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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우리 성인을 만나다8: 성 손자선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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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2-27 ㅣ No.2214

[윤영선 교수의 우리 성인을 만나다] 8. 성 손자선 토마스


감옥에서도 주님 수난에 동참하고 부활 전날에 순교

 

 

윤영선 작 ‘성 손자선 토마스’

 

출 생  1839년 충청남도 당진시 신리

순 교  1866년(27세) 공주옥 / 교수

신 분  농부

 

 

사순 시기 희생과 극기는 거룩한 전통

 

사순 시기이다. 교회의 아주 오랜 전통은 사순 시기 참회와 보속을 통해 부활의 영광에 이르기를 갈망해왔다. 성실한 신앙인들 중에는 좋아하는 취미나 기호품을 절제하며 사순 시기의 보속과 참회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들도 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주님의 수난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말과 행동을 삼가고 가난한 이웃에게 애긍을 실천했다. 빈궁한 처지에 초라한 끼니마저 아껴가며 단식을 했다. 사순 시기의 희생과 극기는 우리 신앙의 오래된 유산이고 거룩한 전통이다. 박해에 쫓겨 은신해 있거나 심지어 옥에 갇힌 몸으로도 교우들은 단식과 희생으로 보속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사순 날짜 헤아려가며 감옥에서 단식

 

성 손자선 토마스에게 병인년 사순 시기는 때와 장소의 구분 없이 순결한 보속의 현장이었다. 충청도 내포의 신리에서 태어난 손자선은 이미 3대째 천주교 신자였다. 다블뤼 주교를 비롯하여 여러 선교사들이 전교활동의 거점으로 삼았던 곳도 그의 집이었다. 1866년, 손자선은 지역의 포교에게 자진하여 체포되었다. 그는 갖은 협박과 고문으로 배교를 강요받았다. 하루는 형리들이 자신의 얼굴에 끼얹은 오물을 보며, 천주께서 십자가 위에서 마신 쓸개와 초를 대신하는 보속과 같다고 말했단다. 주님 수난에 동참하려는, 아니 예수님처럼 되고 싶은 토마스의 순결한 고백이었다. 열악한 조선의 감옥에서, 혹독한 추위와 수인들의 초라한 음식은 더하거나 뺄 것도 없이 주님께서 유혹을 받은 시련의 광야라 해도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손자선은 감옥의 누추한 음식으로조차 사순절 날짜를 헤아려가며 단식을 했단다. 1866년 부활 전날에 허락하신 그의 순교는 아마도 일생 동안 동참했던 수난에 대한 천주의 응답이 아니었을까.

 

 

손자선 성인 기념하는 황새바위성지

 

7년 전에 방문했던 공주 황새바위성지를 다시 찾았다. 황새바위성지는 손자선을 기념한다. 첫 방문 이후로 지금도 그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뭐랄까, 애잔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다. 교우들의 공개 처형을 보기 위하여 흰옷을 입은 구경꾼들이 옛 모습을 간직한 공산성의 언저리에 둘러선 게 생생하게 상상되었다. 옛날 제민천에 흐르던 핏빛의 고운 냇물도 오늘의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천변을 걷는 내내 가슴 속에서 교차되었다. 가파른 계단 하나하나를 오를 때마다 성인을 향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때마침 봉헌된 야외 미사에는 각지에서 온 신자들이 마당을 가득 채웠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거행되는 야외 미사다. 코로나는 모두를 외롭게 만든 시련의 광야이자 사순 시기 보속이라고 해도 좋겠다. 한태호(미카엘, 대전교구 황새바위성지 담당) 신부님과 신자들 모두 환희에 가득 찬 모습은 긴 광야와 보속의 시기를 이겨낸 영광 같았다. 제대 위로 손자선 토마스 성인이 수난의 십자가를 손에 꼭 쥐고 부활의 기쁨으로 환하게 웃고 계신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2월 25일, 윤영선 비비안나(강동대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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