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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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말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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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송 [hsson] 쪽지 캡슐

2002-09-04 ㅣ No.38176

  1. 지난 주일, 그러니까 9월 1일 오후에 <가톨릭 청년 성서 모임> 설립 30주년 행사인 "만남의 잔치"가 서울 역삼동 성당에서 있었습니다. 1,300여명의 청년들과 선배 봉사자들이 성당 1,2층을 꽉 메운 가운데 김 수환 추기경님의 주례로 2시간 가까이 축제의 분위기에서 미사가 거행됐습니다. 밝고 기쁜 얼굴 모습의 1,300여명의 청년들이 힘찬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마침 이 미사에 함께 하셨던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장익 주교님(춘천 교구장)은 이런 요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모임이 30년간 계속되면서 청년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맛들이게 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오늘 미사를 하면서 여기 모인 청년들의 눈을 보니 감사와 찬미로 가득 차 있다. 이런 큰 일을 이룬 데에는 물론 봉사자들의 역할이 컸지만, 사실은 하느님 말씀 자체의 힘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수 많은 청년들이 성당이나 대학에서 그룹을 지어서 창세기, 출애굽기, 마르코, 요한복음 등을 6개월 정도 공부하고 나서 3박 4일 연수에 참여합니다.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 동안 각각 7차 그리고 중간에 4차에 걸쳐 열리는 연수에는 줄잡아 3000명 가까이 참석합니다. 저는 1995년부터 매년 한 번 내지 두 번씩 연수 지도를 하면서 정말 좋은 체험을 했습니다. 연수를 시작할 때 연수생들은 서로 처음 만나는 사이라서 서먹해하고, 빡빡한 프로그램 때문에 피곤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화됩니다. 성서 강의, 그룹나눔, 고해성사, 미사 등을 거치면서 이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가슴 깊이 깨닫고, 자신의 잘못을 눈물 흘리면서 참회하고, 세상에 나가서 하느님 말씀을 전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하게되지요. 물론 연수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이 연수 때의 결심을 실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청년들이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가서 그룹원들을 모아서 성서 공부를 함께 하고 이들을 다시 연수에 보냅니다.

 

  몇 년동안 이들을 지켜보면서 정말 하느님 말씀의 힘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미사 때 하느님 말씀에 대해 강론을 하고, 대학 강단에서 학술적으로 하느님에 대해 논하지만, 실제로 그분과 그분 말씀의 힘을 깨달은 것은 이들 청년들을 통해서였습니다. 하느님 말씀은 사람에게 생명과 활력을 불러일으켜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에서 본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을 말씀을 전하되 다른 사람에게 힘과 활기를 주는 방식으로 전하면 좋겠습니다.

 

2. 아래 안식일교 신자인 어떤 분이 안식일을 준수하지 않으면 마치 구원 받을 수 없는 양 열변을 토하시던군요. 쇠귀에 경 읽기라는 비난까지도 감수하면서 열성적으로 천주교 신자들을 설득하려 하는데, 아직까지는 효과가 전혀 없네요. 앞으로도 효과가 있을런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그분, 광고에서 한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남의 회사 제품 나쁘다고 계속 부정적인 선전하는 상품치고 좋은 상품 못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부정적인 전법을 쓰는 상품은 안 사지요. 안식일이 아닌 주일을 지킨 천주교회에서 걸죽한 성인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개신교에서도 존경하는 아우구스티노 (그들은 영어 발음으로 ’어거스틴’이라고 부르지요), 프란치스코 성인 등등. 그러면 안식일이 아닌 주일을 지키는 가톨릭 교회에서도 분명 뭔가 좋은 것이 있을텐데, 이런 것은 다 제쳐놓고 안식일을 안지킨다고 거짓교회라고 몰아부치니... 누가 그 말에 귀를 기울이겠어요. 자신이 진리라고 주장하지만, 정말 진리는 그렇게 맥없는 진리가 아니랍니다. 진리는 그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설득시키는 힘이 있거든요.

 

  아무튼 박모라는 분은 안식일 준수를 기준으로 해서 자신이 속한 안식일교가 유일한 진리의 교회이고 개신교는 물론 천주교도 잘못된 종교라고 서슴없이 얘기하시는데, 글쎄요....  안식일이 그 정도로 구원을 얻는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까요? 예수님 말씀에 직접 귀를 기울여보지요.

 

루가복음 18,18-27에 보면 부자 청년이 예수님을 찾아와서 어떻게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시지요.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 증언하지 말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한 계명을 알고 있지 않느냐?". 그러자 그 청년은 "어려서부터 이저는 이 모든 것을 다 지켜 왔습니다."하고 응답합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너에게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하지만 그 청년은 큰 부자였기에 예수님을 말씀을 따르지 못하고 슬픈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예수께서는 구원의 조건에 대해 분명 십계명을 인용하시는데 안식일에 대한 말씀이 없네요. 물론 안식일 준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말씀이 아닐까요?

 

다른 예를 들지요. 마태오 복음 25, 31-46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 기사입니다. 여기서 구원과 멸망의 기준이 분명히 나타나지요. 예수께서는 당신 오른 편에 있는 축복 받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면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었다". 반면에 왼 쪽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똑같은 기준으로 멸망을 선고하십니다. 그런데 안식일에 대한 말씀은 일언반구도 없네요.

 

성서의 어느 한 대목만 쏙 뽑아서 그것이 하느님 말씀의 전체인양 부풀리는 것은 분명 문제가 많은 해석 방법입니다. 부분을 전체로 여기고 고집부리는 것이 바로 이단으로 빠지는 지름길이지요. 고대교회에 그리스도론 논쟁을 보면 그랬거든요. 예수님은 신성과 인성을 동시에 지닌 분인데, 어떤 사람은 신성을 약화 혹은 무시하고 인성만 강조하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인성을 약화, 무시하고 신성만 강조했는데, 모두 이단으로 판정이 났습니다.

 

 

3. 안식일교가 기존의 가톨릭, 개신교와 구분을 짓기 위해서는 그들과 다른 무엇을 들고나와 차별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안식일 준수인가 봅니다.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다면 모두 지옥갈 것이라는 얘기인데, 글쎄, 그들이 그렇게 선고를 하지만, 하느님은 그렇게 선고하시지 않으실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도 말씀하셨지만, 신학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은 신자분들이 해박한 성서지식과 명확한 논리로 대처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신부인 저도 자극을 받아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네요.

 

마지막으로, 이 글은 안식일 준수를 강력히 부르짖는 그분을 위해서 쓴 글이 아닙니다. 이 게시판에 들르는 우리 가톨릭 신자분들을 위해서 썼습니다. 성서의 말씀은 그렇게 자기 맘에 드는 한 대목만 쏙 뽑아서 전체인양 해석해서는 아주 위험하다는 것, 또한 하느님 말씀은 사람에게 생명과 활력을 주는 데에서 본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지, (진리라는 미명으로) 남을 비방하고 공격하기 위한 창과 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모쪼록 청년성서 모임에 참여하는 청년들처럼 하느님 말씀 안에 담긴 그 풍요로움을 많이 깨닫고 체험하셔서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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