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목] 논평1: 통합사목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영성의 문제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7 ㅣ No.343

<논평 1> 통합사목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영성의 문제

 

 

발제자가 통합의 기원이자 통합 구현의 모델로서 삼위일체에 주목한 것은 매우 전통적이면서도 신앙 고백의 차원을 갖는 적절하고도 좋은 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발제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열린 교회관을 주목하는데, 이 점은 좀 더 명시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우리는 ‘적응(aggiornamento)’이라는 말로 교회가 세계 현실에 적응하는 것으로 알아들을 수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단순히 세계 현실에 적응하는 것을 아죠르나멘토로 인식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교황 요한 23세가 말하는 아죠르나멘토의 본래 의미는 현대세계에 대한 단순한 적응이나 현대화가 아니라 세계 현실을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적응시키고자 세계에 자기를 개방하는 데 있다. 이 새로운 교회상에 주목할 때 발제자가 언급한 “적응”과 “친교”를 통한 통합사목 모델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리라고 생각한다. 특히 발제자는 신학의 방법을 실증, 사변, 상징에서 보고, 이것을 구체화하여 사목의 현실에서 나타나는 관계들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데, 이것은 통합을 이해하는 데 좋은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본다.

 

발제자는 신학의 세 가지 기능을 수용적 분석적 특성, 능동적 통합적 특성, 예언적 종말론적 특성으로 요약하고, 각각의 기능과 연결된 사목 분야를 제시하였다. 여기서 신학의 방법론은 실증적(역사)이면서 사변적(철학)으로 통합성(영성과 전례)을 중요시해야 한다. 이를테면, 실증과 사변이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징 영역을 통하여 하나로 통합되고 있음을 말하려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이 세 영역이 이처럼 통합될 때, 역사 현장이 신학을 통하여 풍요로워지고, 신학이 역사 현장에 의하여 심화될 가능성이 열릴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이어서 교구를 중심으로 교구와 지구, 본당, 구역 단위에서 현재 나타나는 통합되지 못한 사목 현실과 그 극복 가능성을 다각도로 점검하는데, 문제점은 문제점대로, 극복 사례는 극복 사례대로 일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점과 관련해서 우리가 주목할 것이 통합사목을 지나치게 낮은 단계, 구체적인 단계, 교구 내부의 단계에 한정해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충분한 효과를 이루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구청 내 여러 부서들 사이의 통합적 사목 연구와 실천은 물론, 교구와 교구 사이, 적어도 관구 내의 교구들 사이의 통합사목 비전이 필요하다. 주교회의 내 여러 활동 조직들 사이의 연대와 통합사목 역시 매우 절실하게 요청된다. 주교회의 내부에서 통합이 이루어지면 우리 교회가 달라질 수 있는 면이 너무도 많다.

 

또한 2005년 3월 11일에 원주교구 설정 40주년 기념 학술 발표회를 하면서 절감한 일이지만, 교구 내의 역사와 현재의 사목 비전의 통합도 매우 중요한 통합 요소이고, 교회와 사회의 다양한 관심사 가운데 교구와 한국교회 차원에서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과 가능성들을 사목에 통합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통합 과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끝으로, 통합사목을 연구하고 논의하고 또 실천하면서 언제나 잊지 않아야 할 것이 통합은 테크닉이 아니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통합은 영성의 문제이지, 단순한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 하느님과 삼위일체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역사를 자기 사목의 뿌리로 삼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단순한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뿌리를 만나는 일이고, 뿌리에서 제공하는 기운을 바르게 감지하여 감사하고 찬양하는 영성의 일이라고 믿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좋은 발제를 통해서 통합사목을 효과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마련해 준 발제자에게 감사하고, 이 좋은 나눔 자리를 통해서 통합사목에 대한 이해가 더 충실해져서 우리 교회가 좀 더 새로워질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사목, 2005년 6월호, 박상용(원주교구 사목국장 · 신부)]



61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