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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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신부의 내 버릇 고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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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dellia] 쪽지 캡슐

2001-11-26 ㅣ No.26803

찬미 예수님

****************

 

성직주의 단상을 읽으면 늘 생각나는 신부님이 한분 계시는데......

 

한 십년 전 즈음 되었을까?

지방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일요일 그곳에서 미사전 고백 성사를 본 적이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죄를 고하게 되어.....

 

지난 주에 친구하고 성명철학 하는데 따라 갔다가 저도 같이 이름 풀이를 했습니다.라고 막 고백을 하는 순간 갑자기 이 신부님 소리를 꽥 지르면서 노발 대발 화를 내는 통에 나는 너무나 놀라 뒤로 쿵하고 엉덩 방아를 찧고 말았다.  세상에......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그 좁은 고백성사실 안에서 있는 소리 없는 소리를 다 질러 대면서 혼을 내다니.....  나는 고백성사를 다 끝냈는지 안 끝냈는지 기억마저 없는 채로 엉금엉금 기다시피 문 밖으로 나오니 밖에 줄 서 있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고 내 뒤에 서 있던 다음 차례 사람은 완전 울상이 되어 쭈삣 쭈삣 성사실 문 앞에서 용기가 안나는 표정으로 황당히 서있고, 나의 친구는 저 한편에 서서 무엇이 우스운지 나를 보면서 깔깔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원 세상에 참 성깔 한번 대단하신 분이시구나’ 싶어 두 손이 벌벌 떨리고 두 다리가 후둘거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얼굴이 빨갛다 못해 하얗게 질린 나를 친구가 부축하여 겨우 성당안으로 들어섰다.

 

’너 오늘 된통 걸렸구나’ 면서 보속을 무엇으로 받았는지 기억이나 나느냐고 물어 반쯤 얼이 빠져 있는 이 상황에서 내가 뭣을 기억하겠느냐며 앞자리로 가자는 친구를 마다하고 구석진 뒷자리에 자리 잡고 앉아 가슴을 쓸어 내리며 진정 시키고 있는데 미사가 시작되었다.  꼭 신부님이 나를 쳐다 보는 것 같아서 고개도 제대로 못 들고 있다가 그래도 그 성깔 더러운 신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여 사람들 머리 사이 사이 살짝 쳐다보니 약간 대머리에다 정말 깐깐하게 생기신 아주 젊은분이었다.  미사 시간 내내 가슴이 쿵쿵 거리고 머리도 어지럽고 속까지 메스꺼운 것이 내가 놀라기는 단단히 놀란 듯 미사가 진행중인지 어쩐지 그저 사람들 소리만 왱왱 거리기만 할 뿐 전혀 귀에 아무 소리도 안 들려 오기를 한참.......  

강론 시간이 시작되어 모두들 조용히 듣고 있는데 이 깐깐한 신부님 처음에는 신자 수가 많이 줄어 빈 자리가 너무 많다 어떻다 하더니 잠시 가만히 계시는 것이었다.  그제야 주위를 주욱 둘러보니 11시 미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큰 성당이 반 정도는 비어 있는 듯 했다.  

 

’정말, 사람들이 많이 안 왔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신부님 또 화를 벌컥 내시면서

’오기 싫은 사람은 오지 말라고 그래요!  하느님 보러 오지 나 보러 옵니까’ 면서 소리를 냅다 지르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오늘 저 신부님 나를 완전 잡으려고 작정 하셨나 보다 싶은게 혹 나의 고백에 너무 화가 나서 아직 화가 안 풀려서 저런가 싶기도 하여......

겨우 겨우 간신히 진정시킨 가슴은 더 큰소리로 쿵쿵 거리고 불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내 평생 기억에 남을 확실한 미사임에 틀림없는 날이었던 것 같다.

 

친구 집에 돌아와서 자연 신부님 얘기가 나왔는데, 먼저 계시던 수더분한 나이 드신 신부님 떠나신 이후로 도저히 못말리는 성질 대단한 신부님 오시는 통에 신자 수가 거의 반으로 줄어 버렸다고 했다.  식성도 얼마나 까다로운지 신부님 어머님이 담그신 된장이 밥상에 오르지 않으면 절대 식사도 안하신다고 하였다.  나도 오늘의 그 고백성사 얘기를 꺼냈더니 친구와 다른 자매님들이 모두 온 성당이 다 듣도록 고함을 치셨는데 얘기 안해도 안다면서 모두들 배꼽을 쥐고 우습다며 웃었다.  그게 웃을 일이냐고.... 나는 혼이 다 빠지는 줄 알았다는 내말에 그 신부님이 다른 것은 다 몰라도 그 점보러 가는것 만은 절대 용서 못한다고 ..... 내가 그것을 고백 할 줄 알았다면 말릴 것을 그랬다며 또 웃었다.

 

정말 고약한 성질의 신부님이라며.......

거, 사람이 말이야..... 그런데 갈 수도 있지.......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한번 간건데....

그래서..... 내가 고백 성사 보는 것 아니냐고......

 

혼자서 투덜 투덜 대면서 집으로 돌아 온 후 다시 그 성당을 찾으 것은 한 삼년 정도 된 후 였던것 같다.

 

지금쯤 그 신부님 가셨겠지.....

그 고약한 성질에 신자수도 반이나 줄었다는데......

벌써 가셨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나를 비웃기나 하듯이 여전히 그 신부님의 벗겨진 앞이마는 불빛에 반짝 반짝거렸고 강론 또한 여전히 정치색이 강한 아주 색깔 선명한 강론이었다.

 

’얘, 저 신부님 아직도 계시냐?’

’한참은 더 계실걸?’

 

친구의 말에 성당안을 휙 둘러 보니 성당 안이 꽉 찬것이 몇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 나게 많은 신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고 뒤 쪽은 몇겹으로 사람들이 서 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친구가 말했다.

처음 새 신부님이 오시면 원래 말도 많은 법인데 더구나 이런 성질 고약한 신부님이 오셨으니 먼저 계시던 사람좋으신 신부님과 자연히 자꾸 비교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성당을 떠났다고 하였다.  그래서, 남은 사람들이 일일이 냉담자들을 찾아 다니며, 달래가면서 다시 성당으로 데리고 왔고, 이제 성당 사람들도 원래 까다로운 신부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두부 자르듯 매사 너무나 명확하고 깐깐한 성격을 원래 그러려니 하면서 지낸다고 하였다.  그리고, 신부님이 화 내는 부분들을 가만히 따져 보면 다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신앙인의 자세를 확립 시키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니 모두가 정당한 말씀이라고들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제는 모두 신부님 하시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따른다고 하였다. 그래서, 신자수도 그 전보다 더 많아 졌다고 하였다.

 

저 까다로운 신부님은 우리하고 있으셔야만 편하실 것 같아서 더 계시라고 그랬다고.....

농담처럼 말하던 친구의 말이 가끔 이곳에 올라오는 다른 신부님 얘기를 읽고 있자면 생각이 난다.  저 신부님은 우리가 감싸 드리고 보살펴 드리지 않으면 힘드실 것 같아서 오래 오래 이곳에 계시기를 모두 바란다니......

 

어쨌거나, 그 성질 고약한 신부님은 내 버릇 하나는 확실하게 고쳐 주신 것 같다.

요즘 신문이나 잡지등을 읽다 보면 하다 못해 일일 운세라던가 이주일의 운세 라는 코너가 있는데 나는 신문을 읽다가 그 부분이 눈에 들어 오면 화들짝 놀라면서 의식적으로 그 코너는 건너 뛰어, 절대 재미로라도 읽어 보지 않는다.  그야 말로 매일 한번씩은 그 신부님의 고함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니 참으로 그 신부님의 고함소리와 나는 평생을 함께 할 그런 사이가 된 것 같다. 내가 신문을 읽게 되는 한은 말이다.

 

주님의 응답이나 음성을 듣게 되는 방법은 참으로 여러가지인데 나처럼 고집 센 사람은 성질 고약하고 표현력 과격한 신부님 입을 통해 호되게 야단을 쳐, 얼이 반 쯤 빠지게 만들어서라도 버릇 되는 죄를 뿌리 뽑게 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마도 그때 신부님이 조용 조용 나를 훈계 하셨더라면, 나는 모르긴 몰라도 재미삼아 라는 핑계로 또 은근 슬쩍 운세도 점 쳐 보았을 게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주님께서 나에게 무척 화가 많이 나셨고 섭섭하셨나 보다.  완전 혼쭐을 내신것을 보니.... ^0^  주님께 감사!!!!

이처럼 주님은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엄격하게 여러 모양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하시니 우리가 신부님이 나에게 섭섭하게 하였다고 뭐라고 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섭섭하고 무정한 말씀 그 너머에 완고히 버티시고 질책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깨닫는다면

내게 오는 비판도 감사히 받아야 할 일이다.

 

주님은 우리 모두 다 각각에 알맞게, 적당한 강도로 혼을 내 주시고 깨우쳐 주심에 늘 감사하고 사는...... 매사에 주님의 뜻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사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으음..... 지금 이 대한민국 어디쯤인지 몰라도 나처럼 운세 보러 갔다가 혼쭐 나는 사람들 여럿 있을텐데...... 너무 섭섭해 하지 마시라.  주님께서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신다는 뜻이니 춤을 추고 기뻐 해야 할일 아닌가?

 

여러분들도 잘 못하신 것 있으면 신부님께 혼쭐 많이 나세요. ^^  그래서 고약한 버릇은 확실하게 고쳐 보세요.  주님 앞에 떳떳 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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