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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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문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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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0-09 ㅣ No.328

안녕하세요.  저는 신자입니다.  하지만, 신앙적인 문제보다는 생활적인 문제에 대하여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저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스물 아홉살 미혼 여성입니다.

 

지난 97년 6월에 만난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새벽반 영어학원에서 만났는데, 진실하고 착하고 성실한 모습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학원을 다니면서 계속 이야기를 해 보니,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점점 들었구요.  

 

당시 서로의 나이가 있는 만큼 저희는 결혼이라는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입니다.  별다른 재산 물려 받은 것 없이 아버님이 군대 제대 후 어머님 만나셔서 결혼하시고, 무슨 건설회사 다니시다가 한 15년 전쯤에 그만 두시고, 특별한 기술이 없으시니까 생계를 위하여 택시 운전을 시작하셨습니다.  지금까지 택시운전을 하시면서 생활을 책임지고 계십니다.  몇 번의 우여곡절이 있어서 재산이라고는 29평짜리 주공 아파트가 다 지만,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가족간의 사랑이 가득한 집입니다.

 

문제는 저희 집이었어요.  저희 아버지도 자수성가를 하셨지만, 지금은 3급 공무원으로 남부럽지 않은 지위를 얻으셨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도 올 해에 30년간 해오신 교직생활을 그만 두신 분이시구요.  하나 있는 남동생은 서울 공대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몇 년 전부터 저를 재산많고 가정화목한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고 싶어 하셨습니다.  제가 인물이 그리 나쁘지 않고, 석사학위까지 있으니까 욕심을 내실말도 하죠.  부모님들은 모두 자식이 예뻐 보이니까요.

 

작년 봄, 사귀고 있는 남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모님은 말도 않되는 소리하고 하셨죠.  부모가 정해주는 좋은 집안에 가야지, 네가 함부로 데려오는 사람은 않된다고...부모님과 부딪쳐온 일이 없는 장녀인 저로서는 단 3일의 싸움만으로도 너무 힘에 부쳤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는 헤어지겠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만났죠.  저희는 절대 헤어질 의사가 없었습니다.  그 사람을 계속 만나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정말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  글쎄요.  저도 인생을 많이 살아본 사람이 아니어서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이 사람하고 결혼을 해서 살면 부유하게 살지는 못하겠지만, 평생 맘 고생은 않 시킬 사람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 사람이나 저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대기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직장에서 인정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으니, 서로 사랑으로 이해한다면 평생을 그렇게 소박하게 살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작년 여름.  자꾸 시간만 끌어서는 않되겠다 싶어서 다시 용기를 내어 그 사람과 계속 사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모님은 절대로 택시운전수의 집에는 시집보낼 수 없다고 완강하셨죠.  집안 수준 차이가 너무 난다고...친척들 얼굴을 어떻게 보내고...창피한 결혼식을 하는 것은 부모를 망신주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부모를 사회적으로 죽이는 것이라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맞았습니다.  시퍼렇게 멍이들도록...그러나 아프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1주일을 회사를 못 나갔습니다.  문 밖를 못 나가게 하셨죠.  눈 앞에서 사라지면 그 사람 만나는가 싶어서 불안하다고...저도 부모님과 싸우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회사에 나갈 마음도 없었습니다.  회사에서는 갑자기 무단 결근한 제가 걱정되서 집으로 계속 전화가 왔지만, 어머님은 집에 없다고만 하고, 그냥 끊어버리셨어요.  회사도 관두라고 하시면서... 말 않들으니까 회사에 다닐 필요도 없다구...네가 벌어서 집안 살림에 보태는 것도 아니니까...

 

1주일을 저도 엄마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간간히 물만 조금...배가 고프지도 않았구요.  일부러 굶은 것은 아니었고, 그냥 먹고싶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점점 신경쇠약적인 증상을 보였어요.  계속 저를 붙잡고 넋두리하시고, 울고...화내고...설득하고...이러기를 하루종일 반복했죠.  밤이되면 하루종일 너무 울어서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뜨면....정말 아침에 눈을 뜨고,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처음으로 살아서 눈을 뜬다는 것을 괴로와 했어요.

 

저희 부모님도 신자입니다.  매주 미사에도 꼭 참석하시구요.  그러나 1주일동안 부모님과 실랑이가 계속되면서, 어머님은 네가 그렇게 이상한 집에 시집가는 것은 어머니가 이제까지 기도해 온 것과 다르다면서...그런 하느님은 더이상 기도할 필요가 없다고 신앙을 포기할 의사까지도 비치셨습니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사실 신앙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개인적인 것이니까요.  나중에라도 신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셨으면 하는 바램만 마음에 가득했습니다.

 

어느 순간 부모님은 저를 협박하기 시작했어요.  그 남자를 찾아내서, 그 집에가서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그 집 부모들에게 아들 단속 잘하라고 항의하겠다고...그러면 그 집에서도 저를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넌 어짜피 그 집으로 시집 못간다면서...

 

저는 더럭 겁이 났습니다.  사실이건 아니건, 저 때문에 그 집 부모님이 다치시는 것은 원치 않았습니다.  그 부모님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단지 죄라면 아들이 저를 사귄 것 밖에는...

 

그리고 당시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집을 나가야 한다.  내가 회사도 다니고, 정상적인 생활을 찾아야 한다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헤어지겠다고 마음에 없는 말을 했습니다.  헤어지는 대신 저는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부모님은 제 조건을 허락했습니다.  물론 저는 이 조건을 부모님이 정말로 들어주시리라는 것은 믿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1-2년 후에는 딴 소리를 하시리라...

 

그리고 전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관계로 병원에 실려가서 응급조치를 받고...몇 일 쉰다음 출근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그 일이 있은 후 1주일도 않되서 그 사람과 헤어졌으니 다른 사람과 선을 보자고 하셨죠.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물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그 때부터, 그러니까 작년 9월 부터 지금까지 집에서는 제가 그 사람을 계속 만나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저 시집 않가겠다고 하는 줄만 아시고...가끔 못 이기고 선도 보러갔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없으니까...어떻하면 저 사람이 나를 마음에 않 들어 할 수 있을까...하는 궁리만 하다고 들어오니까요.  

 

남자 친구는 자신이 그냥 저희 집에 찾아가서 진실을 말씀드리자고 합니다.  우리의 사랑이 진실하다는 것을 보여드리자구...두들겨 맞더라도...저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맞기도 하겠지만,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지금의 상황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요....

 

쓰다보니 참 많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썼군요.  글쎄요...이런 고민도 상담을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힘들게 사시는 분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구요...그러나 저는 절박하답니다.  

 

한 10년 쯤 지나서, 제가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희 부모님도 좋아하실텐데요...지금은 저렇게 완고하시니...하루하루 사는 것이 너무 버거워요.  저와 제 남자친구는 기도만 하면서 지내고 있답니다.

 

지금은 다시 용기를 내서 사실을 부모님께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이번에는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너무 두려워서 겁이 납니다...

 

혹시 의견이 있으시면 주세요.  제가 어떻게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지..그리고 옳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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