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본당사목] 본당사목 프로그램: 재활용품 모아 이웃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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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7 ㅣ No.350

[본당사목 프로그램] 나누면서 커지는 이웃 사랑 - 재활용품 모아 이웃 돕기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일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가 해야 할 마땅한 의무이다. 그런 걸 알면서도 나마저 가진 것이 없어, 나도 넉넉하지 못해서 나눌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어도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재활용품을 모아 파는 일이 그것이다.

 

한 아주머니는 30년 전부터 거리를 지날 때마다 버려진 빈 병이나 종이 등을 모아, 그것들을 팔아서 생긴 이익금으로 동네에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쌀을 사주고 있다. 이러한 일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면, 일을 할 때에는 좀 더 쉽고 신나게 할 수 있을 것이며, 혜택을 받고 기뻐하는 이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본당에서 재활용품을 모아 그 이익금으로 자그마한 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주일학교 후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러한 일에 무심하거나 귀찮은 일이라 여겨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본당도 많은 듯싶다. 재활용품을 모으는 일은 돈이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생명과 자연생명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자연을 존중해야 인간도 어울려 살 수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곧 우리의 후손도 살아야 할 환경이다. 소중한 자연을 대대손손 물려주어야 하는 일 또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행위인 것이다. 

 

귀찮고 사소한 일일지언정 하느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자연을 나의 후손에게 좀 더 깨끗하게 물려주려는 마음으로, 나의 작은 수고가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이제라도 본당의 모든 신자와 함께 마음을 모아보자.

 

 

1. 재활용품과 처리 방법


먼저 본당에서 모을 수 있는 재활용품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고, 재활용품 각각은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지 알아보자. 다음 표는 환경부에서 제시한 내용 가운데 본당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추린 것이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환경부 홈페이지(http://www.me.go.kr)에서 ‘환경관리 분야 → 폐기물 → 자원 재활용 → 재활용품 분리수거’에서 ‘자료 목록’을 참조할 수 있다.

 

 종류

세부품목

분리 배출 요령

 종이팩

종이팩(우유제품 등) 

-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군 후 펼치거나 압착하여 봉투에 넣거나 한데 묶음 

 유리병

음료수병, 기타 병류 

- 병뚜껑을 제거한 후 내용물을 비우고 배출

- 담배꽁초 등 이물질을 넣지 말 것

* 빈 용기 보증금 대상 유리병은 소매점 등에서 환불 

 플라스틱

PET병, 요구르트병, 화장품 용기, 반찬통, 물통, 소쿠리, 장난감(나사 등 쇠붙이 분리 후 배출) 등

* 계란 포장 용기, 컵라면 등 1회용 용기, 비닐봉지, 비디오테이프 등은 제외 

 금속캔

철 캔, 알루미늄 캔 

- 내용물을 비우고 가능한 압착

- 겉 또는 속의 플라스틱 뚜껑 등 제거

- 담배꽁초 등 이물질을 넣지 말 것 

기타 캔류(부탄가스, 살충제용기 등)-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비운 후 배출 

 합성수지류

 과자봉투

-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다른 재질로 된 뚜껑(또는 은박지, 랩 등)이나 부착상표 등을 제거한 후 가능한 압축하여 배출 

 스티로폼 완충재

- 농수축산물용 스티로폼은 내용물을 완전히 비우고 부착 상표 등을 제거하고, 이물질이 묻은 경우 깨끗이 씻어서 배출

* 음식물 등 이물질이 많이 묻어있거나 다른 물질로 코딩된 스티로폼은 제외 

 종이류 신문지- 물기에 젖지 않도록 하고 반듯하게 펴서 차곡차곡 쌓은 후 묶어서 배출 

 책자, 노트 등

- 비닐 코팅된 표지, 공책의 스프링 등은 제거 

 종이컵

-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군 후 압착하여 봉투에 넣거나 한데 묶음 

 상자류(골판지 상자 등)

- 비닐코팅 부분, 상자에 붙어있는 테이프나 철핀 등을 제거한 후 압착하여 묶어서 배출 

 고철류

 고철(공기구, 철사, 못 등)

- 이물질이 섞이지 않도록 봉투에 넣거나 끈으로 묶어서 배출

 비철금속(알루미늄, 스틸류 등)

 의류

면 섬유류, 기타 의류 

- 물기에 젖지 않도록 마태 등에 담거나 묶어서 배출 

 고무류

주방용 폐고무장갑 

- 물에 씻어 말린 고무장갑을 봉투에 넣어 배출 

 영농폐기물류

농약 용기

- 내용물을 완전히 사용한 후 유리병, 플라스틱 용기별로 구분하고 뚜껑을 분리하여 마대 등에 따로 넣어 배출 

농촌 폐비닐

- 하우스용 비닐과 멀칭용 비닐을 구분하여 흙과 자갈, 잡초를 털어낸 후 묶어서 배출 

 

 

 

2. 본당 활동 사례

 

1) 재활용품 모으기

 

서울대교구 낙성대본당 마당 한쪽에는 분리수거를 위해 일반쓰레기, 비닐봉지, 플라스틱, 깡통, 우유팩, 종이류, 유리병, 요구르트병 등의 글귀가 적힌 재활용 쓰레기통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낙성대본당의 경우는 재활용품을 모아 수익금을 얻으려는 의도가 없다. 다만 환경운동을 실천하고자 재활용품을 따로 모으는 것이다. 이렇게 모아진 각종 재활용품은 성당 관리를 담당하시는 분이 정리하여 밖에 내놓고, 이를 다시 담당 구청에서 수거해 간다. 종이나 종이상자는 내놓기가 무섭게 지역 노인들이 모아간다. 가끔 의류나 종이상자가 많이 모이게 되면 가톨릭 복지단체에 연락하고, 그러면 단체에서 직접 나와 수거해 간다. 

 

한편, 커피 자동판매기에는 일회용 컵 대신 소독기와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컵을 비치해 놓았다. 이렇게 시작된 일회용 종이컵 안 쓰기 운동은 본당 친교 모임, 야외 행사 등 각종 모임에서도 일회용품 안 쓰기로 발전했다. 본당 혼인 미사 후 뷔페 상차림에서도 나무젓가락, 종이컵, 종이그릇 등 일회용품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매주 주보에 환경실천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가정에서도 일회용품 안 쓰기를 비롯한 환경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시흥4동본당에서는 1998년 성전건립기금을 마련하고자 매일 밤 구역별로 또는 레지오 단원들이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폐지를 비롯하여 종이상자와 신문, 우유팩을 수거하였다.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3시간가량을 꼬박 수거해서는 매일 성당 마당 한쪽에 쌓아놓았다가 두 주일마다 재활용 공장으로 직접 폐지를 싣고 갔다. 그러면 30-35만 원가량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매일 밤 넝마주이가 되면서도 신자들은 본당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일했다.

 

분리수거함을 설치할 때에는 비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에 그물망형으로 설치하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다른 물질이 섞여있을 때 밖에서 볼 수 있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여러 개의 수거함을 설치하여 세부적으로 분류한다. 이렇게 모인 재활용품을 수거해 가는 곳 가운데 어떤 곳은 모든 재활용품을 취급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종이류만 또는 의류만, 고무류만 각각 취급하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각 구청이나 면사무소 청소행정과에 문의하면 이러한 재활용사업소를 소개받을 수 있다.

 

한편, 집과 사무실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낡은 컴퓨터나 복사기 또는 팩시밀리 등을 손질하거나 업그레이드하여 복지시설에 기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본당 신자 가운데 사무기기를 전문으로 수리하는 분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것이다.

 

때로 성당 마당이 없거나 비좁아서 또는 보기에 좋지 않다고 여겨진다면 상시적으로 분리수거함을 설치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짜에만 재활용품을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소공동체나 구역 반 모임에서 담당을 정해 각 가정에서 모은 재활용품을 수거하여 정해진 날짜에 성당으로 가져가고, 이러한 활동에 대해 소공동체 모임에서 이야기해간다면 더 활성화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성당 마당에 쌓인 재활용품을 정리하는 봉사자도 소동체에서 돌아가면서 맡는다면, 더 많은 신자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청소까지 마친 다음에는 간단하게 다과를 나누는 것도 좋은 모습이라 여겨진다. 또 다른 친교 모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 재활용 매장 운영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재활용 매장을 운영해 볼 수도 있겠다. 

 

대구대교구 고산본당은 <언제나 소박한 가게>를 운영한다. 7평 남짓한 조립식 패널 구조로 이루어진 이 가게는 매주 화요일에서 토요일에,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한다. 본당 제대회원들을 중심으로 구역 신자들이 조를 짜서 자원봉사를 하고, 신자들과 주민들이 기증한 옷에서부터 장난감, 책, 신발, 그릇, 소형가전까지 다양한 물품들이 판매된다. 수익금으로는 지역에 홀로 사는 노인들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쌀을 사주고 있다. 

 

의정부교구 일산본당에서는 2003년 4월에 인근 이주 노동자들을 도우려는 목적에서 시작한 <나눔꽃>을 최근 <평화바람>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모임으로 한층 발전시켰다. 그리고 <평화바람>에서는 <아껴서 나누는 가게>라는 재활용 매장을 운영한다. 대체로 쓰던 물건 가운데 앞으로도 쓸 수 있는 물건을 기증받아 판매하는데, 전자제품, 의류, 가구류, 기타 생활용품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물건이 많다. 장사를 하는 신자나 공장에서 일하는 신자들은 팔리지 못하고 묶여있는 물건들을 대량으로 내놓기도 하는데, 이러한 물건이 인기가 좋다. 

 

‘바람돌이’라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이 있어서 이들 봉사자들을 중심으로 구역 신자들이 돌아가면서 봉사를 하는데, 이들은 기증품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며, 유행이 지난 옷을 수선하거나 다림질을 하는 등 많은 일을 기쁘게 해낸다. 그리고 매달 첫째 주 금요일 오전 11시에 정기 모임을 갖는다. 손님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많고, 신자들이나 지역주민들도 이용한다. 물건의 가격은 500원에서 5,000원까지이며, 보통은 1-2천 원 수준이다. 이익금은 물론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쓴다.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도 오래전부터 <아나바다>라는 재활용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본당 신자 가운데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아나바다회를 이끌어간다. 매장은 화-금요일은 오전 10시에서 12시 30분까지, 주일에는 하루 종일 운영한다. 그리고 수익금은 불우이웃 신자들에게 현금을 지원하거나 병원비를 보조하는 데 쓴다.

 

이러한 재활용 매장에서는 작은 물건들을 수시로 접수하지만, 부피가 큰 가구나 전자제품 등은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본당 홈페이지나 주보를 통하여 기증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매장에서는 환경문제를 의식하여 비닐봉투를 사용하는 대신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구매자들이 미리 시장바구니를 준비할 수 있도록 공지한다면 더욱 좋겠다.

 

 

3. 맺음말

 

한 달에 한 번 정도 재활용품을 모으는 일이나 상설 재활용 매장을 운영하는 일 등을 본당 차원에서 해내기 어렵다면 지구 차원으로 넓히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지구에 속한 본당에서 사회사목을 담당하는 신자들이 모여 다달이 정기모임을 하면서, 본당에 돌아가서는 신자들과 함께 꾸준히 재활용품을 모은다면 교회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좀 더 큰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을 시작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자들의 관심일 것이다. 우유를 마시고 나서 쓰레기봉투에 넣는 것이 아니라 물로 한 번 씻어 말리는 일, 밖에서 본 신문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집까지 가져오는 일 등은 사사롭고 귀찮은 일이지만, 나의 작은 수고가 사랑을 실천하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면 결코 소홀할 수 없는 일들이다. 약국을 하는 신자라면 빈 병을, 회사원이라면 폐지를 남들보다 더 많이 모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물건을 기증할 때에도 쓰고 남은 것이 아니라 자기도 쓸 수 있는 물건 가운데 남에게 더 필요한 것을 기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현재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생활용품의 70%는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통계가 있다. 이러한 생활용품들을 이웃과 나누고 바꾸어 쓰는 것이 곧 환경을 지키고, 지저분한 쓰레기처럼 여겨져 아무 데도 쓸데없을 것 같은 재활용품을 모아 그 수익금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도울 수 있음을 인식하자. 그리고 예수 성심 성월 6월에 예수님의 마음으로 이웃을 생각하며 당장 실천에 옮겨보자.

 

[사목, 2005년 6월호, 한상화(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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