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자유게시판

성지혜님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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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 [maria3731] 쪽지 캡슐

2002-05-10 ㅣ No.33071

오늘 처음 굳뉴스 사이트에 들어와서 게시판을 보았습니다.

참 교회의 쇄신을 위해 열심들이시더군요.

글들을 읽으면서 성지혜님께 의문이 하나 들었습니다.

기도의 힘이란 걸 믿으시는지요.

저는 군종교구 소속의 신자인데 사십여 년 가까이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신앙생활을 해 왔습니다.

수 많은 성당에 다니면서 가슴 아픈 일들도 많았지만 님들의 지적처럼 주로 골방에서 기도를 하며 봉사활동 하는 정도의 소극적 신앙생활을 해 왔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절실하게 체험한 사실은 기도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 하는 것이었답니다.

저는 간호학을 전공했습니다.

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객관적으로

공감하는 바도 있었지만 한 눈에도 느낄 수 있었던 사실은

님들이 상당한 흥분 상태에서 글을 만들어 올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적당량의 흥분제를 복용한 상태 말이죠.

글 마디마다 경련을 일으키는 손 끝이 보이는 듯 했답니다. 그래서는 님들이 바라는 소기의 목적 -선동(타인을 부추겨 행동대열에 참여하게 하는 일), 고무, 등등-을 달성할 수 없답니다.

 

성지혜님.

혹시 외풍 심한 쪽골방에서 군용 매트리스 하나 깔아 놓고

냉혹한 겨울밤들을 지내는 신부님들을 보신 적 있나요?

비좁은 고백소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몇 천 명의 신자들에게 일일이 고백성사를 주다가 기절한 신부님은요?

몇 안 되는 공소 신자를 위해 눈 내린 산길을 달리다

차가 뒤집혀 응급실에 실려간 만신창이의 신부님은요?

계속 나열할까요? 밤 새워도 끝나지 않을 겁니다.

신자들의 피같은 돈이라며 한겨울에도 기름을 때지 않고 자다가

동상 걸리는 수녀님들.

새 모이만큼의 밥과 김치 하나로 끼니를 때우는 수녀님은요?

     

저는

가는 곳마다에서 그런 분들을 보았습니다.

가끔 그 분들이 인간적인 미숙함으로 인한 상처를 저희에게 주시는 일이 있다 해도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먼지같은 아픔들이었습니다.

님들이 비난하는 가톨릭의 문제점들, 사제, 수도자들의 문제점은

그런 숨은 분들의 거대함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왜냐구요?

희망이라는 걸 보여주니까요.

 

왜 자꾸 사람들을 절망으로 돌려 세우려 안간힘 쓰는 건가요?

님들이 침 튀기며 퍼 오고, 베껴 오고, 밑줄 긋고 색깔 칠해 오는 글들이

오히려 정말 예수님의 말 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 지 모른단 말인가요?

아니면 고의적으로 외면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님들은 님들이 주장하는 논리의 오류를 스스로 저지르고 있는 셈입니다.

마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뫼비우스적 파괴력처럼 말입니다.

 

성지혜님.

정말 교회의 쇄신을 위하신다면

선동적이고 파괴적인 언어의 능력보다

기도하는 모습과 진정한 애정을 보여 주십시오.

그러면 님이 원하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주변 사람들의 상처를 요구하지 않는 위대한 야망은 없습니다.

님들의 야망은

상처 없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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