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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건전한 신앙생활: 그리스도 신앙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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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19 ㅣ No.253

[문헌 풀어 읽기] “건전한 신앙생활”


그리스도 신앙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인식

 

 

성경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있다. “누구든지 다른 교리를 가르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건전한 말씀과 신심에 부합되는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면, 그는 교만해져서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논쟁과 설전에 병적인 열정을 쏟습니다. 이러한 것에서부터 시기와 분쟁과 중상과 못된 의심과 끊임없는 알력이 나와, 정신이 썩고 진리를 잃어버린 사람들 사이에 번져갑니다. 그들은 신심을 이득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 사이비 지식의 속된 망언과 반론들을 멀리하십시오.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지식을 받아들여 믿음에서 빗나갔습니다”(1티모 6,3-5.21).

 

이처럼 교회는 그 시초부터 지나친 감상주의나 열광주의 또는 부당한 상업주의 그리고 무비판적 혼합주의 등으로 신앙의 고유성과 참된 가치에 위협을 받아왔다. 그와 더불어 신자들은 올바르고 건전한 신심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받아 혼란스러워하고 상처를 입기도 하였다.

 

교회 안팎의 그러한 현상들과 주장들은 교회 역사를 통해 지속되어 오고 있으며, 한국 천주교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천주교회 안팎에서 혼란과 갈등을 야기해 오고 있는 ‘나주 문제’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주교들의 임무

 

건전하지 못한 신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주교들이 깊이 우려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용기 있게 알리며, 그리스도인 백성을 위협하는 오류에서 그들을 보호하는 것”(“사도들의 후계자”, 119항)은 그리스도의 권위를 받은 권위 있는 신앙의 으뜸 교사이기도 한 주교들의 첫 번째 임무이기 때문이다(주교교령, 12항 참조). 한국 주교단은 이러한 현실들, 특히 성령운동과 성모신심 운동과 관련하여 건전한 신앙을 위협하는 현상들을 검토하여 대처하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주교회의 산하 신앙교리위원회에 요청하였다(1987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1997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2003년 5월 19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신앙교리위원회는 정례모임을 통해 주교회의의 요청에 따라 우선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을 파악해 나가면서, 동시에 방어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교회의 정통적인 신앙 내용을 전달하여 문제에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오늘날 신앙을 수호하는 일은 교리를 널리 전파하는 일”(Integraeservande, 1965. 12. 7.)이라는 교황 바오로 6세의 말씀을 염두에 두면서, 또한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교회생활을 통하여 신자들이 올바른 신앙감각을 익히도록 인도하고 지도하는 데 소홀히 한 교회의 책임 있는 사람들의 자성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신앙교리위원회에서 내놓은 소책자 “건전한 신앙생활”(“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 I · II와 “건전한 신앙생활을 돕는 길”을 묶어낸 책,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7년)은 한편으로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여러 현상들을 파악하여 정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신자들의 건전한 신앙생활을 돕는 길을 제시하고자 그리스도 신앙의 주요 내용을 풀이해 주고 있다.

 

 

그리스도 신앙을 훼손하는 사례들

 

현재 한국 사회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공동선과 같은 윤리 덕목보다 개인의 건강이나 안녕에 더 큰 관심을 두며,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여러 운동들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법이나 기술은 일상생활의 긴장 해소, 육체적 건강, 마음의 정화 그리고 정신력 강화에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생명의 존엄성을 고취하고, 자연 환경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재해석하는 데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 중에는 신흥종교 운동이나 신영성 운동 또는 여러 가지 주의나 주장들로 확산되어 그리스도 신앙을 훼손하거나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도전하는 형태로 나타나 교회의 건전한 신앙생활을 위협하고 있다(“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 I”, 4쪽 참조).

 

‘신흥종교 운동’에는 공통적으로 교주의 신격화, 시한부 종말론, 기존 사회질서 거부, 직장이나 학업 그리고 재산과 가정생활의 포기, 집단 히스테리와 성 문란 행위 그리고 폭력 행위나 노동력 착취 등이 심각한 사회적 종교적 문제로 발생한다(위의 책, 4쪽). ‘신영성 운동’은 대단히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으며, 뉴 에이지 운동이나 정신세계 운동 그리고 기 수련 운동 등의 유형이 여기에 포함되고 있다.

 

‘뉴 에이지 운동’은 종교적 혼합주의나 윤리적 무차별주의의 성향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하느님을 피조물의 세계와 동일한 본질을 갖춘 존재로 보는 데 문제가 있다. 이들은“하느님은 유일한 창조주, 해방자, 인격신이 아니다. 단지 우주의 신적 에너지일 뿐이다. 예수도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 유일한 메시아가 아니다. 단지 많은 우주적 에너지의 화신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당시대의 메시아였을 뿐이다.”(위의 책, 12쪽 참조) 하고 주장한다.

 

‘무속적 유형’(각종 예언술, 풍수지리, 전생, 환생 신드롬)의 사례들에서는 “윤리도덕적인 의무나 양심, 책임감 등을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하느님을 비인격적 존재인 우주의 기(氣), 또는 영으로 여기고 있으며, 세상에서 건강하고 유복하게 사는 것만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다”(위의 책, 13쪽). 또한 현재 한국 교회 내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가계 치유’가 확산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올바른 성령 이해”, 59-62쪽 참조). ‘종교 다원주의’에서의 주장 또한 그리스도교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적 계시’ 역시 개인의 종교적 체험을 바탕으로 신자들에게 그릇된 신앙관을 조장하며 교회 내에 깊이 침투되어 있다. 이러한 흐름들은 성령운동이나 성모신심 운동에 기생하거나 이에 편승하여 정형화내지 조직화되어 가는 경향을 보이며, 신자들의 건전한 신앙생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 I”, 8쪽). 최근 ‘나주 문제’가 그러하다.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이나 흐름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나 그리스도교 진리의 절대성을 손상시키며,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 책자는 이러한 운동과 흐름들이 대부분 사회와 기성 종교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교회가 진지하게 반성하고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먼저 밝히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 내용과 그 실천

 

책자는 건전한 신앙생활에 장애가 되는 사례들을 소개한 다음, 가톨릭교회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도우려면 무엇보다도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분명하게 깨닫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라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있는 신앙 내용을 신경을 중심으로 해설하며(“건전한 신앙생활을 돕는 길”, 13-17쪽), 성경과 성전을 공부하고 영적 독서와 인격 수양을 통하여 신앙을 심화하고(위의 책, 18-22쪽), 계명 준수 그리고 기도와 성사생활 안에서 신앙을 실천하는(위의 책, 22-47쪽) 길을 제시하고 있다.

 

“신앙은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건강한 신앙으로 키워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노력과 교회 공동체의 노력 여하에 달린 것이다”(“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 I”, 6쪽).

 

* 차광호 파스칼 신부 - 마산교구 미디어국장이자 출판 검열인이며,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이다.

 

[경향잡지, 2009년 5월호, 차광호 파스칼 신부(마산교구 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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