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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일상 속 영화 이야기: 입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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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영화 이야기] 입소문
졸업작품으로 단편영화가 아니라 영화 ‘예고편(Trailer)’을 제작했다. 20분 남짓의 단편영화를 제작한 동료들과 달리 장편 시나리오를 쓴 나는 졸업한 후 제작자들에게 보여줄 예고편이 필요했다. 시나리오는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야기의 주요 포인트와 캐릭터, 그리고 흥미를 끌 만한 장면 위주로 촬영을 진행했다. 졸업작품을 상영했을 때 같은 반 동료가 “내 친구가 네 작품을 보더니 장편으로 만들어지면 꼭 보겠다고 하더라.”며 격려해주었다. 내심 좋았지만 내가 작품을 잘 만들었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예고편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도 작품을 준비할 때 나에게 해주었던 공통된 조언은 ‘자극(Intrigue : 영화를 보도록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예고편의 주된 목적은 스토리를 전부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오게끔 자극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고편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재미있는 장면으로 구성이 된다. 그러다보니 액션영화인 줄 알고 보러갔는데 정작 액션은 그 예고편에 나오는 것이 전부인 황당한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를 요즘 ‘낚였다.’라고 표현하는데 개봉 초반에 잠깐 관객이 몰리다가 이내 발길이 끊긴다. 그러나 유명한 배우도 없고 엄청난 예산을 쓰지도 않았고 대대적인 홍보조차 할 수 없었던 영화들이 초반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면서 엄청난 흥행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흥행 역주행’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바로 ‘입소문’ 덕이다.
부활의 소식은 ‘입소문’으로 시작되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죽음처럼 로마인들, 유다인들이 함께 모인 공개적인 장소에서 당신의 부활을 드러내지 않으셨다. 예수님의 시신에 향유를 발라드리기 위해 새벽부터 찾아온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부활을 드러내셨고 그녀는 사도들에게 달려가 이를 전한다. 예수님의 부활은 ‘입소문’으로 전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사도들 앞에 실제로 나타나시어 그것을 증명하셨다. 만약 입소문이 거짓이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을 것이다. 부활에 관한 입소문이 지속된 것은 진실된 체험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험은 입소문으로 전해지고 또 다른 부활체험으로 이어지면서 교회를 형성하고 예수님의 부활이 진리임을 전해주고 있다.
지금 교회를 통해 매년 전해 내려오는 부활은 입소문이다. 그 입소문 안에 담겨진 그리스도의 부활이 각자의 체험으로 증명될 때 살아있는 신앙이 된다. 우리가 세상의 수많은 거짓된 이미지 메이킹의 일부로 오해받지 않도록 신앙과 더불어 각자의 삶이 진실 된 컨텐츠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월간빛, 2018년 3월호, 한승훈 안드레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0 1,481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