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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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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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4-04-30 ㅣ No.171997

1996년 스페인 성지순례를 갔을 때입니다.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모임 장소로 말 동상이 있는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자유시간을 보내고, 말 동상이 있는 광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일행이 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확인하니, 그곳에는 말 동상이 있는 광장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성격이 급한 저는 말 동상이라는 말만 들었고, 그 다음 말은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성당 옆의 말 동상이 있는 광장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실수가 있었습니다. 성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있는 샌디에고 꼼뽀스텔라엘 갔습니다.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모임 장소로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는 자유시간을 보내고 광장에서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되어도 사람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성격이 급한 저는 광장이라는 말만 들었고, 그 다음 말은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성당 앞의 광장이 아니라, 성당 아래에 있는 광장이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광장이 서로 가까이 있었던 것입니다.

 

과학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인류는 천동설을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였습니다.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를 중심으로 온 우주가 움직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찌 보면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은 생각입니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이면 해가 지니 당연히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도 천동설이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온 우주에 하느님을 닮은 인간은 지구에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갈릴래오 갈릴래이와 같은 과학자는 지동설을 주장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와 같은 과학자는 지동설을 주장했습니다. 우리의 생각보다 우주는 훨씬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는 우주에 떠 있는 아주 작은 먼지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는 지동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을 단죄하였습니다. 천동설이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동설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주는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을 만큼 크고, 장대했습니다.

 

초대교회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할례에 대한 문제입니다. 유대인들은 모세의 율법에 따라서 할례를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할례를 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유대교에서 개종했던 사람들은 당연히 할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민족에서 개종했던 사람들은 할례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초대교회는 할례가 신앙인이 되는 필수조건인지 고민했습니다. 다른 민족에서 개종했던 사람들은 할례의 의미도 몰랐고, 할례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문제로 음식에 대한 것도 있었습니다. 유대교에서 개종했던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규정이 있었습니다. 모세의 율법은 부정한 음식에 대한 규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민족에서 개종했던 사람들은 모세의 율법을 몰랐고, 음식에 대한 규정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 초대교회는 고민을 하였고, 예루살렘에 모여서 회의를 하였습니다. 이것이 최초의 공의회입니다.

 

교회는 할례음식에 대한 모세의 율법을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제가 찾았던 광장이 모임 장소가 아니었듯이,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도는 것이 아니었듯이, 할례와 음식은 구원을 위한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었습니다. 교회는 유대교라는 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방인들에게 유대교의 율법과 계명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었습니다. 제도와 관습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제도와 관습을 뛰어 넘는 사랑과 믿음 그리고 희망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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