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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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성당의 차수련 자매님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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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lee57] 쪽지 캡슐

2002-10-26 ㅣ No.41521

찬미예수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차수련 위원장께.

 

차 위원장님. 아니 차 자매님. 귀하의 본명이 언뜻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냥 차 자매님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이정원 알퐁소로서 차 자매님을 잘 압니다. 차 자매님도 저를 잘 아실것이고요. 제가 차 자매님을 알게 된 시점은 지금부터 10년이 넘지요. 차 자매님이 초창기의 한양대학교부속병원 노동조합을 힘차게 리드해 가는 1988년경 그 시절부터  차 자매님을 알고 지냈습니다.

 

이 무렵 어느 날, 저의 사무실에서

한양대학교에서 법학을 가르치시고 당대의 언론매체에서 노동법 및 노동전문가로서 대단한 활약을 하셨던 이00교수와 제가 이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이 교수 : 지금 한양대학교 병원이 파업으로 인해서 난리다. 한번은 우리 대학 재단의 김00  이사장이 나를 불러서 갔더니, "이 군, 자네가 노동전문가이니 병원 파업문제를 풀어라, 그러면 자네에게 아파트 한 채를 사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도 이 문제를 해결할 자신이 없다. 이정원, 당신이 현장전문가 이니 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해 봐라. 그리고 해결해라. 그러면 45평 아파트 한 채를 사 주겠다.

 

이정원 : 이 교수님, 한양대병원 파업사태요? 간단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이 교수 : 뭐요? 말해 보세요.

이정원 :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한양대학교 재단 김00 이사장을 우선 구속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차수련이가 주장하는 내용 중에 병원의 잘못된 노무관리에서 비롯된 부분들은 즉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노조와 성실한 대화, 협상을 해야 합니다. 지금 같이 노동조합을 뚜드려 깨려는 방식으로는 절대 차수련이를 이기지 못합니다. 한양대병원이 노무관리에 대한 경험도 없지만, 현재 노동조합을 잘못 건드리고 있고, 그 책임은 제가 볼때 이사장에게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제 말이 재단측에서 보면 지나친 감이 있다고 하시겠지만, 두고 보세요. 한양대병원의 노사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이거 이렇게 말씀드리면 아파트 한채는 날아가는데... 차수련이를 영웅만드는 것은 사용자의 잘못된 노무관리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병원 경영자들이 현재의 권위주의적인 노무관리를 지속할 때는 분명히 차수련이가 뜹니다. 만약 김 이사장님을 구속하면 오래야 놔 둘 수 있겠습니까? 사용자가 노동문제로 구속되면 그 기업이 망하는데....

이교수 :........생략.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대략 위와 같은 내용의 대화가 이00 교수님과 이정원 사이에 있었습니다.)

 

그 후 10여년 이상, 한양대학교 병원의 노사관계는  이00 교수와 제가 나눈 대화 그대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차수련 자매님.

얼마 전 국회에서 박인상 의원님의 후원회가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박인상 의원님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지내신 분이지 않습니까? 이 자리엔 우리나라의 노동계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 상당수가 함께 했습니다. 특히, 민주노총의 조합간부들이 결코 지날칠 수 없고, 더더욱 차 자매님이 모른척 할 수 없는 김금수 선생님과 이원보 소장님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서 이분들과 차 자매님 걱정을 했습니다. 특히 이원보 소장(저는 이때 이원보 소장께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습니다.)께서 차 위원장 염려를 많이했습니다.

 

박인상 의원을 위한 후원회가 끝날 무렵, 지난 해 금융노동자 총파업을 리드했던 이용득 전국금융노동조합위원장과 둘이서 함께 뒷풀이를 하면서도 명동성당에 있는 차 자매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용득 위원장께는 그저 "형님"이라고 합니다. 이용득 위원장께서도 차수련 위원장에 대한 진정어린 동지적 염려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분들께 이런 말을 했습니다.

 

"차 위원장이 너무 오래 가는 것 아니냐? 그리고 가톨릭하고 저렇게 정면으로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느냐?"

이에 대하여, 위의 어떤 선배는 제 말이 옳아 보인다고 하였고, 또 다른 어떤 선배는 "백기를 들란 말이냐? 그럴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제가 백기를 들 수 없다는 선배에게 말했습니다.

 

"000선배. 지금은 차 위원장이 백기를 들어야 삽니다. 왜냐하면, 신부, 수녀하고 싸워서 득될게 없어요. 노동계가 가톨릭을 적으로 만들어서 무슨 이익이 있습니까? 더욱이 이번 파업은 불법이잖아요?" 그 선배의 대답은 "......"

 

차수련 위원장님, 같은 신앙인인 차 자매님.

제가 차 자매님께 거두절미하고 천주교를 믿는 이로서 호소합니다.

 

노동전략상, 지금 즉시 명동성당에서 철수하시고, 이번 가톨릭대학부속병원 파업을 모두 거두어 들이세요. 그래야만, 장차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고, 차 위원장의 지령에 따라 다섯달 이상 무단이탈 상태에 있는 수백명 조합원의 직장보전이 가능합니다. 한 마디로 백기를 드세요. 신부앞에 백기 든다고 해서 차 자매님을 욕할 사람(신자) 아무도 없습니다.

 

만약, 지금 백기드는 차 자매님을, 신부님이 이유없이 구박하고 내치시기만 한다면, 제가 신부님 앞에 차 자매님을 위하여 나서겠습니다. "신부님, 그러시면 않됩니다"하구요.

 

저는 노동전문가로서 10년전 한양대병원 노동조합장 시절의 차 자매님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하여는 설사 그 당시 일정한 위법부분이 있었다하더라도 당시의 여러가지 여건상 이를 모두 이해하고, 오히려 사용자를 나무라는 편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 한 채를 고스란히 날려버리게 되었죠(?). 그러나 지금의 차 자매님이 이끄는 명동성당의 농성과 성모병원 파업에 대해서는 심적으로 결코 동정을 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주된 이유는 한마디로 세상이 그때와는 많이 변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합니다.

 

"21세기의 노동조합은 세상변화를 리드해 갈때 사회적 지지를 받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 차 자매님이 지난 다섯달에 걸쳐 주도하고 있는 파업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과연 21세기 우리 사회의 변화를 리드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차수련 자매님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2002. 10. 26. 새벽. 그러고 보니 오늘이 그 십이륙 날이네요?

                       서울 반포4동(서초대건)성당.  이 정 원 알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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