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냥 그대로 떠났다오~~!! 수리산성지/구산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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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남 [agnes536] 쪽지 캡슐

2021-07-08 ㅣ No.99840

 

 

 

성모신심 미사가 있는 토요일은 성지순례 일정이 없는 날이라

참으로 오랜만에 느지막히 일어나 성당을 다녀나오다 

 

"오늘은 어디로 순례길 떠나는가?" 물어오는 리노할배의 말에

"오늘은 시간이 어중간하고 날씨도 꾸물꾸물 하니 그냥 집 정리나 하고

쉴려고 하는데요"

"그래도 가던 길은 가야지..."라는 할배의 말에

"그랍시더~ 그냥 짧은 코스로 돌아 오지뭐~!" 하며 돌발적으로

길 떠나게 된 안양에 자리한 수리산 성지순례길이다.


점심도시락도, 시원한 얼음커피도,

기운을 북돋아주는 야채과일도 없이 . 게다가 강렬한 햇빛이 쏘아내리는

낮엔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글라스도 놓아둔채 냅다 달려간

수리산 성지는....


최양업신부님의 부모님이신 최경환.프란치스코성인, 이성례.마리아 복자

두 분이 그옛날 숨어서 교우촌을 이루어 살다 잡혀간 그 터에 이제는

두분의 묘가 후손들의 모범이 되어 말없이 누워있다.


집터가 있던 땅엔 고택성당이 커다란 바위동굴을 끼고 고즈녘히 숨죽여 있다.

산기슭을 타고 오르는 십자가의 길엔 두사람의 일생을 함께 묵상하며

걸을수 있는 십사처의 묵상의 글이 함께 어우러져 예수님의 고통속에

찬란한 순교와 순명의 힘이 산길을 오르는 우리네 가슴까지 뭉클하게 해준다.


당신들을 잡으러 온 포졸들에게 먼길 가려면 배고프다고 밥까지 먹여서

함께 걷던 수난의 죽음길도~~

어린것의 숨넘어감을 못견뎌 잠시 돌아선 배교의 후회스런 고통도~~

어머니의 죽음앞에 단칼에 베어 아픔을 줄여달라고 종일 동냥한

엽전 몇푼을 휘광이의 손에 쥐어 주었다던 아들들의 마음씀씀들도~~


"똘똘 뭉쳐 절대로 헤어지지말고 사제가 되어 돌아올 형을 기다려야 한다고

다짐케하던 어머니 성례마리아!의 이별의 순간이 떠올라 기막힌 울림이

지금을 살아가고있는 리노할매 '엄마'의 마음을 때려댄다.

세상에~ 어찌할꼬! 어찌할꼬! ㅎㅎㄱ


산길을 내려오는 길엔 이제 폭우라도 퍼부을 듯한 먹장구름이 스산한

바람과 함께 심상찮은 기운으로 몰려온다.

어차피 나왔으니 서울 가까운 하남시에 자리한 구산성지까지 순례하기로

정하고 비 쏟아지기전에 서둘러 또 달려간다.


토요일 새벽이면 일어나 김밥을 싸고, 과일을 씻어담고. 얼음채운 카누

커피도 챙기고, 커다란 아이스박스 한가득 영양식 준비하느라 몇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순례길 길떠나면서 부터는 할배기사님 곁에 앉아

끄덕끄덕 졸기 일쑤인데....

그래도 할배는 "김밥 없냐?"고 아쉬운 농담 한마디 보태더라~~!!


하여...

김밥천국에 들러 김밥 두줄과 떡두 팩을 사들고 차에 앉아가며 고픈배를

채우니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말같다.


그 순간 생각나는 주님말씀

"너희는 길 떠날 때에 지팡이도, 전대에 돈도, 여벌옷도 챙기지 말고

그냥 떠나라"고 하던 말씀이 하필 이때에....알쏭달쏭하게도..

집에 들러 이것저것 챙기고, 준비하고 왔다면 아마도

오늘 순례길은 없었을 테지.... 생각하니 그또한 감사로운 시간이다.


거북이 모양의 산을 업고있는 동네라해서 구산이란 이름을 붙인 구산성지엔

김성우 안토니아와 8분의 순교성인들이 잠들어 있다.

형제들과 자식들 모두가 다 순교의 월계관을 쓰고 잠든 이 복된 땅은 

그들의 후손들이 주검들을 돌보며 여태껏 지키고 보존해 왔다 한다.


치유와 은총의 성지란 팻말아래 수능생들을 위한 기도까지 모여

성모님앞에 타오르는 촛불의 행렬은 향기로운 기도꽃과 함께

하늘로 하늘로 날아오른다.


큰아기마리아, 마리아 엘리사벳가정을 ...

데레사와 마태오 가정을 ...

미카엘라와 베드로 가정을....

아네스와 아오스딩 가정을.....

불쌍한 영혼들을.... 봉헌합니다!!


드디어! 비가 쏟아져 내린다.

성지마다 들러 하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끝내고 부지런히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오늘 하루가 참 뿌듯하다....


하루종일 잔뜩 검정구름 안고 퉁퉁부어있던 하늘에게도

많이 참아줘서  참 고마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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