 해봐도 되지 않으면

전문기관을 찾아가 보라고...

그렇게 하여

가톨릭 알코올 사목센터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99.11.9)

 

 

난 내가 단주 하여야 할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였기에

센터에 오는 것이 너무 좋았고

희망에 넘쳤으며 즐거운 마음이었다.             

이러한 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나의 가족과

그늘진 얼굴로 내 건강을 염려해 주고

심지어는 엄마 때문에 집을 나가고 싶다고까지 말하며

온 동네 술집을 뒤져서 날 찾아다니던 작은아이 요셉.

그 아이를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착하고 좋은 엄마보다는 훌륭한 엄마가 되고 싶었으며

내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멋있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싶었다.

이러한 믿음과 용기가 생기기까지는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단주 1단계를 시작하면서 시어머니는 폐농양으로,

친정엄마는 위에서 난소까지 번진 암 4기로 진단받고

서울의 각기 다른 병원에 입원하셨고,

또 얼마 후 두 살 아래인 남동생은 술로 인한 간경화로

대전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가게 일보랴, 병원 쫓아다니랴, 센터에 오랴, 살림하랴,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지만 내 생활의 우선 순위를

센터에 오는 것으로 정하고 한 번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후유증이었다.

손 떨림에서부터 시작하여

머리에서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이렇게 힘들고 괴로울 바에야

차라리 다시

술을 마셔 버릴까도 생각하였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내가 희망하는 것은

난 다시는 죽기까지

단 한방울의 술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단계별 치료 프로그램이 끝나고 심리 치료로 이어진 것도

나에게는 많은 도움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난 나의 단점을 지적해 주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나쁜점, 나의 잘못된점, 나의 추악한 것들을

들여다 보고 끄집어내기가 정말 싫었다.

때론 심리치료 선생님을 만나는 것조차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있단 말인가!

 

 

난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다.

단주를 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미움과 분노에서 벗어나

기쁨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게 되었으니

거듭 감사! 감사! 감사할 뿐이다.

밥보다 술을 더 좋아하셔서

오십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나의 아버지와 (구강암)

알코올성 치매였던 할아버지가 계셨던 것도,

또 100일전 힘든 세상을 어렵게 살다 (마흔 네 살의 나이에)

술 때문에 먼저 간 내동생이 있었다는것을

난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요. 우리 가족은 알코올 중독자 가족이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아닐 겁니다.

모든 것이 나로써 끝나기를 바랍니다.

술에 관한 한..."

                                  

아주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나의 노력은 10%이었을 뿐이고,

나머지는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과 성모님,

센터를 이끌어 가고 계신 신부님.

그리고 봉사자 선생님들의 힘이다.

이젠 가장 낮은 곳에서 작은 소리로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아울러 이글을 접하게 되는 술에서 해방되고자,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분들과

그의 가족들, 이웃, 친지들에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 용기를 내십시오.

자신을 가지십시오.

가톨릭 알코올 사목센터가 여러분의 이웃에 있습니다.

한가족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린 여러분의 벗입니다. -아멘-

 

                             

 



967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