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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영성과 유사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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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8 ㅣ No.218

영성(靈性)과 유사영성(類似靈性)

 

 

영성이란 단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정신적 가치로서 인생의 의미, 삶의 보람을 주는 가치 기준과 당위성을 지니고 있으며 한 삶을 이끌어가는 사상이나 이념을 두고 말하는 철학적 의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생활 안에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담아낸 정신적 가치의 표징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그리스도교 영성, 불교 영성 등 종교 사회학적으로 한 종교의 이념이나 기본 정신을 두고 말하거나, 그 종교심을 가지고 실제 생활을 통하여 드러나는 역사적 삶의 형태를 지칭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그리스도교의 기본이 되는 진지(眞知)를 내포한 인생관으로서 “그리스도의 영성”과 이를 시대와 문화와 개인의 실존적 여건에서 성취시킨 성인들의 삶과 그 특성을 가리키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아우구스티노 영성’, ‘베네딕토 영성’, ‘프란치스코 영성’ 등이나, 수도회의 창립자들이 이룬 각 “수도회의 영성”들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영성은 하나라고 할 수도 있고, 여럿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참된 가치를 내포하고 제시해 주는 올바른 영성 주위에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적 가치나 욕구를 절대화하거나 이념화하여 인생의 중심이나 균형을 잃게 하는 바르지 못한 영성, 곧 사이비 영성 또는 유사영성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마치 귀하고 좋은 상품에는 위조품도 있어 진짜와 가짜가 공존하여 고객을 현혹하거나 주관적 욕망 때문에 현혹될 수 있듯이, 누구나 인생을 옳게 살려고 바른 성성(聖性)을 찾지만 유사영성에 현혹되는 수가 있어서 각자와 공동체는 참 영성에 유념하고 바르게 식별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교 영성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에 기초를 둔 복음의 진리와 순교자들의 순교로 전승되고 성인성녀, 증거자들의 삶을 통해 드러나고 제시된 영성들이 있습니다. 그 기본 틀과 방향은 복음서와 사도행전과 서간들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특히 마태오 복음 5-7장은 바른 믿음과 참 영성을 위한 하나의 대헌장과도 같은 기준이 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마치 구약에서 시나이산 계약과 십계명 선포(탈출 20-24장)를 연상하게 하는 신약의 특성과 새 계명을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또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불변적이고 ‘참된 영성’ 곧 ‘그리스도교 영성’을 어떻게 전수(傳受)하고 이 세상 속에서 살아낼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아울러 시대에 맞는 ‘영성’을 새롭게 일구어내어 책임지고 전수(傳授)해야 합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처음 200년간은 치명(致命), 곧 순교(殉敎)의 영성을 지니고 살았으며 이것이 모든 사회 계층과 연령에 잘 수용되었고 전수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민족 해방과 남북의 분단으로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6·25 동란과 공산주의에 의해 순교 영성은 새롭게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증거자들에 의한 영성의 시기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사회가 산업화되면서 남쪽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고 자유자본주의 사상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서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소수의 사람들이 국토 가운데 일부를 독점하기도 하며,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보릿고개’의 아픔도, ‘이웃사촌’이나 ‘대동단결’의 아름다운 덕목도 잃어버린 사회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과학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의 오염이 심각한 사회 안에서 내적 공허함을 채우려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영성’의 갈증을 느끼며, 실제로 1980년대부터는 종교 사회적 현상으로 ‘기수련’, ‘초능력’, ‘이적(異蹟)’, ‘기적’ 등을 내세운 사이비 종교와 ‘사이비 영성’이 성행하며, 이에 더하여 ‘종교 다원주의’, ‘초교파주의’란 사조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성서에도 이미 그릇된 교리와 영성에 대하여 경고하는 구절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신앙을 받아들인 다음에도 쉽게 묵은 습관과 풍습에 향수를 느끼고 그릇된 사조와 개인의 이기적 욕망에 이끌려서, 점이나 사주 등 미신에 휩쓸리며 이상한 현상이나 기적에 매력을 느낍니다. 그러나 사도들은 이렇듯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거나 포기하게끔 유도하는 것에 유의하고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엄중히 충고하고 있습니다(골로 2,8-3.17; 1데살 2,1-12; 2디모 4,3-5; 야고 3,13-17; 2베드 2,1-22; 묵시 2-3장 참조). 

 

그러므로 우리는 성령의 감화를 받아 올바른 식별과 판단으로 진위(眞僞)를 가려내고 우리 순교자들의 지혜와 용기,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나타난 성인성녀들의 삶을 본받아 바른 것을 선택하고 꾸준히 선행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이와 같은 노력은 그리스도교 영성에 기초한 것이므로 바른 영성생활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이때 참 영성과 유사영성도 식별하게 될 것이고, 이웃에게도 참된 빛과 소금이 될 것입니다(마태 5,13-16).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경고하십니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있으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마귀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새 번역 성경 1베드 5,8). 그러니 다 함께 우리를 일깨워주시고 이끌어주시는 성령께 의지하며 참 영성 생활에 매진합시다.

 

[사목, 2005년 9월호, 최창무(주교회의 의장 · 교리주교위원회 위원장 · 광주대교구장 ·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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