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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아버지께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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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4-20 ㅣ No.433

[신앙의 해 특집] “아버지께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한다.”(요한 5,17)


지금 우리는 ‘신앙의 해’를 지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선물 가운데 가장 고귀한 선물은 신앙입니다. 이 신앙으로 나는 하느님을 나의 아버지로, 예수 그리스도님을 나의 구원자로, 성령님을 나의 보호자로 알아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 신앙으로 나는 하느님의 자녀, 그리스도와 한 몸, 성령의 성전으로서 하느님 나라를 상속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신앙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신앙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며, 이 고귀한 신앙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 등이 ‘신앙의 해’에 내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 글은 그 같은 신앙의 해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우리의 전례 생활을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저는 교회가 금년을 신앙의 해로 지내는 동기가 된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금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며, 또한 공의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반영하여 가톨릭 교회의 교리를 총정리한 「가톨릭 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전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전례(典禮)라는 말은 본래 ‘공적인 일’, ‘백성들의, 백성들을 위한 봉사’를 뜻한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의 일’(요한 7,4)에 참여함을 의미한다. 우리 구원자이시고 대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전례를 통해서, 당신 교회 안에서, 교회와 더불어, 교회를 통하여 우리 구원을 위한 일을 계속하신다”(1069항 *괄호 안의 항 번호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항 번호임). 전례란 ‘하느님의 일’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교회와 더불어, 교회를 통해 전례에 참여함으로써 하느님의 일을 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일’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도 병자들을 고쳐 주셨습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였다고 비난하였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을 변호하셨습니다.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요한 5,17). 당시 랍비들은 하느님께서 안식일에도 창조의 일, 곧 세상에 생명을 주시는 일을 계속하고 계신다고 가르쳤습니다. 만일 하느님께서 창조의 일마저 놓아버리신다면 세상은 당장 무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에 오그라든 손을 고치시면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안식일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루카 6,9) 안식일에 수종병을 고치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루카 14,5)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안식일에도 창조의 일, 생명을 살리시는 일을 하고 계신다는 당시 랍비들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당신을 변호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일생 동안 ‘하느님의 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일’을 계속 하도록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교회는 특히 전례를 통해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놀라운 일에 참여하는 전례와 성사에 대해 보겠습니다. 하느님이 이루신 놀라운 일의 중심에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가 있습니다. 주님의 죽음과 부활이 바로 파스카 신비입니다. 전례와 성사는 이 ‘그리스도 신비의 거행’,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거행하는 것을 말합니다(1066-1068항).

전례란 그저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거행(경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전례는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의 놀라운 일’에 참여함을 의미합니다. 우리 구원자이시고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전례를 통해 당신 교회 안에서, 교회와 함께, 교회를 통하여 우리 구원의 일을 계속하십니다. 전례로써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일”(요한 10,36-68; 17,4)에 참여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아버지께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요한 5,17).


전례는 누가 거행하는가?

전례는 한 마디로 ‘온 그리스도’, 곧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지체인 하느님 백성 모두가 거행합니다(1136항). 신자들은 보편 사제직에 따라, 성직자들은 직무 사제직에 따라 전례를 거행합니다. 보편 사제직이란 세례성사를 통해 받은 사제직입니다. 모든 신자는 세례로써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이며 거룩한 민족이고 그분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1베드2,9). 직무 사제직이란 성품성사를 통해 받은 사제직으로서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을 돕는 교회 직무를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온 그리스도’에는 지상의 하느님 백성뿐 아니라 천상의 하느님 백성(그리고 정화중인 하느님 백성까지)도 포함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지상 전례는 천상 전례와 하나가 됩니다. 지상의 신자들만이 아니라 천상의 성인성녀들도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전례를 거행하는 것입니다. 전례를 거행할 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온 세상 모든 교회뿐 아니라 천상의 교회와 정화중인 교회에까지 미칩니다(1090항).


전례는 어디에서 거행하는가?

물론 성당에서 전례를 거행합니다. 성당은 전례를 거행하는 회중이 모이기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1180-1181항).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히브리서의 말씀을 상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 산이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이며 천상 예루살렘으로, 무수한 천사들의 축제 집회와 하늘에 등록된 맏아들들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또 모든 사람의 심판자 하느님께서 계시고, 완전하게 된 의인들의 영이 있고, 새 계약의 중개자 예수님께서 계시며, 그분께서 뿌리신 피, 곧 아벨의 피보다 더 훌륭한 것을 말하는 그분의 피가 있는 곳입니다”(히브 12,22-24). 전례가 거행되는 지상 성소는 하늘 성소와 연결됩니다.

전례는 ‘온 그리스도’의 행위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은 전례는 그리스도만이 아니라 성부와 성령께서도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성부께서는 온갖 복의 원천이시며, 우리에게 복을 내려 주시는 아버지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에페1,3). 하느님의 복은 교회의 전례에서 온전하게 드러나며 전달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복을 내려 주시는 하느님께 찬미를 드립니다. 원래 하느님의 ‘축복’과 우리의 ‘찬미’는 같은 낱말(benedictio)로 나타냅니다. 그렇습니다. 전례란 하느님 아버지께서 복을 내리시고 그 자녀들이 아버지께 찬미를 드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1077-1078항).

그리고 성령께서는 전례 안에서 우리를 가르치시는 스승이시고, 하느님의 일을 이루어 내는 장인(匠人)이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살아가게 하십니다. 우리가 전례에서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시는 분도, 전례에서 선포되는 말씀을 깨닫게 하시는 분도, 전례로써 기념하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이루어 주시는 분도 성령이십니다. 성령께서는 전례를 통해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친교를 이루십니다(1091-1092항).

[2013년 3월 10일 사순 제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6-7면, 정승현 신부(전주 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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