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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목] 논평2: 통합사목은 복음적 통합성의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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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7 ㅣ No.344

<논평 2> 통합사목은 복음적 통합성의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우선 ‘통합사목’이라는 용어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이 단어는 주로 사목의 대상과 관련한 용어라기보다는 사목 실천에 대한 어떤 ‘관점’이나 ‘입장’, 나아가 방법론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만일 이것이 어떤 관점이나 방법론을 지칭한다면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에서 부르는 것처럼 ‘통합사목적 접근(integral pastoral approach)’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이 용어와 관련해서 개신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통전(統全)’이라는 말을 사용해 왔다. 영어로는 전일론 또는 전체론이라고 번역되는 holism의 형용사형인 holistic을 사용하고 있다. 통전성이란 모든 세계가 하느님의 창조물임을 전제로, 하느님의 입장에서 세계를 조망하는 성서적 세계관이라고 한다. 곧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에 대한 하느님의 주권 영역을 총칭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신학적으로는 주로 창조론이나 그리스도론, 그리고 삼위일체론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선교에서도 통전적 선교(holistic mission)를 주장하면서 복음 선교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함께 주장하고, 구원론에서도 개인구원뿐만 아니라 사회구원을 함께 지칭할 때 이 통전적 구원론을 말하고 있다. 의미적으로만 보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integral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역시 아시아에서 교회의 새로운 존재양식을 추구하면서 그 비전 추구 과정에서 영성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 개인과 공동체, 성직자 중심의 지도력과 평신도의 공동 책임 사이에 어떤 균형과 통합을 이루어보고자 통합사목을 제창하고 그 최적의 실현 수단으로 소공동체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다른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이 통합성을 단지 어떤 개별적인 사목 방법론으로 간주해서 도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곧 현재의 사목활동이 이러저러하게 분리적으로, 그리고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서 혼란스러우니까 이것을 좀 더 체계적으로 엮어서 단일화시켜 보자는 수준의 논의로 직접적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이것은 좀 성급하다. 오히려 통합사목에 대한 논의는 오늘날 우리 교회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의 원인을 근본적인 관점에서 숙고하고,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한 어떤 토대적 사고방식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천착으로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는 단편적이고 평면적이며 고립적인 관점에서 입체적이고 통합적이며 관계적인 사고방식으로의 변화가 바로 통합사목적 사고방식이 아닐까 한다. 다소 비근한 예로 교회의 낙태 반대 운동을 들고 싶다. 이 운동은 유형무형의 많은 성공적 결실도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여기에 어떤 통합사목적 마인드가 결여되어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한마디로 말해서 교회는 산부인과 수술실 안으로만 자신의 주장과 역량을 한정했지 그 이전과 이후, 곧 낙태에 이르는 여성의 사회적 상황이나 조건, 또는 낙태 이후의 삶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도덕적 훈계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너무나 차가운 도덕주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입장은 운동의 전략 면에서도 그리 성공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또 하나의 예는 최근의 주 5일 근무제와 관련해서이다. 교회는 주 5일 근무제를 교회의 위기라는 관점에서만 보았지 그동안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한국사회가 이제 여가와 휴식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충분히 누리며, 거기서 생성되는 사회적 에너지를 많은 가난한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안식일 정신을 사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지금도 사실은 말만 주 5일제이지 실질적으로는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잔업까지 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 다수의 노동자들, 특히 전 노동자의 50%를 넘어서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실정이다. 어쩌면 교회는 주 5일제에 따른 교회의 위기를 논하기에 앞서 주 5일제를 한국의 모든 노동자가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촉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 

 

분명히 거기에는 교회의 어떤 제도적 차원의 위험이나 위기가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신앙 여정에서 단기적이거나 피상적인 것이라고 본다. 교회 앞으로 밀려오는 모든 현실을 복음의 관점에서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것, 그리하여 교회의 사목과 선교의 대상인 인간과 세계를 복음적 통합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가 통합사목적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시사 유행어 가운데 하나가 ‘거버넌스’이다. 거칠게 요약한다면, 일단 기존의 ‘통치(government)’라는 용어와 대비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의 활동이 더 이상 일반 시민들에게 과거처럼 작용하지 않는 데 대한 일종의 정부 혁신 프로그램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서 만일 어떤 지방자치단체가 어느 지역에 공중 화장실을 지어준다고 할 때, 이전 같으면 그냥 대충 정부가 다 알아서 했는데 거버넌스에서는 주민의 의견을 철저히 묻고 그들을 그 일에 함께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이다. 어떻게 하면 주민의 자발성을 최대로 끌어낼 것인가가 정부의 최대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스스로 지역별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활성화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한다. 주민의 자발성이 전제되지 않는 정부사업은 자체로 힘을 받지도 못하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아마도 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함께 이것이 더욱 진전되고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과거와 같은 수직적 체계에서 수평적 네트워크 체제로 정부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 거버넌스 프로그램과 현재 교회의 소공동체 운동이 엄청난 질적 차이가 있지만 다소 비슷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오늘날은 구성원의 자발성을 촉진하지 않고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의 이름이 무엇이든 신자들의 신앙적 열망을 흔들어 깨우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하느님을 더 체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기존 사목구조의 변경이나 통합, 구체적 사목 프로그램의 제안과 같은 구체적 결실이 있어야 하겠지만 우선적으로는 통합사목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비전 수립이나 개념 설정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의 모임이 그 작은 시작이 되길 기원한다.

 

[사목, 2005년 6월호, 엄재중(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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