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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묵주기도를 어떠한 마음으로 바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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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318

[레지오 영성] 묵주기도를 어떠한 마음으로 바치고 있나요?



묵주기도는 “로사리오(Rosario)”이며, 그 뜻이 ‘장미 꽃다발’, ‘장미 화관’입니다. 한국 천주교 교회에서는 전래 초기부터 묵주기도를 ‘매괴 신공’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매괴란 중국에서 주로 많이 나는 장미과의 낙엽 관목으로서 향기 나는 때찔레꽃이라고 합니다.


박해시대와 순교화관

묵주기도를 두고 왜 하필이면 ‘장미 꽃다발’이라고 하였을까요? 그 기원은 초대 교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교인들은 자신을 신(神)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머리에 장미화관을 쓰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초대 교회 신자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장미화관을 하느님께 바쳤습니다. 특히 박해 당시 신자들은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에 끌려가 사자의 먹이가 될 때 머리에 월계수 잎이나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썼는데, 그 화관이야말로 하느님을 뵙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데 합당한 예모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박해를 피한 신자들의 경우에는 밤중에 몰래 순교자들의 시신을 거두면서 순교자들이 썼던 장미화관을 한데 모아 놓고, 꽃송이마다 기도를 한 가지씩 바쳤다고 합니다. 묵주기도는 바로 이러한 순교자들의 장미화관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므로 묵주기도를 하는 사람은 순교자들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장미화관과 함께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순교자들과 달리 우리는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한 송이, 한 송이마다 장미꽃 대신 성모송을 바칩니다. 이는 묵주기도 안에서 성모님과 함께 꽃 한 송이씩 엮어서 하느님께 온전히 드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을 봉헌하려고 하는데, 우리의 믿음이 너무 부족해서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장미화관을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가 바로 묵주기도인 것입니다.

흔히 묵주기도를 불교의 염주와 뭔가 비슷하거나 염주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기원에서 보자면 전혀 다릅니다. 염주도 묵주와 비슷하게 일정 수의 구슬을 실로 꿴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여 염불 혹은 주문을 외웁니다. 그런데 염주의 경우는 인도의 브라만교, 힌두교, 자이나교에 그 기원이 있습니다. 산스크리트어로 염주라는 말을 음역하면, “발새막”이라고 하며 마고삼신으로부터 대대로 전하여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삼신께 드리는 기도라고 합니다.

또 일반적으로 쓰이는 108개의 구슬로 된 염주를 통한 기도는 일상의 번뇌를 끊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요컨대 염주를 통한 불가의 기도는 자신의 번뇌를 끊기 위해, 혹은 삼신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주문을 하는 것이지만, 묵주기도는 이와 달리 장미화관과 함께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행위입니다.


사막교부와 말씀의 관(冠)

박해 시대가 끝나 사람들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이 사라지게 되자, 생애 전체를 하느님께 봉헌하여 순교정신을 이어간 사람들이 등장하였는데 바로 사막의 은수자, 수도자들입니다. 그들은 사막에서 늘 성경을 묵상하시면서 살았습니다.

특히 날마다 시편 150편을 나누어서, 혹은 그 전체를 소리 내어 읽으셨는데, 이때에 작은 돌멩이나 곡식 낱알을 머리에 쓰는 관처럼 둥글게 엮어 하나씩 굴리면서 시편을 읽는 횟수를 세었다고 합니다. 박해시대의 장미화관이 사막교부 시대에 와서는 말씀의 관(冠)으로 바뀐 것입니다.


흔히 천주교 신자들은 성경은 잘 모르면서 묵주기도나 바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묵주기도의 역사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역사 안에서 시편 150편을 외우는 기도에서 묵주기도가 탄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기도 중에 가장 성서적인 기도가 묵주기도입니다.

묵주기도에 성모송이 들어간 이유는 옛날 글을 몰라서 성경을 읽을 수 없었던 신자들이 시편 대신에 주님의 기도나 성모송을 바치면서 묵주알을 굴렸던 데에서 온 것입니다. 곧 신자들은 성경을 묵상하고자 하는 열정에서 묵주기도를 바친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묵주기도를 할 때에 우리는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를 묵상하는 것입니다. 구원 사건의 핵심들,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도 성경 말씀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묵주기도를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성경말씀을 사랑하고, 그 말씀을 묵상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묵주기도는 교회의 소중한 자산

파티마에서 성모님께서는 세 명의 어린이들에게 나타나셔서 묵주기도하는 법을 알려 주며, 묵주기도를 ‘가장 가난한 이들의 기도’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묵주기도는 가장 가난한 기도,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잘 모르는 우리들에게 가장 쉽게, 가장 뜻 깊고 힘 있게 바칠 수 있는 기도의 길을 제시합니다. 파티마의 세 어린이들까지도 바칠 수 있는 기도였으며 그 기도를 통해 많은 이들이 회개를 하고, 하느님을 깨닫고, 경건한 삶을 유지하였습니다.

성 비오 10세 교황님께서는 묵주기도만큼 아름답고 은총을 많이 내리게 하는 기도도 없다면서 묵주기도를 사랑하고 매일 정성스럽게 바치라고 유언하셨습니다. 선배 신부님 중에 한 분은 제게 매일 묵주기도 15단을 바치면 순결에 관련한 유혹에서 이겨 낼 수 있다고 하셨으며, 어느 노 사제는 제게 당신이 한 평생 순결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묵주기도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교회 안에 묵주기도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요?

묵주기도 성월입니다. 10월 한 달을 보내면서 우리 자신이 묵주기도를 어떤 마음으로 바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묵주기도는 주문을 외우듯이 성모송을 바치며 하느님께 우리가 바라고자 하는 바를 강요하기 위해 바치는 기도가 아닙니다.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기도이며, 성모님과 함께 그 봉헌을 이루어가고, 그 안에서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기도가 바로 묵주기도인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10월호,
한재호 루카(신부, 서귀복자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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