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현대 문헌 읽기: 인간 생명, 바오로 6세 교황 회칙(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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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6-21 ㅣ No.1245

[현대 문헌 읽기] 「인간 생명」, 바오로 6세 교황 회칙, 1968.

 

 

이번에 우리가 함께 만날 교회 문헌은 제가 소개하는 문헌 중 가장 옛 문헌입니다. 1968년이라는 시기는 지금의 모습과는 참으로 다른, 오히려 반대적인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문헌은 급격한 인구 증가가 있는데, 이로 말미암아 세계 인구가 이용 가능한 자원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1항) 것을 걱정하는 시대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구 증가에 대한 걱정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생명의 문제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가르침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시대에는 이러한 인구 정책을 지녀왔다는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와 같은 직설적인 문구부터, 어느때 부터인가는 “둘도 많다.”는 구호로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한 정부 주도의 산아제한정책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정책은 그 시대와는 반대로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는 오늘에 와서 가장 후회되는 과거 정책으로 얘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저출산 정책 역시도 생명 전달을 조절하는 법칙마저도 지배하려는(1항)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번 소개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랑의 기쁨」에서는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출산율이 심각하게 낮은 국가에서도 정치인들이 이러한 조치들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주교들이 밝혔듯이, 이는 ‘분명한 자기모순이며 직무 유기’입니다”(「사랑의 기쁨」 42항).

 

우리가 지금에 와서 후회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은 인구 감소를 예견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명을 노동과 주거의 상황, 경제와 교육의 요구 증가 등(1항) 우리의 이해관계로 이를 우리가 조절하고 선택하려 한 점이 우리의 부끄러운 부분입니다.

 

부부 사랑은 사랑의 최고 원천이신 하느님 안에서 생각할 때 그 참된 본성과 고귀함이 가장 크게 드러납니다(8항).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혼인은 하느님의 거룩한 성사이며, 혼인의 결실인 자녀 출산은 오직 창조주이신 하느님 안에서 가능합니다.

 

출산 과정의 법칙을 존중하며 부부 사랑의 선물을 이용하는 것은, 부부가 자신을 인간 생명의 원천에 대한 지배자가 아니라 창조주께서 세우신 계획의 관리자로 인정함을 의미합니다(13항).

 

우리는 과거 인구 증가와 오늘날 저출산의 문제들을 바라보며,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우리의 힘이 아닌 생명의 참 주인이신 하느님을 받아들임을 제안합니다.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은 자녀를 얻고자 하는 급한 마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대신에 종 하갈을 통하여 이스마엘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후에 사라와의 아들 이사악을 얻게 된 다음, 더 큰 갈등을 초래하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창세 16. 21장 참조).

 

따라서 이러한 잘못을 더 이상 저지르지 않기 위하여, 인간 생명이 하느님에게 속한 것임을 기억합시다. 우리는 자신의 몸과 기능에 대한 인간의 지배가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반드시 인정해야 합니다. 개인이든 공권력을 가진 사람이든 이 한계를 깨뜨리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17항).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 역시 우리는 가정과 생명의 문제들에 대한 답을 하느님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가정의 해를 지내고 있는 우리가 이 문헌을 통해서 우리 생명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그리고 우리 가정의 중심이 하느님께 있어야 함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하느님의 숨을 받아 살고 있는 것이지요. 겸손된 마음으로 내 생명의 주인이신 창조주 하느님을 찬양하며, 우리가 하느님의 선물인 모든 생명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이로 우리 삶이 번성하기를(창조 1,28 참조) 희망합니다.

 

[2024년 6월 16일(나해) 연중 제11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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