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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죽음의 승리자이신 예수님과 어머니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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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1 ㅣ No.284

[레지오의 영성] 죽음의 승리자이신 예수님과 어머니 마리아



교회에서는 1년 중 어느 달을 특별한 지향을 두고 기도하며 신심을 드러내는 성월로 지정해서 지내고 있습니다. 11월은 특별히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억하는 위령성월이지요. 지상의 삶을 살고 있는 신자들과 연옥에서 단련을 받고 있는 영혼들, 그리고 이미 하느님 나라에서 영광을 누리고 있는 성인들과 모든 영혼들은 하느님 안에서 한 공동체, 하느님의 백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도와 희생과 선행을 통해서 서로 도울 수 있고 친밀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고백하지요. 성인들의 성덕을 공경하며 본받고자 노력하며 전구를 청할 수 있고, 연옥 영혼들이 하루 빨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영광을 누리기를 청하며 기도하는 데에 힘쓰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돌아가신 영혼들을 위해 지향을 두고 미사와 기도를 봉헌하고 있지만 특별히 11월에는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를 함으로써 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선포되었고 위령성월의 신심은 더욱 널리 퍼지게 되었지요. 11월은 나의 가족과 조상들의 영혼뿐만 아니라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 특별히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희생하며 더불어 내가 앞으로 맞이해야 할 죽음에 대해서도 성찰해보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우리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먼저 예수님의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전을 찾아가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안에서 쉽게 십자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 위에는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지요. 그런 십자가를 바라보고 손을 대면서 기도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인간에 대한 결정적인 사랑의 징표이지요. 십자가 위에서 단 한번 희생 가장 귀한 제물이 되셔서 당신의 살과 피를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우리는 십자가 죽음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더불어 인간을 위한 그 죽음은 결국 영광스러운 부활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고 우리는 십자가를 통해서 죽음, 고통, 두려움이 아니라 죽음의 승리자가 되신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로 인해 우리에게도 영광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니 감사와 찬미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십자가는 우리에게 희망이자 위로이며 참 생명의 징표가 됩니다.


성모님의 부활은 모든 그리스도인 부활의 확실한 표지

성모님의 삶은 어떠합니까? 교회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하느님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께서 육신과 영혼을 지니신 채 하늘에 불러 오르셨음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부활과 결합됨으로써 가능한 것이었고, 처녀 마리아가 잉태되던 그 순간부터 전해진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 결정적으로 드러난 순간일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가장 밀접하게 결합된 삶을 사셨던 성모님을 생각할 때 죄와 죽음에서 벗어나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르셨음을 고백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부활을 희망하게 되었고 성모님의 부활은 그 희망의 확실한 표지가 되었습니다.

“원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시어 티 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는 지상 생활의 여정을 마치시고 육신과 영혼이 하늘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으시고, 주님께 천지의 모후로 들어 높여지시어, 군주들의 주님이시며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자이신 당신 아드님과 더욱 완전히 동화되셨다.”(교회헌장 59항)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와 가장 일치된 삶을 사셨던 성모님의 삶을 또한 본받고 일치되고자 노력하는 삶인 것이지요.


성모님은 구원의 가장 좋은 위로자이며 협력자

우리는 나의 죽음을 얼마나 희망하며 살고 있는지 성찰해봐야 하겠습니다. 사실 죽음이란 이 지상에서 누리는 모든 것들이 끝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때가 언제인지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가 없기에 죽음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은 아마도 두려움일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새로움 삶으로 옮아간다는 것임을 확신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드님의 탓 없는 십자가 죽음을 그 아래에서 지켜보시던 성모님의 마음을 생각해볼 때 죽음은 거짓되고 악한 것으로 느끼시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모님은 예수님의 죽음에 대해서 반대하시거나 분노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묵묵히 바라보시고 품어 안으셨으며 영혼이 꿰찔리는 아픔을 참고 견디셨지요. 결국 죽음을 통해 부활이 이루어졌으며 더 이상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은 악도 벌도 아닌 부활을 희망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런 죽음을 희망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된 말이 아니지요.

예전에 처음으로 ‘레지오 장’을 치르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납니다. 본당의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깃발을 놓고 함께 참석하여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하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한 소속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지상에서 함께 성모님의 뜻을 받들며 기도와 선행을 충실히 실천했던 동료 단원의 영혼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모습은 세상을 떠난 고인의 영혼에게도, 유족과 지상에 남아있는 단원들과, 고인의 죽음을 아파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것이겠지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이 순간까지 더욱 하느님의 뜻에 일치되기 위해 자신을 성찰하고 거룩해지기 위해 노력하며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데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특별히 성모님의 인내와 선하심을 본받아 더욱 더 사랑의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요.

성모님께서는 모든 이들이 구원의 은혜를 누리도록 끊임없이 전구해주시며 가장 좋은 위로자이며 협조자로서 구원임무를 수행하십니다. 이는 성모님께서 하늘에 오르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지요. 지상에 있는 우리들도 나 자신의 구원을 위해 성화의 노력을 다해야 하겠지만 더불어 다른 모든 이들이 구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맡겨진 사명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거룩한 삶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의 신비를 드러내고, 하느님 나라가 있음을 알리며 영원한 삶을 희망하도록 복음을 전해야 하며, 이미 세상을 떠난 영혼들이 하느님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도록 기도와 희생에 전념해야 하겠지요.


하루하루 은혜로운 삶을 기억해야

위령성월을 마치면서 전례력으로 2012년 한 해가 마무리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나 하느님을 뜻대로 말하고 생각하고 행하고자 노력했는지 성찰하고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고 희생했던 시간들을 얼마나 충실하게 보냈는지 돌아보게 되겠지요.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다시금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은혜로운 것인지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며 생명을 주심에 감사하고 저녁에는 지난 시간을 성찰하고 예수님을 통한 구원을 생각하며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것이지요. 구원을 희망하는 것은 곧 죽음을 죽음이 아니라 삶의 순간으로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것임을 기억하면서 모든 영혼을 돌보시는 하느님께 은총을 청하고 성모님의 전구를 또한 청해야 하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11월호,
김영훈 베드로(신부, 서울대교구 논현동성당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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