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자유게시판

부디 어른들만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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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정 [annateresa] 쪽지 캡슐

2002-11-08 ㅣ No.43156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썼습니다만,

손가락이 간지러워서 어쩔 수 없이 또 이러게 되네요.

(하고 싶은 말 참으면 입이 간지럽죠. 타이핑의 경우엔 손가락이...^^)

 

결국 이럴 수밖에 없게 된 건

김덕삼님의 글을 읽은 영향이 컸습니다.

 

평소 지요하님의 수필같은 글들을 참 좋아했지요.

그런데 어제 할머니와 손녀의 논쟁에 관한 글을 읽고는

"아,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참 다른 집안 분위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어린 학생이 얼마든지 할머니보다 똑똑하고 논리정연할 수 있지요.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할머니 생각이 틀렸고 자기 의견이 옳고

또한 할머니보다 자기가 말을 잘한다고 해도

할머니를 상대로 "그건 옳지 않아요, 할머니!"

이런 어조로 일장연설을 한다는 건

솔직히 좀 아름답지 못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옳은 말을 하고 논리를 펴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경우에는 옳은 말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사실 자식을 교육하는 데에도 집안마다 다른 견해가 있을 테니

뭐 남의 집 가정 교육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자격이야 누구에게도 없겠지만

 

자신감을 갖되, 지나치게 자만하기 보다는 겸손할 줄도 알고

어른을 공경하기 위해서는 가끔 자기의 옳은 뜻도 침묵하며 접을 줄 아는 것이

올바른 삶의 방식이라고 교육받은 저로서는 좀 이해가 되지 않는 집안 분위기였습니다.

 

더구나 아버지 되시는 지요하님은 그런 딸을 야단치기는 커녕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참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꼈다는 것뿐입니다.

 

그 후에 규애양이 올린 글을 보았을 때, 그 느낌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아직 어린 학생이기 때문에 그 자매를 상대로 무어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만

아무리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게 잘못을 먼저 했다고 해도

그 학생의 태도가 물론 성숙하고 똑똑해 보이긴 했지만

그리 맑고 예뻐 보이지는 않더군요.  

 

솔직히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 학생이 잘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그리고

정말 맑고 예쁜 태도를 보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근본적으로 지요하님과 같은 사상체계를 가지신 분들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참으로 의외였습니다.

지나칠 만큼 불손하다 싶은 아이의 태도를 예쁘다고 보는 어른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습니다.

 

그런 분들은 모두 자녀를 교육시킬 때

"어른이 잘못하는 모습이 보이면 네가 나서서 막 야단치려므나.

 공손하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단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

 네가 아무리 건방지게 굴어도

 그 어른들은 네 앞에서 아무 말 못할 거란다."

이렇게 가르치시는 걸까요?

정말 그런 겁니까?

 

아이 앞에서 부끄러워 해야 할 어른들 물론 아주아주 많지요.

아마 저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어쩌면 모든 어른들이 아이 앞에서는 부끄러워야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그것과는 매우 다른 문제라고 ... 전 생각합니다.

 

물론 나이 많다는 게 누구에게도 훈장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린 자매는 이 게시판에서만이 아니라

자기 집에서 친할머니를 상대할 때조차도

어른에 대해 별로 공경하는 습관이 붙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좀 원색적인 말을 쓴다면 "저 잘난 줄만 알아서"

자기보다 못 배우시고 나이도 많으신,

더구나 자기를 그토록 사랑하시는 할머니 앞에서도

그저 목에 뻣뻣하게 힘을 주는 아이,

제가 볼 땐 앞으로 많이 다듬어져야 할 아이 같습니다.

 

규애양의 글 중에서도 특히

"우리 엄마가 양대동 아저씨는 어떤 분이라고 하시더군요"하는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따님을 향해 그런 말씀을 하신다는 부모님부터가 참 이해되지 않습니다.

입장이 다르고 의견이 다른 거야 어른들의 일이 아닌가요?

따님을 향해 "그 아저씨는 부산에서 사시는 분으로 지역감정에 꽁꽁 얽매인 사람"

이런식으로 말한다는 건

일종의 주입식 교육인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규애양의 글에 댓글을 달면서

"아버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신중했으면 한다"고 했던 건

바로 저런 집안의 모습이 밖으로 드러났으니

이제 매우 입장이 난처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는데

괜한 우려였던 것 같군요.

그 어린 따님에게 동조하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솔직히... 정말이지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저는 그저 "철없는 어린아이의 실수" 정도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한두 번도 아니고

그 어린 학생의 태도가 너무 예쁘다고, 잘했다고 하시는

어른들의 글이 자꾸 올라오는 걸 보니

저도 제 의견을 밝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궁금하거든요.

그런 분들은 본인의 자녀들이 그럴 때도

정말 예쁘고 기특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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