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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전교 기획 (상) 아는 사람에게 선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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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0-29 ㅣ No.217

전교 기획 (상) 아는 사람에게 선교하기


신앙인 모범 보여야 시나브로 관계 선교 성공

 

 

지난주 전교주일(23일) 특집으로 '내가 천주교에 입교한 이유'를 취재하면서 비교적 최근에 세례를 받은 신자 10여 명에게 세례를 받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물었다. 그들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로 '평소 좋게 봤던 천주교 신자 지인, 혹은 가족의 권유'였다.(2011년 10월 23일자 제1138호 11면 참조)

 

영세자들이 가장 좋은 선교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 이른바 '관계 선교'와 응답자들이 다소 부정적 반응을 보인 거리선교 및 방문선교를 효과적으로 하는 사례 등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선교 대상을 먼 곳에서 찾지 말자

 

춘천교구 임당동본당(주임 이태혁 신부)은 배우자를 비롯해 가족, 친척, 이웃을 대상으로 펼치는 선교 운동 '살짝전함'을 2009년 시작해 지난 3년여 동안 영세자 200여 명을 배출했다.

 

신자들은 선교운동 기간 선교대상으로 점찍어 놓은 이웃과 친척을 틈틈이 방문하며 얼굴 도장을 찍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천주교를 믿어라. 성당 다니자"고 말한 적은 없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이웃집에 들러 차를 마시고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럽게 친교를 쌓아갔다.

 

2년 전 세례를 받은 진선옥(베로니카)씨는 "평소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 이웃집 아주머니가 종종 집으로 찾아오시며 관심을 보여주셔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면서 "예비신자 환영식 날이 돼서야 '오늘 성당에 행사가 있는데 점심이나 먹으러 오라'고 하셔서 처음 성당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선교기간 밤낮으로 고리기도를 하는 아내를 보고 마음이 움직여 성당을 찾은 남편들도 적지 않았다. 임당동본당은 예비신자들이 교리를 받을 때 가급적 예비신자를 초대한 사람이 함께 하도록 권유해 모든 게 낯설기만 한 예비신자들을 배려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참 괜찮은 사람'이 되자

 

2007년 광주대교구 장흥본당 관산공소에 평신도 선교사로 부임한 이재방(요셉) 선교사는 40여 년 동안 주일미사 참례자가 예닐곱 명에 불과할 정도로 썰렁했던 공소를 불과 1년 만에 공소가 비좁게 느껴질 만큼 신자들로 북적이는 곳으로 바꿔놓았다.

 

이 선교사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성당에 나오라는 말을 꺼낸 적이 없다. 대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을에 있는 모든 집을 방문해 차를 얻어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주민들 마음속에 '친절하고 성격 좋은 천주교 선교사'로 자리매김했다.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아들 노릇을 했고 젊은이들에게는 언제든 찾아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형님이 돼줬다. 동네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는 친절한 아저씨였다.

 

동네 사람들과 식사를 하거나 차를 한 잔 마실 때도 언제나 큰 동작으로 십자성호를 긋고, 큰 소리로 식사 전ㆍ후 기도를 바쳤다. 십자성호와 기도에 궁금증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천주교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은근히 입교를 권유했다. 이 선교사는 마을 사람들이 아이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하고, 결혼식 주례를 청할 정도로 믿을만한 사람이 됐다.

 

이 선교사의 선교 방식은 알고 있던 사람에게 선교하는 관계 선교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혀 모르던 사람들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성당으로 이끌었다. 또 늘 모범적 모습을 보이며 주민들에게 '이 선교사라면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내 주변부터 둘러보자

 

'선교'라는 말만 들어도 부담스러워 하는 신자들이 많다. '선교'라고 하면 거리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예수님 믿으세요"하고 권하는 사람들 모습부터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잘 아는 가족, 이웃, 친구에게 선교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의 크기는 훨씬 작아질 수 있다.

 

1980년 144만여 명이던 한국 천주교 신자 수는 30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나 2010년 520만 명을 넘어섰다. 대대로 신앙을 이어오며 가족 전체가 천주교 신자인, 이른바 '구교우'(舊敎友) 가정 비율은 점점 줄고 세례를 받은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신자들 비율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모에게 신앙을 이어받지 않고 성인이 된 후 세례를 받은 사람은 대체로 가족이나 친척 중에 신자가 아닌 사람이 많다. 또 60%에 달하는 관면혼 비율(2010년 기준)은 성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가정이 얼마나 많은가를 잘 보여준다. 주위를 둘러보면 선교 대상은 많다. 가족 뿐 아니라 친구, 회사 동료 등도 모두 관계 선교 대상이 된다.

 

 

관계 선교를 하려면

 

관계 선교는 선교 대상자에게 단순히 교리지식을 전하고 하느님을 믿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행복을 이웃과 나누고 하느님 말씀을 따라 기쁘게, 모범적으로 사는 모습을 이웃에게 보여줄 때 시나브로 관계 선교가 이뤄지는 것이다.

 

관계 선교를 잘 하려면 우선 자신이 천주교 신자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 집에 있을 때나 본당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는 식사 전ㆍ후 기도를 잘 하던 사람도 집과 성당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십자성호를 긋거나 기도를 해야 할 상황이 됐을 때 눈치를 보거나 아예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사람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십자성호 등을 통해 자신이 천주교 신자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천주교 신자답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천주교 신자라고 말하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 지탄을 받는 행동을 자주 하거나 이기적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천주교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돌보는 일도 관계 선교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지난 취재 때 만난 이용주(암브로시오)씨는 "빈첸시오회 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 입교 권유를 하지 않아도 먼저 세례를 받겠다고 하는 이들이 꽤 많다"면서 "가난한 이웃에게 베푸는 사랑은 물고기(선교)를 낚기 위한 그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관심 기울여야

 

그저 자신이 천주교 신자인 것을 주위 사람들이 알게 하고, 천주교 신자답게 살아가는 것으로 선교가 완성될 수 없다. 어느 정도 상대방이 천주교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입교를 권해야 한다. 본당에 예비신자 환영식이 있을 때 "성당 가서 밥이나 먹자"하고 권하면서 선교 대상자를 성당으로 이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비신자 교리반 등록까지 성공했다면 선교 대상자가 세례를 받을 때까지 꾸준히 돌봐야 한다. 교리공부에 같이 참여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주일미사만큼은 함께 참례하며 이것저것 알려줘야 한다. 한 시간 내내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기도를 하며 가슴까지 두드려야 하는(참회기도) 미사 전례는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어렵고 낯설 수 있다.

 

예비신자들이 세례를 받은 후에는 본당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소공동체 모임에 꼭 참석하게 해 구역ㆍ반원들과 이웃이자 교우로 친교를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레지오 마리애나 빈첸시오회 같은 본당 단체 가입을 권하는 것도 필요하다.

 

요즘 많은 본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중미사 후 차, 떡, 음식 나눔도 아직 모든 게 어색한 신영세자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신자들과 어울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평화신문, 2011년 10월 30일, 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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